주기도문 새 번역안에 대한 여성신학적 입장을 표명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1세기 이상 사용해온 주기도문을 왜 새롭게 번역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내놓은 새번역안이 전혀 새로움이 없으며, 양성 평등시대에 오히려 역행하는 개악임을 여성신학적 입장을 들어 밝히고자 한다.
첫째,새번역안에서 2인칭 소유격 대명사 ‘아버지의’를 세 번 삽입한 것에 대해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현재 한국교회에서는 개역한글판, 개역개정판, 표준새번역, 공동번역 등 네 가지의 주기도문 번역문이 사용되고 있다. 공동번역을 제외한 나머지 세 번역문에서는 2인칭 소유격 대명사를 생략하고 있다. 원문에서 2인칭 단수 소유격 대명사로 쓰인 “수”(σου)가 영어에서는 자연스럽게 번역되지만, 우리말 어법에서는 2인칭 단수 소유격 대명사의 활용이 극히 제한되고 있어서 문자적인 번역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번역이 지금까지 국어문법적으로나 신학적으로나 신앙고백적으로도 혼란을 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원문에 충실하게 ‘당신의’라고 번역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에 대한 존대어법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존댓말이 되려면 3인칭 단수 소유격이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2인칭 단수 소유격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아버지의’를 삽입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이미지를 남성성에만 국한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누구도 이 단어에서 하나님의 여성다운 속성을 유추해낼 수 없으므로 다시 한번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아버지의’라는 단어를 삽입하지 않아도 문맥상 뜻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세기가 넘는 동안 ‘아버지’를 두 번 삽입한 적이 있었으나, 원문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작위적인 것이라는 데 합의하여 삭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통합적이고도 성을 초월한 하나님의 이미지를 오늘날의 상황과 시대의 흐름에 맞는 신학적 관점을 반영하지 않은, 구시대의 신학적 해석을 적용하여 ‘아버지’를 강조하려는 발상은 기필코 지양되어야 한다.
셋째,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변명하며 주기도문새번역연구특별위원회에 여성을 단 한 명도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양성차별적인 소치임을 밝히며, 이후 이러한 과오가 한국교회 내에서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촉구한다.사회정치적으로 양성평등한 시대를 지향하며 여성의 참여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때, 연구특별위원회에 여성의 참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성차별적인 한국교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주기도문새번역연구특별위원회는 여성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 책임을 각 교단에게 돌리고 있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의식의 차원에서 주기도문 새번역안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주기도문 자체가 양성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우리의 대안을 제시한다.
- 여성신학자들로 구성된 주기도문 새번역 관련 특별연구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 강남순, 김은혜, 김판임, 유연희, 이문숙, 이은선, 이경숙, 이순임, 임희숙, 정희성, 최만자, 최영실, 한국염, 함인숙
- 이를 계기로 현시대의 흐름에 맞는 양성평등적 주기도문의 새로운 번역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한다.
-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하여 한국교회 성도들과 공유하도록 한다.
2005년 6월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