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한기총 신학연구위 사형지지 표명에 대한 입장

입력 : 2005-08-25 04:56:0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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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1998년 인권위원회 산하에 사형폐지분과위원회를 두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 생명의 존엄에 대해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사형폐지운동을 전개해 왔다. 뿐만 아니라 2001년 4월에는 KNCC 회원교단을 비롯해 초교파적인 차원에서 조직된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명예회장 이만신 목사, 대표회장 문장식 목사)에 적극 참여하여 활동해 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19일 한기총 신학연구위에서 1차 세미나를 '사형제도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 이란 제목으로 개최하면서, 사형지지 입장을 표명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긴급 발표하고자 한다.

 

 

 

한기총 신학연구위 사형폐지 반대입장 표명은

反성서적인 궤변일 뿐이다.

 

한기총 신학연구위(위원장 이종윤)가 지난 19일 '사형제도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이란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한 후 사형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지난 15년 동안 초교파적으로 사형폐지운동을 전개해 왔다. 사형폐지에 대한 성서 신학적 작업은 물론이거니와 정책협의회와 연합 기도회 및 예배 등에 수많은 성직자와 교수, 평신도들이 참여하여 활동해 왔다. 그 결과 금번 17대에서 국회 여야의원 절대 다수인 182명이 사형폐지법안에 서명한 상태이고,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에 있다.

 

또 다시 언급하자면, 현재 118개 국가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의 자격으로 사형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UN)은 모든 회원국에 사형폐지를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4월 사형폐지 의견을 전원위원회를 거쳐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사형폐지에 대한 연구 작업과 활동을 무시한 채, 한기총 신학연구위가 부적절한 시기에 세미나를 열어 "인간 생명 존중을 위해서는 사형제도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사형폐지론은 성경적이지 않다"는 내용의 입장은 성서적이라기 보다는 한마디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에 있어서, 인간적 세속적으로 보면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성서적 신앙적 입장에서는 그 누구의 생명도 결코 배제될 수 없다. 소위, 극악무도한 흉악범의 생명이라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의 존엄, 즉 생명권은 박탈될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도 성경에 사형을 인정하셨기에 사형제도는 성서적이다>는 주장은 성서 문자주의적 그것도 단편적인 이해이며, 하나님의 뜻을 온전하게 깨닫지 못한 무지의 발로로 신학적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성경 안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상반되는 듯한 모순(Contrast)된 기술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서에서 사형 즉 죽임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기독교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사형'의 주요 핵심은 <하나님을 알지 못한 인간의 타락상>을 고발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인간은 온갖 부정과 부패와 탐욕과 악독으로 가득차 있으며 시기와 살의와 분쟁과 사기와 악의에 싸여서 없는 말을 지어내고, 서로 헐뜯고 하나님의 미움을 사고 난폭하고 거만하며 제 자랑만 하고 악한 일을 꾀하고 부모를 거역할 뿐 더러 분별력도 신의도 온정도 자비도 없습니다. 그런 모양으로 사는 자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사형)는 하나님의 법 을 잘 알면서도"(공동번역 로마서 1장 29절~32절)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법에 나타난 사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기독교인들이 이 '사형에 대한 하나님의 법'을 적용한다면, 모두가 사형선고를 당해야 마땅하다. 그러하지만 이와 같은 인간의 죄성, 타락상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인간에 의한, 국가제도에 의한 사형)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구원받았다는 신앙고백 위에 세워진 것이 교회가 아닌가. 그런데 성경에서 '하나님이 사형을 인정했으니 사형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교회기관에서 발표하니 이것이 어찌 궤변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한기총 신학연구위는 금번 세미나에서 특정 교단에 치우친 신학교수들에 의해 발제된 내용에 근거하여 발표한 <사형폐지 반대> 의견을 하루속히 철회하고,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음 인간의 존엄을 믿으며 생명권 중시 차원에서 전개해온 사형폐지운동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기를 촉구한다.

 

2005년 8월 2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백 도 웅

인권위원회 위원장  김 정 명

사형폐지위원회 위원장  문 장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