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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원안대로 받아야 '기독단체 공동성명'

입력 : 2007-12-05 01:09:33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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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차별금지법 원안’을 임기 내에 제정하고, 「차별금지법 저지」를 주장하는 일부 기독인들은 이를 철회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원규 목사)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교회 인권센터 등 12개 교계 단체들은 12월 4일(화) 한국교회백주년 기념관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범 기독교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동 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은 민주시민사회 동의이자 인권의식의 바로미터이며 일부 기독교가 주장하는 성적 소수자의 성적 지향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금지법의 전체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일부 기독교인이 주장하는 동성애차별금지법안저지 역시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지나지 않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종용하는 주장일 수밖에 없으므로 주장을 철회하고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 4일(월) 개최된 범 기독교토론회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편집장 조이여울 씨가 발제하고 성공회대 최영실 교수가 성서를 통해 본 차별금지법에 대해 발표했다. 또, 고상균 간사(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가 차별금지법 저지를 주장하는 보수 기독단체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의 발제도 함께했다.
 

조 씨는 “이번 법안 통과를 통해 사회민주화는 많은 부분 이뤄졌지만 개인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는 것을 느겼다”며 “무엇보다 시민사회 보다 기독교가 너무 변화하지 않고 있구나 하는 모습을 보게됐다”고 말했다. 

조 편집장은 “이 자리가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교계의 목소리에 대응하는 다른 목소리와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에 대한 성서적 입장을 정리한 최영실 교수는 “성서 안에는 전승에 따라 혹은 문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성서가 가지는 전체적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문자적으로 성경 몇몇 구절을 가지고 ‘성적 지향’을 문제시하고 성서를 근거로 동성애를 차별하고, 그들을 회개시키려 하는 것은 전혀 그 방향과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오히려 차별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자들이야 말로 불의한 자들이며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판단하는 사람이야말로 사실상은 하느님의 입장에서 보면 죽어 마땅한 죄인”이라고 말했다. 

고상균 간사도 “저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전혀 근거도 없고, ‘더럽다’‘악’이다 ‘계도의 대상‘ 이라는 주장은 단지 동성애에 대한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며 “차별금지법 원안이 임기 내에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 단체들은 발제와 토론회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차별금지법 원안’을 임기 내에 제정하고, 차별금지법 저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주장을 철회하고 악압받는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동의 성명서도 함께 발표했다. 

 


성 명 서

‘차별금지법’은 민주시민사회 동의이자 인권의식의 바로미터다!

 한국은 국민소득 2만 불을 자랑하는 OECD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차별, 성적 차별, 경제적 차별이 만연하고 사회적 배제와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인권활동이 있어왔고 최근에는 시민사회 역량과 인권 의식의 성장으로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발현으로 보고 환영했다. 

 당초 법무부의 입법예고용 ‘차별금지법(안)’은 금지차별 범위를 20가지로 상정하고 그에 따라 고용, 교육기관, 법 집행 등에서 차별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할 경우 구제조치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현재 법제처에서 통과된 ‘차별금지법(안)’은 차별금지 항목에서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정 지향, 학력’ 등 7 개 항목을 임의로 삭제해버렸다. 당초 시민사회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재계와 일부 기독교인의 눈치를 보며 하루아침에 시민사회 동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차별금지법안’은 2002년 대선 당시 현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안)’에서 7개 항목을 삭제함으로써 차별을 오히려 인정하는 반 인권적 법안이 되었다. 특히 ‘성적 취향’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권고에 지지 서명한 바 있는데 자국 내에서는 오히려 성소수자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은 차별의 구제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및 징벌적 손해배상 항목이 함께 삭제되면서 인권위는 차별시정을 강제할 수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는 당초 입법예고된 ‘차별금지법(안)’이 인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하는 7개 항목 삭제는 노무현 정권이 갖는 인권의식의 수준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상과 비정상, 하나님은 정상의 편이다?

 동성애차별금지법안저지의회선교연합(이하 의회선교연합)의 동성애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면 크게 성적소수자의 성적지향은 비정상, 이성애는 정상이라는 이분법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정상"에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창조질서라는‘불멸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은 인류의 그 누군가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어 자신의 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끝이 없을 것 같은 구분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과 아이들은 모두 비정상이었고, 2차 대전 이전까지 장애는 비정상이었다.

 선교연합은 동성애가 일반화된다면 인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고 말한다. 동성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 시작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벌써 인류는 사라졌을 것이다.

모든 차별에 대한 반대는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의 본분이자 사명이다!

 이 땅에 예수가 오신 것은 가난하고 차별받는 자들의 벗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와서 가난한 과부와 고아, 천대받는 세리와 창녀들의 벗이 되었고, 그들을 당신 식탁에 초대하셨다. 이 같은 예수의 모범과 가르침을 따르기는커녕 시대의 변화와 요청을 무시하는 근본주의 믿음으로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종용해온 일부 기독교인들의‘동성애자차별금지법안저지의회선교연합’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침묵으로 성소수자 차별을 묵인하고 있는 가톨릭교단도 자기 견해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이 점점 더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누구보다 그들의 힘이 되어주고 함께 해야 할 기독교인들이 오히려 차별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차별하지 않으시는 야훼’주님께서는 비통한 눈물을 흘리실 것이다. 성탄을 기다리는 시기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모든 기독교인들이 예수가 이 땅에 오신 뜻을 되살리기를 촉구한다.

우리의 주장
1. 노무현 정권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차별금지법 원안’을 임기 내에 제정하라!
1. 일부 기독교인들은 「차별금지법 저지」를 철회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라! 
1. 모든 기독교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차별금지법(안)’ 제정에 적극 노력하자!
1. 재계를 비롯한 경제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차별금지법(안)’ 제정에 적극 노력하라!

2007. 12. 4
범기독교토론회 참가자 일동
기독여민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NCCK 정의평화위원회/교회인권센터,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백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