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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e뉴스 18호) 심각한 물 위기를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입력 : 2020-06-29 15:55:58 수정 : 2020-06-29 15: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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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물 위기를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단법인 아디 이동화 팀장



 
2018년 여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West bank) 동쪽 요르단계곡지역에서 만난 농부인 마흐다드씨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스라엘 정착촌이 생기고 난후 물이 다 말라버렸다. 지하수를 팔 수도 없고 만약 파려고 하면 이스라엘 군인이 와서 우리를 잡아간다.” 그는 비싼 돈을 주고 물을 사서 이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방문하면 눈에 띄는것 중 하나는 집 옥상마다 설치된 커다란 물통이다. 팔레스타인의 물사정이 갈수록 악화되자(심한 달에는 한달에 두번 물공급) 주민들은 물이 공급될때 물통에 물을 저장하여 다음 공급시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지역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착촌에는 수영장도 있고 물 사용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풍부한 물로 재배한 대추야자와 포도, 구아바 등은 유럽에 수출까지 한다. 팔레스타인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반복되고 심화되는 물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단법인 아디의 팔레스타인 연구팀은 2019년 한해동안 문헌조사와 2차례의 현지탐방을 통해 팔레스타인 물 보고서 “빼앗긴 물, 위협받는 생존”를 작성하여 2019년 말에 발표하게 되었다.

* 보고서 전문 보기 https://blog.naver.com/adi2017/221688390373

 

사진 1.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재배하는 대추야자 농장

 

팔레스타인 물부족의 현황

 

전세계적인 기후재앙으로 인하여 물부족 사태는 비단 팔레스타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포함된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은 물가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동안 이스라엘의 물 사용량은 팔레스타인보다 3배이상이고(이스라엘=245리터, 팔레스타인=80.9리터, 가정용기준, WHO 1일 권장량=100리터) 농업용의 경우 8배 이상이었다.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물을 아껴서 사용했기 때문이 아닌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강과 호수와 같은 지표수가 거의 없는 팔레스타인에서 주민들이 물을 공급받는 방법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제공하는 지하수와 이스라엘의 수자원공사격인 메코로트(Mekorot)에서 제공하는 물이 거의 대부분이고 약 10%미만이 민간업체에 의해 상대적으로 비싼값에 물을 사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매년 경제규모 변화와 인구증가분에 따른 물 수요는 늘어나지만 팔레스타인측의 지하수 추출량은 이스라엘에 의해 제한되고 메코로트측에서 구입하는 물의 양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시기적으로 강수량이 적거나 물 수요가 늘어나는 하절기에는 팔레스타인 전역에 물 부족 상황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물구입 비용을 늘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마저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정치적 갈등상황이 오면 공급량이 줄어드는 악순환구조에 놓인 것이다.

 

이스라엘의 건국과 물통제 정책

 

보고서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물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이스라엘의 물통제 및 차별정책때문임을 분명히 하였다. 1945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지역내에서 물이 중요한 생존요소이자 안보요소임을 파악한 이스라엘은 전국단위의 몰공급시스템(National Water Carrier)을 구축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였다. 또한 인근 국가(요르단, 시라아, 레바논)와 다양한 물 협정을 맺고 제한된 수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1967년 전쟁이전 요르단과 이집트통제하였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모두를 무력점령하면서 이스라엘 국방부는 군법(軍法)에 의해 수자원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기존 관정에 미터기를 설치했고 새로운 수자원 구축을 위해서는 이스라엘 군법에 따라 허가사항이 됐다. 하지만 문헌에 따르면 이시기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물사용에 대해 큰 제약을 두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진 2. 요르단계곡 알지프트릭 마을을 급습한 이스라엘 군인

 

오슬로협정 이후

 

1993년부터 1995년 사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사이에 체결한 오슬로협정을 거치면서 팔레스타인 물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 했다.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의 서안지구는 A/B/C지역으로 나뉘어지고 A와 B지역에 제한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권이 부여되면서 양지역의 수자원시설과 물 제공을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협정상에 서안지구 대수층의 17%를 팔레스타인측에 할당하였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물 공동위원회’를 설립하여 수자원과 하수처리에 대한 공동관리, 관정시공 승인, 물과 하수처리에 관한 분쟁해결을 처리하고자 했다. 5년동안의 이행기간을 두고 최종협상을 뒤로 미루었던 오슬로협정은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분쟁으로 더이상 진전을 이루지못한채 흐지부지하게 됐다. 특히 물에 관해서는 최종협상에 미뤄둔 상태로 대부분의 권리가 이스라엘측에 있는 상황이었기에 팔레스타인 물사태의 시작점은 오슬로협정 이후가 된다. 팔레스타인측에서 물사용을 위해 ‘물공동위원회’를 이용하더라도 대부분의 수원(水原)이 C지역에 있거나 A/B지역의 물도 C지역을 거쳐야 하는데 C지역의 최종 승인권이 이스라엘측에 있기에 팔레스타인 전체의 물을 통제가능하게 된것이다.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계속 확장되고 있는 이스라엘 불법정착촌(Israeli Illegal Settlement)역시 물부족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대부분 팔레스타인 마을과 이웃해 있는 정착촌의 물사용량은 인근 마을과 비교하면 적게는 10배 많게는 20배이상 차이가 난다.

 

빼앗길 물과 위협받는 생존


2019년 유엔 인도주의조정국 사무소(UNOCHA) 발표에 따르면 19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물과 위생에 취약한 상황이며 이중 여성이 49%, 아동이 39%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인당 하루 물 소비 권장량을 100리터라고 하였지만 팔레스타인은 79리터(2019년기준)이고 C지역의 경우는 30리터 수준이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임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물과 위생관련 시설을 파괴하고 시설을 몰수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의 경우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이후 가자지구는 모든 출입구가 막히고 바닷길 마저 막힌 지구상 최대의 하늘 뚫린 감옥이다. 가자지구의 유일한 지하식수원은 이미 너무 많은 추출로 바닷물 유입이 시작되었고 수돗물은 더이상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담수처리를 하는 공장은 전기부족으로 운영이 제한되고 있고 전력생산에 필요한 재원과 부품은 이스라엘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수인성 질병은 심각한 상황이고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은 오폐수는 그대로 바다에 유입되고 식수를 구입하기 위해 가계의 막대한 수입이 투입되면서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역과 마을별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보고서 전문을 참고)

 
사진 3.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현지인들

 

코로나에 가려진 팔레스타인의 상황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동이 제한되며 자가격리라는 단절을 경험한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보건의 위협으로 국경은 봉쇄됐다. 어쩌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12년전부터 경험했던 어려움을 많은 사람들도 체감하는 것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2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은 여전히 변함없이 무력점령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봉쇄는 풀릴 여지조차 없고 물부족과 코로나 사태로 힘겨운 요르단계곡사람들은 새로운 위기를 마주할 예정이다. 전세계가 코로나사태로 정신없는 이 시점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절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서안지구의 정착촌과 요르단계곡지역을 합병하려 하고 있다. 이 합병으로 인하여 그동안 오슬로협정 체제로 형식적이나마 팔레스타인측과 협의가능했던 ‘물공동위원회’의 기능은 사라지고 팔레스타인 C지역의 수자원은 이스라엘 주권하에 놓일 것이다. 합병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나크바(‘대재앙’이라는 현지어)이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의 물부족 사태는 당분간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