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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대한민국 국회는 죽음을 차별하지 말라!'

입력 : 2021-01-07 15:35:03 수정 : 2021-01-07 15: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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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1월 6일 열린 법사위 소위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제외하기로 합의한 사실에 대하여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죽음을 차별하지 말라!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합의에 관한 우리의 입장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하여 여야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모든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온전한 법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온전한 제정을 촉구해 왔다. 본 법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가정으로 퇴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는 김미숙 님, 이용관 님 등 산재피해자 가족의 목숨을 건 단식에 등 떠밀리듯이 개최한 법사위 소위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합의를 하고 말았다.

 

지난 2019년 발생한 산업재해의 76.6%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영세 사업장은 산업재해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다시 말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시작이자 이 법을 통해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바로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법은 제정하겠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겠다는 이번 합의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최우선 과제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 본청 앞에서 28일째 단식하고 있는 산재 피해 유가족들은 이런 알맹이 빠진 누더기 법을 위해 목숨을 건 것이 아니다. 10만이 넘는 시민들이 법 제정을 위한 동의청원에 참여한 것 역시 알맹이 없는 엉터리 법안을 제정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영세 사업장의 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안전조치 의무를 제외하거나 유예함으로써 죽음의 일터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예산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모든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조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에 죽어도 되는 생명이란 없다. 국회는 죽음을 차별하지 말라. 법사위 상임위는 여야의 잘못된 합의를 바로잡고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한 생명을 살리는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안전보건조치가 모든 사업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예산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라.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 제21대 국회를 향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2021년 1월 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장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