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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에 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 성명서

입력 : 2022-01-21 12:25:22 수정 : 2022-01-21 12: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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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장만희 사령관, 총무 이홍정 목사, 이하 교회협)는 2022년 1월 20일 제70회기 1차 정기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20대 대통령 선거에 관한 성명서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을 채택‧발표하였습니다.


교회협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이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적 경계를 넘어서 인류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복음의 공적 가치를 바탕으로 대통령 후보를 바르게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성명서를 준비하였습니다.


교회협은 성명서를 통해 금번 대통령 선거가 성숙한 토론과 협의의 과정을 통해 조화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후보들과 정당이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을 멈추고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과 함께 구체화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깨어있는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 참여와 행동을 요청하였습니다. 교회협 역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사회정의, 노동, 평화와 통일, 생태환경, 언론, 교육, 여성, 청년, 장애인, 이주민, 인권, 주거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 정책과제들을 제안하고 실현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아 래 -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으며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한복음 13장 34절)

 

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가 온 땅에 흘러넘치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행동해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성숙한 토론과 협의의 과정을 통해 무한경쟁과 무분별한 성장의 논리를 뛰어넘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정치를 새로운 궤도에 올려놓았다. 시민들은 촛불을 통해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며,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만천하에 천명하였고,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책임 있게 행사하지 못하였고 결국 촛불혁명은 완성되지 못한 채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겨졌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오늘, 촛불로 이뤄낸 정의로운 사회 개혁의 시대정신은 후퇴냐 전진이냐의 엄중한 시험대 위에 올라있다. 지금껏 이뤄온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의 고통을 오롯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가하는 탐욕적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극심한 양극화 구조, 사회적 소수자/약자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개인의 안보가 위협받고 성차별 심화를 야기하는 갈등 구조 등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들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세대 간, 계층 간, 성별 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가운데 정치권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하여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식도 노동권, 주거권, 환경권, 생활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에 치우침으로써 마땅히 누려야할 국민의 기본적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불가역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도 여전히 가로막혀 있으며, 도리어 분단을 빌미삼아 긴장과 갈등을 조장하고 낡은 색깔론에 기대어 민심을 호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정책은 이 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는 곧 전환의 기회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이루어 낼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쌓여 온 구조적 문제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정의로운 경제구조로의 재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안전사회 건설과 평등사회 실현, 한반도 평화정착, 그리고 생태정의의 길로 나아가는 전면적이고도 실질적인 개혁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약자들의 배제된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고 누구나 국민 주권을 제약 없이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을 통해 실현된다. 정의로운 경제구조로의 재편과 안전사회 건설은 성장과 개발 중심의 경제구조를 공생과 공존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고, 무엇보다도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도록 법과 제도,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토지와 부동산을 재산 축적의 수단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공재로 인식하고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는 일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화해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평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남북대화 재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며, 자주외교를 통해 주변국들을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새로운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으로서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불평등의 문제 등에 깊이 관심 갖고 보편적 인권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후위기라는 공멸의 현실을 불러온 우리의 탐욕과 무지를 깊이 반성하고 생태적 전환을 이루어 낼 기후정의법을 제정하는 등 지속가능한 생태 사회를 향한 비전을 하루 속히 제시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과 정당이 당리당략에 따른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을 멈추고 위의 가치들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과 함께 구체화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지금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 참여와 행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무관심과 외면은 우리 사회를 더욱 더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뿐이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을 냉철한 시선으로 감시하고 준엄하게 꾸짖으며 행동하는 민주시민의 힘만이 그 누가 권력을 위임 받든지 더 이상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정의로운 대전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는 복음의 명령에 순종하며 정의와 평화, 생명의 길로 나아가기를 힘쓰고 있다. 우리는 한국사회가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무한성장의 탐욕적 세계관을 넘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를 누리는 “새로운 가치의 길”로 도약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교회협은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사회정의, 노동, 평화와 통일, 생태환경, 언론, 교육, 여성, 청년, 장애인, 이주민, 인권, 주거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핵심 정책과제들을 제안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힘쓸 것이다.


20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과 정당, 유권자 그리고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 위에 맑은 영으로 바르게 판단하고 바른 행동과 선택의 길에 서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2022년 1월 2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