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각 언론사 2003. 3. 19
발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제목: 이라크 전쟁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과 성명서 보도요청의 건
2003년 3월 20일로 예측되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전쟁 자체의 파괴적인 의미뿐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위하여 꾸준히 쌓아올린 인류 문명과 희망까지 송두리째 파괴한다는 점에서 그 문제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백도웅 목사)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인명진 목사)는 이번 전쟁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입장을 표명한다.
각 언론사에서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성/ 명/ 서
2003년 3월 20일, 이라크에서 울리게 될 개전의 포성은 인간문명을 야만으로, 인간의 이성과 양심을 절망으로 밀어 넣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전쟁이 조속히 마무리되더라도 인류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엄청난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전쟁은 건물과 사람의 목숨만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명과 자긍심, 희망과 평화까지 송두리째 파괴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전쟁을 주도한 이들뿐만 아니라, 이 엄청난 재앙을 막지 못한 우리들도 하나님 앞에 씻지 못할 죄를 지었음을 고백한다. 이 전쟁으로 인하여 희생당할 생명들을 애도하는 것만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미국의 패권주의는 이제 그 도를 넘어 국제사회가 그 동안 쌓아온 평화에 대한 질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1, 2차 세계대전이 인간의 역사에 남긴 것에 견줄 수 없는 좌절을 인류에게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악의 징치라는 명분으로 이 전쟁을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이 전쟁은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한 국가와 그 국민들,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볼모로 한다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평화를 이야기해도 전쟁을 계획(시편140)하는 자에게는 결국 하나님의 심판 밖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미국은 당장 전쟁계획을 포기하고 평화로 평화를 만드는 방법을 택해야만 할 것이다.
개인과 국가, 모든 이들이 평화를 위하여 더욱 노력하여야할 이때에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지지하고 나선 한국정부의 행보에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국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한국정부가 명분 없는 전쟁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파병까지도 결의한다면, 우리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 국제사회가 어떻게 우리를 도울 수 있겠는가. 한국정부는 당장의 이익 때문에 명분과 실리를 해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이라크 침략을 통해서 한반도에서도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층 높아졌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주변의 여러 관련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일과 함께, 당사자인 남과 북이 함께 지혜를 모아서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함을 다시 한번 교훈 받게 되었다. 북한은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상황의 빌미제공을 하루속히 해소하여야 한다. 남한도 보다 적극적으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나서야만 한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은 우리 스스로 지키고 확보해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며, 뿐만 아니라 이것이 곧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더 큰 용기와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것이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쟁계획을 포기하고 평화로 평화를 만드는 길을 택함으로 인류에 봉사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인류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교회 역시 신앙과 이성의 잣대 아래 전쟁 없는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또한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고 노력할 것이다.
2003년 3월 1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백 도 웅
교 회 와 사 회 위 원 회
위 원 장 인 명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