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송두율교수 사건에 대한 종교인 기자회견

입력 : 2003-10-09 06:15:45 수정 :

인쇄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 사건과 관련해, 무차별적인 색깔 공세와 그에 편승한 반공 이데올로기 공세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음을 우려한 종교인들이, 9일 11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아래와 같은 순서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참석자소개(사회 : 정진우 목사)
  • 인사말
  • 경과보고 및 취지발표
  • 각 종단 발언
  • 성명서 낭독
  • 질의응답
  • 오찬

 

각 종단 발언을 통해서 박덕신 목사(전국정의평화목회자협의회 공동의장)는 지난 8.15 민족대회를 참관하며 북의 변화 의지를 확인하였고, 세계 사회가 그간의 한국 민주화운동 과정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도, 일부 지도층 인사들이 70년대의 분단사고 틀 속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고,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원불교의 박정태 교무(개벽교무단)는 남북 분단의 아픔을 이번 송교수 사건에서 또 한번 느끼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며, 세계평화를 위한 마지막 고리라고 할 수 있는 남북 문제가 서로 간의 이해와 관용 없이는 해결 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이를위해 자비와 사랑의 정신을 가진 종교인들의 역할이 크며, 이번 송교수 사건도 이런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보아주기를 당부하였다.

 

천주교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는 예술가, 철학자, 종교인들은 체제 그 이상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과거 학자적 양심에서 일했고, 현재 과거를 반성하고 있는 송교수를 민족의 이름으로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국가보안법이라는 굴절된 시각만으로, 세계적 석학이고 독일사회에서 성직자보다도 존경받는 직책인 교수를 한낱 웃음거리 정도로 비아냥거릴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불교의 청화 스님은 성명서 낭독에 앞서서, 탕자우화를 이야기하며 송교수에 대해서 돌아온 탕자를 껴안는 심정으로 받아줄 것을 당부하고, 보수 언론의 무자비한 난도질을 경계하였다.

 

남북 평화 공존의 시대가 힘차게 열리고 있는 21세기를 여는 시점에서 이념 갈등과 대결에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와 민족 상생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송두율 교수 문제에 대한 종교인의 생각을 밝히고자 하는 종교인들의 성명내용은 아래와 같다.

 

 

 

민족적 대의로 포용하여 함께 미래로 나갑시다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지금 놀라움과 당혹, 미움과 정략적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미움과 다툼의 지난 시대를 넘어서서 관용과 화해의 새로운 길에 나서려는 이 시점에서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온 국민들이 이성과 관용에 바탕하여 미래로 나아갈 것을 호소하며 우리의 생각을 모아 밝힙니다.

 

 

1. 미움이 민족발전을 발목잡고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남과 북으로 갈려 끝없이 갈등하고 남·북 어디랄 것 없이 모두 억압적 사회체제를 유지하여 민족의 역량은 서로를 깎아내리는 쪽으로 소모되어 왔습니다.

 

  이제 80년 후반부터 움트기 시작한 화해의 분위기는 6.15 정상회담으로 큰 걸음을 시작했고 남과 북이 서로 같이 좋아지는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송 교수가 모든 것을 각오하고 귀국한 것도 이러한 남북관계의 변화와 남쪽이 민주주의와 이성이 성숙한 사회가 되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함에도 이미 지나간 40년간의 일들에 대해 송 교수가 선의에 기초하여 양심적으로 진술한 내용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하여 거물간첩인양 여론재판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슬픈일입니다.

 

  송 교수를 둘러싼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일부 언론 그리고 정치인들은 창조를 지향해야 할 이 21세기에 한국사회를 파괴로 몰아가는 비이성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또한 슬픈일입니다.

 

  지금은 정치는 물론 문화, 사회제도, 그리고 인권의 문제까지도 경제적 측면의 국가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국정원과 일부 언론 그리고 정치권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게 미래로 눈을 돌려 넓은 마음으로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수년 또는 수십년 전에 있었던 송 교수 정도의 문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이를 자신들의 입지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생각을 버리기 바랍니다.

 

 

2. 송 교수가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

 

  국정원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언론과 국회의원을 통하여 짜깁기식으로 공표하여 여론재판을 끝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충분한 재판을 통하여 가려져야 할 진실이 비이성적이고 선정적인 언론보도를 통하여 여론재판으로 끝나고만 어제오늘의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이번 사건이 송 교수를 이 땅에서 내쫓는 것으로 끝난다면 진실은 가려지고 그동안의 민주화 과정을 높게 평가하던 국제사회의 우리에 대한 평가도 과거로 되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분단의 희생자로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믿고 들어온 송 교수를 만일 추방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경직성과 미성숙을 국제 사회에 스스로 드러내는 더욱 부끄럽고 슬픈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국정원과 검찰 등 과거 국가공권력이 저지른 엄청난 잘못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최종길교수 고문치사 사건, 이른바 인혁당관계 인사들에 대한 고문 조작사건 그리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그리외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민주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만행 더구나 국가보안법을 독재정권의 유지수단으로 악용하고 숱한 청년학생들과 민주인사들을 탄압하여 용공으로 조작했던 사실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 밝혀진 수지김 사건과 같은 용공조작 사건은 우리 모두를 참담케 합니다.

 

  참여정부 시대에 여전히 국정원의 수사관들이 이러한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일제시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지난날 역사의 오류를 반복하는 듯한 실망과 좌절을 보며 악몽을 떠올립니다. 또한 실무 수사관들이 여전히 상부에 거짓보고하여 실체적 진실을 왜곡케한 일은 국가와 국민을 속인 엄청난 죄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국정원이 참으로 새로 태어나는 쇄신과 반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3. 대승적인 관용으로 포용합시다.

 

  우리는 송교수가 스스로 밝힌 과거의 행적을 분단시대의 역사적 상흔으로 이해하며 상처받은 지성을 우리 국민 모두는 넓은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은 이미 현격한 경제력의 차이를 보이고 있고 북한도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결의 시대는 가고 남북의 동포들은 서로를 아름다운 미래를 향한 동반자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6.15 정상회담, 철도연결, 경제협력, 그리고 평양관광 등으로 이어지는 남북교류는 최근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북의 응원단이 보여준 부분적 경직성까지도 너그럽게 받아줄 만큼 우리를 성숙시켜가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시대를 거스르는 매카시즘 선풍에 쇄기를 박고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이 사안을 이성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왜곡된 공표와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크게 상처를 받고 고뇌중인 세계적 석학 송두율 교수를 역사적 대의와 민족적 애정으로 껴안고 함께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직자 명단

  • 개신교

권오성 김병균 김성복 나핵집 문대골 박던신 박승렬 성해용 이해학 유원규 이근복 정상복 정진우 최형묵 황필규

  • 불교

법상 법안 부경 일문 장적 종호 청화 토진 혜조 효림

  • 원불교

강해윤 김경일 김대선 김명증 김성근 김현 성명종 송용원 양영인 오정행 이선조 이정택 정상덕 조성천 최서연 최진선 하상덕

  • 천주교

김병상 김택암 나승구 맹제영 문규현 문정현 박기호 안승길 안충석 양홍 전종훈 정진호 함세웅 황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