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만적인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교회와 사회부는 평화의 예수를 따르는 평화의 일꾼으로서 정부의 한국군 추가파병 결정에 대하여 침통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유엔 안보리는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으킨 명분없는 전쟁에 유엔의 명찰을 달아준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소위 동맹국을 향한 파병요구의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 분명해졌다. 그렇지만 유엔의 결의는 이라크인들의 자주권을 배제하고 안보리 회원국의 이해관계에 우선한 결정일 뿐 아니라 미국의 침략을 묵인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였다는 것을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를 파병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을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노무현정부는 지난 16일 유엔의 결의안이 채택되자 마자 이라크의 평화정착을 위해서 국군의 추가파병을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 동안 정부는 미국의 파병요청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으며 국민여론의 수렴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누차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정부가 이미 파병을 미국에 약속해 놓고 수순을 밟아가고 있었으며, 추가파병이 이미 일관된 정부의 입장이었다는 것을 확연하게 드러내었다. 지금까지 파병문제에 관해 국민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이라크 조사단의 기만적인 보고 속에서도 단지 파병을 전제로 하는 형식적인 수순과 절차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오직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아무런 자주적인 대응을 애초 포기하고, 오직 수세적인 대응에 급급해 왔던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UN에 가입되어 있는 엄연한 주권국가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행위 였다. 또한 어떠한 명분도 충족시키지 못한 무고한 파괴와 살상행위였다는 것이 이미 분명해졌다. 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고 이를 영속화하기 위한 전투병 주둔이 아니라 전투병을 철수시키고 이라크의 일상적인 자주권을 원상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라크는 이라크 국민들의 손에 맡겨져야 하는 것이다. 이라크 국민들은 누구도 미국의 지배를 원치 않는다. 추가파병은 조직적인 반미운동과 테러가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아무런 명분도 없는 더러운 전쟁을 위해 미군을 대신해서 대리전을 치르는 것이며 제국주의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한국군을 추가로 파병한다면 미군에게 공격을 가했듯이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아주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러한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경고를 전해오고 있다. 연일 뉴스에 한국의 젊은 병사들이 전사했다는 보도를 접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따라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국군 추가파병을 인정할 수 없고,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추가파병을 언급하고 있지만, 결코 어떠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판하고 있다. 이미 이슬람 회의기구에서는 외국군 파병을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혔고, 이러한 결정이후에 우선적으로 파병을 결정했던 터키에서 테러가 일어났던 것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기업 중동 진출은 물론이고 한국이 테러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단기적으로 얼마 간의 재건복구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주둔 군비와 분담금, 아랍권 전체를 적으로 만드는 상황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 기정사실이다.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하는 것은 국가적 이익에 있어서나 명분에 있어서나 국제적 관계에 있어서나 대한민국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아무런 정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추가파병은 한국이 미국의 종속국이며 더 이상 자주적인 주권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전 평화의 목소리를 높이며 파병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미국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면서 이 부당하고 더러운 전장에 한국군대를 보내는 일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라크 파병은 지금까지 한국이 아랍권에 쌓아온 신뢰를 다 잃어버리고 이슬람권의 저항을 받으면서까지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이에 들러리 설만큼 사활을 걸 필요가 하등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정부는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어떠한 추가파병 논의도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어떠한 형태의 추가파병도 인정할 수 없으며, 이라크 파병은 평화를 사랑하는 이 땅의 교회들과 양심적 신앙인들, 그리고 국민의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교회와 사회부는 평화의 예수를 따라 파병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양심적 신앙인과 교회, 그리고 각계 각층 반전평화의 목소리들과 연대하여 한국군 파병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5:9)
- 정부는 국민의 반대여론을 묵살한 기만적인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라크 파병에 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 우리는 이 땅의 교회들과 양심적 신앙인들, 그리고 반전평화의 목소리들과 연대하여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2003. 10. 19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교회와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