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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차 한.일 외등법 문제 국제 심포지엄 스케치

입력 : 2003-10-29 01:08:1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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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차 ‘한.일 외등법(외국인등록법) 문제 국제 Symposium’이 10월 20일부터 24일 까지 설악한화 리조트에서 진행되었다. 20여년전 재일동포 지문날인 문제를 한국과 일본 교회가 공동대응하면서 시작된 외등법 문제 심포지엄이 올해로 10번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심포지엄을 진행해 오면서, 지문날인 문제는 1993년 ‘영주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지문을 찍지 않아도 된다’는 성과를 얻어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양국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일, 재일교회의 협력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인식 속에서, 논의의 폭을 양국 이주노동자문제로 확대시켜 진행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의 역사책임과 아시아의 화해, 평화, 공생”이라는 주제로 한반도의 평화와 동아시아의 공생 문제로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한국측 대표로는 백도웅 목사(KNCC 총무), 이명남 목사(한국교회 재일동포인권선교위원회 위원장), 성해용 목사(KNCC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진방주 목사(KNCC URM 위원장), 최의팔 목사(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신선 공동대표(한국여신학자협의회), 이두희 총무(EYC) 등 30여명이 참가하였다. 일본 측에서는 스즈키 레이코 여사(일본기독교협의회 의장), 고다 사토루 목사(자유감리교회 의장), 아키바 마사지 목사(일본UCC 일한선교위원회 의장), 이청일 목사(한국인기독센터 의장), 박수길 목사(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등 24명이 참석하였다.

 

  회의 일정은 주제 강연, 한국측 발제 2회, 일본측 발제 2회를 듣고, 조별토의, 종합토의를 거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고, 설악산, 고성 통일전망대, '외국인노동자 샬롬의 집' 기행이 이어졌다.

 

 

국경을 넘어서 더불어 사는 공생의 사회

 

  첫째 날 개회예배에서 이명남 목사는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은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한․일간에도 서로 협력과 일치, 화해와 사랑의 정신을 가질 때에 비로소 그리스도의 나라가 확장될 수 있음을 전하였다.

 

  양국대표 인사에서 백도웅 목사는 외등법 문제의 공동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양국간에 깊은 연대와 협력의 기틀이 마련되었고, 현재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의 공생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에 대해, 모두의 기도와 참여로 이루어졌음을 상기시키며 감사와 격려를 표하였다.

 

  일본측 스즈끼 레이코 여사는 나리따 공항에서의 “불법체류 외국인 추방하자, 집중단속하자”는 문구를 소개하며, 식민지배로 인해 일본에 살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으나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지금도 착취와 괄시 속에 살고 있음을 전하였다. 또한 현재는 ‘외국인 주민기본법’ 제정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을 전하며, 세계와 국경을 넘어서 더불어 사는 공생의 사회, 동아시아의 평화를 만드는 일에 이 모임이 힘을 얻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였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차별과 인권침해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미선 사무처장(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은 “한국사회 외국인력 정책변화와 향후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서, 최근의 한국 이주노동자 정책 변화의 과정과 의의를 설명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하였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상황은 올해 7월 31일 국회에서 통과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04년 8월부터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 내국인을 구할 수 없는 직종에 외국 인력을 합법고용, 노동3권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것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사회의 쟁점이 되어 왔던 외국인 이주노동자 차별과 인권침해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야당의 거센 반발로 ‘연수제 폐지와 고용허가제 실시'라는 애초의 요구가 달성되지 못함으로써, 절반의 제도개선이라는 평가와, 노동3권의 형평성 문제 등의 한계를 가진다.

 

  향후 과제는 연수제의 폐지를 위해서 다시 힘을 모아야 하고,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경제 활력에 문제가 있고, 국제결혼 등 단일민족에 대한 관념이 변해가면서 단지 노동자들로서만 외국 인력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전인적 존재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권리침해 구제활동, 권리감시 운동, 이주노동자 조직화, 교육활동, 이주민들을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 이주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복지 지원 등의 향후 과제를 가진다.

 

 

21C 지속 가능한 한반도.동아시아 복합 평화 거버넌스 모색

 

  박명림 교수(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는 “한반도 평화단상 : 21세기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전과 전략”이라는 제하의 주제 강연을 통해서,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극복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였다.

 

  그는 오늘처럼 한국문제가 ‘한반도-동아시아-세계’의 평화 및 전쟁의 두 길을 가를 진앙으로 작용한 적이 없었다고 진단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6자회담, 다자간의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표명하였다. 또한 북이 핵을 갖는 것은 미국의 MD체제의 공고화와 일본의 유사법제와 같은 보수적 흐름에 도움을 줄 뿐 평화정착에는 장애가 될 뿐이라고 전망하였다.

 

  결론으로 제도, 시장, 민주주의, 문화를 통한 21세기 지속가능한 한반도.동아시아 복합 평화 거버넌스의 모색을 제안했다. 이것은 통합문제로서 평화문제를 다루자는 것으로 3자적 중재의식의 관점이 아닌 우리문제라고 하는 주체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가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내부 수준에서의 민주주의와 평화문화의 창출, 남북관계 수준의 평화협정과 대폭지원, 국제수준의 평화보장체제를 만들어 감으로써 결국엔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물류와 경제의 허브를 넘어서서 평화의 허브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발제에 대한 질의응답 중에는 박교수의 입장에 대해 차이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가지는 한반도 위기의 본질을 북의 핵으로 볼 것인가? 미국의 패권주의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평화의 정착이라고 하는 것이 모두를 인정(박명림 교수:윈-윈-윈 전략)하면서 가능할 것인가? 오히려 각을 세우고 싸워야 하는가?의 선택에 따라 실천 방식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식민지 시대의 민족적 차별과 억압에 대한 참회 요청

 

  일본측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고다 사토루 목사(자유감리교회 의장)는 “일본의 역사책임과 공생사회의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한반도 분단 상황을 초래한 것이 일본의 식민지배에 기인한 것이고, 재일한국인의 문제도 역시 일본의 철저한 반성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즉 일본이 패망하면서 미군과 소련군의 주둔으로 남북의 분단 상황이 고착된 것이고,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돌아 갈 수 없었던 이들, 또는 돌아갔다가 다시 일본에 들어온 이들이 ‘불법 입국자’로 분류되어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일본교회는 철저한 반성과 함께 ‘살이 되어 우리들 안에 깃드는’ 공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외국국적 주민기본법안을 만들어 이 법의 제정을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법의 요체는 재일교포를 포함해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에 재류하는 외국인은 모두 외국국적 주민이며 일본인과 같은 권리, 의무를 갖는 주민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측 두 번째 발제에서 한성현 목사(NCCJ 부의장)는 “재일 한국, 조선인의 현상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재일 한국, 조선인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한국, 조선인 문제의 역사적 유래는 철저히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그 전제이다. 재일동포의 문제는 이전의 일본 식민지 시대하의 민족적 차별과 억압이 해결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데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패전과 조국 해방 후 많은 동포들은 조국으로 귀국했지만, 한반도에서의 냉전 발발에 의한 정치적, 사회적인 혼란과 불안이 고조되어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남아있게 되었고, 일본은 최후의 천황칙령으로써 ‘외국인 등록령’을 공포해 계속해서 재일동포에 대한 억압과 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재일한국, 조선인의 숫자는 계속 잔류자, 그 후손, 난민까지 합쳐서 62만 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이 처한 문제는 대략 5가지 정도로 분류되는데, 제대로 된 경제생활을 위해서는 귀화해야 하고, 일본식 이름으로 밖에 살 수 없는 처지, 민족학교 졸업자는 국립대학에서 수험자격을 얻을 수 없는 문제, 완전 실업률이 일본인의 두 배인 8.5%에 이르는 점, 국적조항을 이유로 아무런 국가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소개하였다.

 

  이에 대해 재일 한국, 조선인들은 여태껏 그랬듯이 몸소 권리 획득과 보상을 위해 자신의 힘으로 싸워오고 있고, 현재는 ‘재일 한국, 조선인 기본법’의 제정을 위해 싸우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국가인권위의 3대 현안은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비정규직 문제 해결 !!!

 

  마지막 발제는 국가인권위원회 유시춘 상임위원에 의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정과 주요사업 소개로 진행하였다. 2001년 11월에 출범한 ‘인권전담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에 ‘인권보호․신장을 위한 제도적 틀’ 마련이라는 큰 이정표를 남기는 사건이었다고 소개하였다. 비록 정부기구지만 정부정책에 구애됨 없이 인권 관련 정책을 건의 하는 기구라는 것이다. 형식상으로는 각 나라별로 운영되는 국내법상의 기구지만 그 모체는 국제인권법이며, 활동의 기본 방향과 내용을 국제인권규범에서 찾을 수 있는 이중적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정은 1993년 6월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의 설립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민간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마침내 2001년 4월, 법무부 산하기관화 시도를 극복하고 제221회 임시국회에서 재적의원 273명중, 찬성 137명, 반대133명, 기권 3명으로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다.

 

  활동 상황을 보면, 현재까지 진정 접수건수는 3,593건이고, 이중 인권침해 해당사건은 2,833건(78.3%), 차별행위 해당사건은 189건(5.3%), 기타가 571건(15.9%)이라고 소개하였다. 주요사업으로는(2002년의 예) 인권보호와 향상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사업, 인권 침해 및 차별행위 구제사업, 교육 홍보를 통한 국민 인권의식 제고사업, 인권향상을 위한 국내외 협력체제 구축사업 등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2003년도 주요 현안으로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비정규직 문제를 3대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 중이며, ‘차별금지기본법(가칭)’ 제정과 ‘국가인권정책실행계획’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우리 자신의 십자가를 지자

 

  종합토의에서는 각 조별 정리자가 먼저 발표하고, 성명서를 위해 전체가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하였다. 2시간 반에 걸쳐서 진행된 토의에서는 공생과 평화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일본 교회가 처한 상황에서 천황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  납치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외등법 심포지엄의 동아시아로의 확대 논의, 일본의 군사화만이 아닌 미국의 군사화, 한국의 이라크 파병까지 포함하자는 의견, 재일동포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문제를 연관해서 신학적 입장 표명 여부, 한국의 11월 16일 이후의 강제단속 문제에 대한 문구 삽입 여부 등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다.

 

  폐회예배에서 미키오 하마노 목사는 “우리 자신의 십자가를 지자”는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주님을 따른 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라고 전하고, 과연 우리의 십자가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재일한국인들의 문제가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십자가임을 선언하였다.

 

  오후에는 설악산 등반이 있었다. 일본측 대표들이 비교적 연령이 높았음에도 금강굴까지 올랐고, 백두대간 자락의 빼어난 가을 설악 풍경을 즐기며, 서로간의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에는 일본측 대표들을 중심으로 오전에 고성 통일 전망대를 방문하여, 남북 분단의 실상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경기도 마석의 ‘외국인노동자 샬롬의 집’을 방문하여, 이정호 신부를 통해, 상담소 소개와 함께 마석 가구단지 외국인 고용업체 중 가장 큰 곳을 방문함으로써 공식적인 일정을 모두 마쳤다.

 

  제11회 외등법문제 국제심포지움은 2005년 일본에서 개최된다. 논의된 말들이, ‘살이 되어 우리 안에 깃들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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