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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제52회 총회 스케치

입력 : 2003-11-18 07:35:49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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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지는 교회 하나되는 민족'이라는 주제로 교회협 제52회 총회가 11월 17일, 서울 연동교회(종로5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각 교단에서 파송된 본회 총대들을 포함해서, 회원교단장, 연합기관장, 지역교회협의회 대표 등의 내빈을 합쳐서 약 200여명이 참석하였다. 특별히 미국교회협의회(NCCC-USA) 로버트 에드가 총무와 일본교회협의회(NCC-J) 토쉬마사 야마모토 총무, 러시아정교회 드리트리 페트로브스키 대외국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이용규 목사와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이홍렬 목사, 문화관광부 오지철 차관이 참석하여 축하의 순서를 빛내 주었다.

 

  이번에 미국교회 대표들의 방문 목적은 지난 6월에 있었던 워싱턴 회의의 답방 형식으로,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 KNCC, 평화포럼의 공동 초청에 의한 것이었다.

 

  세계교회봉사회(CWS) 존 맥큘로프 총무를 비롯한 8명의 방문단은 지난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의 초청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하였으며, 이날 총회에서 방북보고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방문은 미국교회로서는 최초의 북한 방문이었다. 미국 방문단은 14일 최고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조선사회민주당의 의장인 김영대를 면담하였다. 이 자리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4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A. 북미관계, B. 남북관계, C. 6자회담, D. 북한의 인권상황이 그것이었다.

 

  맥큐로프 총무는 질문들에 대한 김 부위원장의 대답을 다음과 같이 전하였다. a. 북미관계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변화시켜야 가능하다. 관계의 정상화는 어느 일방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쌍방간의 합의가 중요하다. b. 남북관계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적대적인 관계에서 이제는 협력과 평화의 관계로 변하고 있다. 스포츠 행사라든지 교류 프로그램들이 낙관적인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c. 미국이 대화와 타협 없이 지나치게 오만한 자세로 임하는 한, 6자 회담의 성공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d. 현재 북한의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상황은 좋지 않다.

  그러나 북한은 국민들의 구체적인 실상들은 보여주기를 꺼려하는 것 같았다고 맥큐로프 총무는 전하였다.

 

  오후에는 회무처리가 있었다. 중요한 사항은 신,구 임원 이취임식, 2002년도 결산보고와 2003년도 상반기 수지상황보고, 2004년도 사업계획안 심의와 예산안 심의, 총회 선언문 채택  등이었다.

 

  제52회 회장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김순권 목사가 선출되었다. 김순권 목사는 41년 생으로, 장로회신학대학을 졸업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를 수여 받았다. 또한 현재는 경천교회 담임목사이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이기도 하다.

 

  새로이 선출된 임원과 감사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 회   장 : 김순권 목사(예장)
  • 부회장 : 신경하 목사(기감), 김민제 사관(구세군), 나명환 목사(복음교회)
  • 서   기 : 이삼용 목사(기하성)
  • 부서기 : 홍영선 신부(성공회)
  • 회   계 : 성해용 목사(기장)
  • 부회계 : 김희원 장로(예장)
  • 감   사 : 정상복 목사(기감), 손명식 사관(구세군)

 

  한편, 총회 시작부터 연동교회 밖에서는 조선족 동포들이 재외동포법과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등에 대한 교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청하기 위한 시위가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총회에서는 이들에 대해 특별 보고의 형식으로 발언의 시간을 주었고, 이 문제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임원회에 맡겨 처리하기로 하였다.

 

  제52회 총회선언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 52 회 총회 선언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03년 11월 17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새로워지는 교회 하나되는 민족”이라는 주제로 제52회 총회를 개최했다. 우리 총회원 일동은 다음과 같은 공동의 이해 속에서 우리의 과제를 결의하고 총회선언문을 발표한다.

 

  우리는 오늘을 위기상황이라 규정한다. 지난 1년,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부도덕한 정치자금문제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서민들의 삶과 대비되어 크나큰 분노를 자아내게 하였다. 또한 보수·진보의 대립과 갈등은 성숙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세계의 정치, 외교, 경제적 혼란은 종전선언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울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북·미 갈등은 한반도와 동북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교회는 화해와 평화를 일구어가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문제에 교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 역시 적지 않은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물질만능주의나 자기중심주의 등 세속적 가치가 교회 내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신앙이 삶의 중심에서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우리는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고, 상처받은 세계의 회복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일들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하고자 한다.

 

1. 우리는 개혁과 일치를 추구한다.

  화해와 평화를 위하여 자신을 버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교회가 화해했듯이, 교회와 교회가, 교회와 세계가, 나아가 온 세계가 화해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참된 일치이며 교회의 중요한 직무이다.(고후5:18) 이를 위해 교회의 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개혁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1. 우리는 현대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하고 도전한다.

  오늘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생태적 구조 안에 스며든 불의의 세력은 매우 강하고 복잡하며 또한 보편화되어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불합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출발을 위해서, 생명 지향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제기된다. 과연 인류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이기와 자만의 바벨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인류의 잘못으로 이 세계는 공멸할 것인가? 우리는 예언자적 사명으로 이러한 질문들을 제기하고 응답하고 도전할 것이다.

 

1. 우리는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해 노력한다.

  정의, 평화 그리고 창조세계의 보전은 선교의 근본적인 표현이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언제나 전쟁과 폭력, 거짓을 조장하는 문화가 만연하고, 인류공동체는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한국교회가 정의와 평화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향상 등을 열매로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는 정의롭지 못하며, 평화롭지 못하며, 우리 삶의 터전인 창조세계의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교회는 정의와 평화,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한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해야 한다.

 

1. 우리는 민중의 주체적 참여를 지향한다.

  다양화로 표현되는 현대사회이지만 다양한 민중의 참여가 제한받고 있는 현실이다. 민중의 참여확대는 역사발전의 큰 흐름이자, 성숙한 사회의 지표임에도 현대사회는 민중을 역사의 중심축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더욱이 소수의 사람들과 자본의 결탁은 의사결정의 소외와 빈곤의 문제를 양산함으로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화의 시대에 가난한 민중의 생존권과 인권보장, 민주의 주체적 참여에 교회는 늘 함께 한다.

 

  우리는 이러한 관심으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다음의 과제들이 시급히 극복되고 개선될 수 있도록 결의한다.

 

1. 이라크에 대한 정부의 전투병 파병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전쟁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불의하다. 이 일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에 가하는 미국의 어떠한 압력도 우리는 불용한다.

 

2.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한국정부가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항구적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이와 유사한 문제는 거듭 발생할 것이다. 더 이상 열강의 간섭에 우리의 안보 문제가 좌우되지 않는 외교정책수립을 정부에 요구한다.

 

3. 불합리한 재외동포법과 이주노동자 관련법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들이 우리의 형제자매와 이웃으로 이 땅에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4. 부도덕한 정치자금 수사는 새롭고 밝은 정치와 사회를 만든다는 큰 틀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관행과 관성을 끊고 당당한 사회를 이루어내기 위한 관련법을 제정 또는 개정할 것을 국회에 요구한다.

 

5.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정경제 파탄에 이은 가정파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도덕적 해이에 기인한다. 카드 사용에 대한 제도개선과 개인파산자에 대한 구제책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국회에 촉구한다. 동시에 사회와 개인의 도덕성 확립을 위해 우리교회도 최선을 다할 것을 천명한다.

 

6. 노사문제로 인한 손배소송에서 기업이 개인의 재산과 권리를 제한함으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자살은 우리 사회의 비정한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는 지체 없이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지향과 당면한 과제의 극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한국교회의 비신앙적 행태를 반성하며, 우리 자신의 나약함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에 의지함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만물을 새롭게 하시겠다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의 위안이자 선교의 목표이다. 이 세계의 지속가능의 유무는 얼마나 새로워지느냐에 달려있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계21:5) “주님, 오셔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

 

2003년 11월1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52회 총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