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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민 이등병,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귀대 거부

입력 : 2003-11-21 05:59:04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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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월 21일) 오전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긴급하게 '이등병의 편지, 이라크 파병은 절대로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강철민 이등병의 양심선언이 있었다.

  강 이등병은 지난 17일, 4박 5일의 일정으로 첫 위로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이 자대 복귀일이다. 하지만, 강 이병은 자대에 복귀하는 대신,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또한 국가 방위를 위한 군대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번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형식으로 발표한 양심선언에서,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군의 사명에서 벗어나서,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한다는 것은 군 최말단인 이등병이 볼 때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 생각되어 오늘 이 자리에 서게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하였다.

 

  또한, "어제는 이러한 저의 생각을 가족들과 마주앉아 이야기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말씀드릴 때마다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쳤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병결정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자식 잃은 모든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칠 것 같았습니다."라며, 이번 행동이 깊은 고민의 과정을 통한 결정이었음을 밝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 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양심선언에는 오종렬 의장(전국연합 상임의장, 파병반대국민행동 공동의장), 정진우 목사(목협 정책위원장), 임종인 변호사(민변), 김수정 변호사(민주노동당 인권위원), 조순덕 의장(민가협 상임의장), 한홍구 교수(성공회대학교) 등과 함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 성공회대 학생들, EYC, KSCF가 함께 하였다.

 

  지지 발언에서 모두의 한결같은 입장은, 현실 군법에 의해 받게될 처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부모 된 심정에서 정말로 말리고 싶은 착잡한 마음이지만, 이러한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군 최고 통수권자가 헌법을 위반하는 사항에 대해, 군 최말단이 이의를 제기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이 일이 널리 알려져, 반드시 이라크 파병 결정이 철회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하였다.

 

  강 이등병은 기자회견 후 자신의 의지를 알리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고, 농성장으로 KNCC 인권위원회에 보호를 요청해 왔다.

 

  이에 KNCC 인권위원회는 기독교회관 708호에 농성장을 마련해 주고, 함께 연대하여 이라크 파병저지에 힘을 모아가기로 결정하였다. 변호인단 역시 자신을 희생하는 귀한 용기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하였다.

 

  아래는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된 선언서의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

 

강 철 민

 

대구 산골의 촌놈으로 태어나 산이고 들이고 동네 산 천지를 뛰어다니며 비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으며 돌아다닌 저를 보시고 동네 어르신들이 욱수골 타잔이라 불러주셨습니다. 욱수골 타잔 생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별명입니다. 욱수골 타잔으로 불리던 제가 나이가 차서 어련히 가야한다는 군대라는 곳에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나마 운전밖에 없어 운전병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여름의 길쭉한 태양과 걸쭉한 소낙비를 맞으며 군사 훈련을 끝내고 또한 운전 훈련을 끝내고 전라도 장성에 있는 상무대라는 곳으로 자대를 배치 받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군대라는 곳에 입대한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편지를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는 까닭은 이등병인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라크 파병이라는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도 적지 않은 고민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리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은 우리 군대의 장교는 물론이고 사병들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군인으로써 그러한 죽음을 두려워서가 아니라 아무런 명분도 도덕도 없는 제2의 베트남전에 우리의 군대가 파병되어 이라크 국민을 죽이고 또한 죽어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군대에 갔다 오신지라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우리 군의 역할을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자국의 군대가 자국의 국토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 이외에 침략전쟁의 도구로 쓰여진다면 그것은 이등병인 제가 아니라 어느 누가 보아도 틀린 결정이라 생각됩니다. 아직 배우고 익혀야할 군인인 제가 이렇게 군에 관한 문제를 조심스럽게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님께 이야기하는 것은 다시 한번 이라크 파병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자주국방의 원칙에 맞게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입니다.

 

어제는 이러한 저의 생각을 가족들과 마주앉아 이야기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말씀드릴 때마다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쳤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병결정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자식 잃은 모든 부모님의 눈동자가 저의 가슴을 칠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느껴지셨는지 나중에는 부모님도 저의 의견에 더 이상 말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준 저의 동생의 말 한마디가 저에게 많은 힘이 되 주었습니다. 저는 참 불효자입니다.

 

저는 이라크전쟁 파병을 반대합니다.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분들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아직 군 생활이 많이 남은 한국군의 일원으로써 침략전쟁인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이러한 상황이 파병 철회로 바뀔 때까지 수없이 고민한 농성을 시작할까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겨울 모든 분들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1981. 11. 22. 대구출생.

대구가톨릭대학교 철학과 00학번

전라남도 장성 상무대 육군보병학교 근무지원단 운전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