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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합기구 통합에 관한 KNCC 총무와 여성위원들간의 간담회

입력 : 2003-12-17 06:55:54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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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예장(합동) 총회장의 여성비하 생명경시 발언(11월 12일, 총신대 채플설교)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던 KNCC 여성위원들은 그 연장선상에서 한기총과의 기구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KNCC 총무와의 간담회를 12월 17일 교회협 총무실에서 가졌다.

  간담회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문숙 목사(KNCC여성위 부위원장)는 "물의를 일으킨 임목사는 현재 통합 논의의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교단장협의회의 공동대표중 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연합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번 발언을 개별 사건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일치논의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본다." "이미 여성안수를 실현한 교단들조차 여성지도력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여성안수와 참여를 반성경적이라고 매도하는 교단을 포함한 기구와 KNCC가 연합할 경우, 여성차별이 지속되거나 심화될 것이기에 두 기구의 통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재의 연합논의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치운동은 교회내 차별구조 철폐와 병행되어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들을 전달하기 위해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백도웅 목사는 "KNCC는 공식적으로 18인 위원회나 다른 어떤 단체로부터도 기구 통합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들은바 없다"고 전하고, "단지 대화를 나누는 것을 허락한 것이기에, 최근에 보도되고 있는 정관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은, 협의와 논의의 과정을 중시하는 KNCC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하였다.

 

  만약 정관을 만든다고 한다면, 각 회원교단의 노회(연회)와 총회의 결의를 거치고, KNCC안에서도 조율이 끝나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외부에서 KNCC가 이번 연합운동에 소극적이라고 보는 견해에 대해, 에큐메니칼(교회일치) 정신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KNCC는 지도자들 몇 명이 합의해서 외형적 기독교 대표체를 만드는 기구통합 운동을 지양하고, 아래로부터의 참여과 교회개혁을 통한 진정한 의미의 일치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성위원들도 이와 같은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공동대표로 있는 교단장 중심의 연합논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고, 차후 논의 과정을 진행하는데 있어서는 여성과, 청년 등 교회의 제 주체들이 참여하는 건실한 연합운동을 전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백도웅 총무는 여성위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교회 내에 진보와 보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견해를 피력하였다. 예를 들어 한쪽은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고, 다른 한쪽은 파병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외형적인 기구 통합에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내분만을 격화시킬 뿐 진정한 연합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리고 연합과 일치의 올바른 방법은 '다양성 속에 일치'의 정신으로, 강력한 리더쉽 체제가 아닌, 논의와 협력의 과정을 밟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날 전달된 KNCC 여성위원회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다.

 

  • 통합논의는 상층부를 넘어선 교회들의 일이 되도록 해야한다.

  두 기구가 '하나됨'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리고 '하나'만이 좋은 것도 아니다. 분열이 죄이기에 진정으로 '하나'를 이루고자 한다면 하나를 이루는 '과정' 자체를 중시해야 한다.

 

  현재 논의의 주체가 되는 교단장 협의회, 18인 위원회, 9인 위원회는 한국교회의 남성주의, 교권주의, 권위주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바로 상호수용의 열린 자세에서 일치의 영성이 길러진다. 교단장 중심의 논의구조가 유연성, 내적 일치를 위한 자발적 참여,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열린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속히 교권중심의 논의가 확대되어 교단, 단체, 교역자 등 다양한 그룹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통합논의 '과정'을 위한 '새 틀'이 마련되길 바란다.

 

  • 교회개혁을 위한 일치운동을 바란다.

  통합논의 과정은 한국교회가 평등한 파트너 그리고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사회에서의 교회의 영향력을 상실해 가는 오늘, 교회의 본질을 재발견하고, 윤리와 신앙을 회복하며, 변화하는 세계가 요청하는 선교과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 논의 '과정'에 여성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여성을 소외시킨 통합논의는 용납할 수 없다. 통합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후 여성참여 30%를 실현하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두 기구 연합 일치 논의 '과정'자체에 여성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 교단장협의회 대표회장직 건과 관련하여

  교단장협의회는 그 동안 이 일치논의 과정에서 중심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구조에 여성비하 생명경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있는 임 총회장이 연합과 일치논의 구조에 중대한 역할을 맡는 것을 반대한다.

 

  • 향후 KNCC회원교단 감독회장, 총회장, 총무들께 이 같은 여성들의 뜻을 전달해주고, 여성들이 직접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