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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신부 구속에 관한 기독교계 인사 기자회견

입력 : 2004-02-17 03:44:49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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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신부 구속 기독교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상근, 박덕신, 유경재, 문대골, 오충일, 김재열)는 향후 대책활동 설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오늘(2월 17일)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가졌다.

 

대책위는 지난 2월 28일 '이재정 신부를 위한 기도회'후 꾸려졌다. 아래는 오늘 발표된 향후 계획과 기자회견문의 전문이다.

 

① 이재정 신부의 진실 알리기 운동 - 홍보물 제작· 배포, 온라인 홍보

② 재판 방청활동

③ 재판부 탄원서 제출

④ daum 카페 “재정사랑” 운영

⑤ 진정한 정치개혁과 이재정 신부를 위한 기도운동 - 릴레이 기도

⑥ 지속적인 면회활동

⑦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항의

 

 

기자회견문

이재정신부 구속기소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는 부족하지만 분단과 독재, 불의로 얼룩진 한국현대사 속에서 그리스도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며 이 땅에 민주화와 인권신장,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노력에 참여해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의 자리에서 온 국민과 더불어 작금의 부패한 정치 풍토가 맑고 투명한 새로운 정치로 거듭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앙의 동지인 이재정 신부가 불법 정치자금으로 언론매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후 구속 기소되는 전 과정을 남다른 고뇌와 아픔으로 지켜보아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회견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많은 고민과 기도, 성찰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우리의 회견이 또 다른 오해와 이재정신부의 자기희생적 신념에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깨끗한 정치를 갈망하는 많은 국민들의 그 뜨거운 열망에 대한 거부로 비쳐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망설임 끝에 이렇게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단지 이재정 신부 한사람의 안위의 문제를 염려해서만은 아닙니다. 또한 실추된 한국교회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만도 아닙니다. 오늘 우리의 회견은 진정한 정치개혁과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정략적 발상을 넘어선 진실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과 성숙한 정치의식을 지닐 때 가능하다는 우리의 신념의 발로입니다.

 

    정치 개혁은 시대의 대세이며 우리 역사의 절대절명의 화두입니다. 너무도 오랫동안 부정하고 부패한 정치가 국민들을 괴롭히고 우리 역사의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정치개혁의 물결이 더욱 거세져서 진실로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새 역사를 소망합니다. 그 일을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재정신부가 구속 기소되는 전 과정을 지켜 본 우리는 참으로 큰 염려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개혁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와 수사목적만을 탐하는 검찰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수시로 피의사실 유포금지라는 기초적 법 상식조차 무너뜨리며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들의 목표에 도달하려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로 쉽게 아물 수 없는 억울한 상처를 한국교회와 이재정 신부에게 입혔습니다. 검찰의 공소장 어디에도 이재정 신부가 죄를 지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무리한 인신구속을 감행한 것은 검찰권의 대표적 남용이라 할 것입니다. 선거를 치루는 정치인이 정치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이 죄가 된다면 그리고 당시 민주당 총무본부장인 이상수 의원과 상의한 것이 죄가 된다면 세상에 어떤 선거, 어떤 정치가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백보를 양보해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면 이는 이재정 신부가 아닌 당과 후보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 검찰도 이미 확인했듯이 단순히 전달받은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은 채 당으로 보낸 이재정 신부가 책임질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무리하게 억울한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어 정치개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야말로 참으로 반개혁적 발상이며 무모하기 이를데 없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도 한국정치의 개혁을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이재정 신부의 삶과 인격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이재정 신부 스스로는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더라도 그래서 성직자이며 정치인으로서의 모든 것을 잃더라도, 그 일을 통해 정치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그런 역할을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실에 기초하지 않은 개혁이란 또다른 정치적 기만이며 국민을 속이는 무서운 죄가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기만에 기초해서 이룰 수 있는 역사의 전진이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억울한 희생을 국가권력의 강제를 통해 이루려는 세력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 하늘의 심판을 받게 마련인 것을 두려운 심정으로 경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진실은 재판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 재판이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법체계나 국민적 상식으로 볼 때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는 것쯤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재정신부가 구속될 때 “증거인멸” 운운하는 것을 보고 무슨 대단한 증거가 숨겨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공소장 어디를 보아도 그런 증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검찰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검찰 스스로 인멸할 증거를 찾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 명백한데 무슨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겠습니까?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가 도주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을 정말 검찰이 모른다면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우리는 또한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의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합니다. 그동안 보여준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재정신부의 구속으로 입은 한국교회의 상처는 이 신부의 개인의 고통을 넘어 이후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는 지금 매우 중요한 고비에 서 있습니다. 진정한 정치개혁을 통해 정략과 술수와 기만이 난무하던 낡은 정치를 마감하고 진실과 신의를 기초로, 국민을 향한 봉사의 정치, 맑고 깨끗한 투명한 정치로 거듭나 21세기 미래 사회의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구태의 썩은 정치로 함께 몰락해 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디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하나님의 지혜와 은총이 함께 해서 우리 정치가 새로운 희망을 꽃 피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또한 미력이나마 이 일에 함께 할 것입니다.

 

2004년 2월 17일

 

강문규(지구촌 나눔운동 이사장), 권호경(목사, 전 CBS 사장), 김동완(목사, 전 KNCC 총무), 김상근(목사, KNCC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 김성수(주교, 성공회대학교 총장), 김재열(신부, 전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김재헌(주교, 전 대한성공회 관구장), 김종희(목사, 경신고등학교 교목), 문대골(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 사회위원회 위원장), 박덕신(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 박전개(목사, 전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박용길(통일맞이 고문), 박형규(목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오재식(전 월드비전 회장) 오충일(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유경재(목사, 안동교회), 이성덕(전 구세군 사령관) 이세중(전 대한변협 회장), 이해동(목사, 인권목회자동지회 회장), 전병호(목사,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 부회장), 정철범(주교, 대한성공회 관구장), 조승혁(목사, 기독교사회산업개발원 원장), 조화순(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원로목사), 한승헌(전 감사원장) 외 교계인사 다수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