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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모성보호- 5월 월례강좌

입력 : 2004-05-28 01:39:28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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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지내며, '이주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모성보호'를 주제로 KNCC 창립 80주년 기념 월례강좌가 5월 27일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개최되었다.

KNCC 여성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인 여성이주노동자가 당하고 있는 숨겨진 현실을 살펴보고, 새롭게 확보되어야할 법제도의 문제, 그리고 아동 보육을 위한 지역교회와의 연계방안 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임흥기 목사(KNCC 부총무)는 "이제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인 이주노동자 그 중에도 특별히 여성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좋은 배움과 다짐의 기회"가 되기를 당부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미선 사무처장((사)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 後身)은 "여성의 권리-자녀출산과 의료지원정책"이라는 주제로 여성이주노동자들의 의료 현실, 자녀출산과 모성보호의 문제, 의료지원 현황과 이후 과제 등에 대해 발제했다.

 

발제를 통해, 우리사회 외국인이주노동자 등장 초기에는 20~30대의 젊은 남성층이 다수를 이루었으나, 지난 10여년 동안 여성 이주노동자의 수도 꾸준히 늘어 2002년 10월말에는 11만 7천여 명으로 집계되어 전체 외국인력 중 35%에 이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1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반수 이상이 공장노동자(54.3%), 나머지가 식당일(18.5%), 가정부(11.7%) 순으로 조사되었고,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7.46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 44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응답자 중 과반수가 사방 2m가 안되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주거환경, 언어소통의 문제, 심리적 불안, 병원이용의 문제 등으로 인해 병을 키우거나 방치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문제는 올해 8월부터 실시되는 고용허가제에서 의료보험 강제적용 후에도, 업주와의 관계문제, 의료비 본인부담 강요 문제 등 개선되기 어려운 의료현실임을 지적했다.

 

또한, 외국인들의 장기체류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족구성의 욕구인 임신과 출산 문제 역시 우리 사회와 교회가 관심 가져야 할 사항임을 상기시켰다.

 

임신한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을 가지지 못해 조산의 가능성이 높고,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으로 인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은 치명적인 해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2003년에 임신, 출산 관련 의료비지원 154건 중에 자연유산 4건과 사산 5건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법제도의 문제점으로는 출생 1달 후부터는 불법체류 신분이 되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문제, 연수생의 경우 아이를 낳으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중절수술을 받게 되고, 중절수술 후 충분한 휴식 없이 일하게 되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점 등 근로기준법상의 모성보호 조항을 온전히 적용 받을 수 없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올해 8월이면 고용허가제 전면실시로 합법적 취업이 가능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 보장되고, 직장의료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고는 하지만, 임신의 경우 출국의 우려가 있고, 모성보호에 대한 교육과 지원체계를 세워야 하는 문제들이 현 상태에서는 당국에 의해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으며, 외국인 가정의 자녀에 대한 거주권과 교육권 문제가 연구과제로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이후 과제를 전망했다.

 

"아동의 권리- 보육·교육시설"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최진영 국장(이주여성인권센터)은 외국인 가정 자녀들의 보육과 교육의 어려운 현실들과 제도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병원비가 건강보험 적용시보다 4~5배 가량 높은 진료비를 내야하는 데서 출산을 위한 병원 이용의 어려움이 있고,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보육에 있어서도 발육장애를 겪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하고, 출산가정 지원을 위한 여성쉼터와 가정방문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보육을 위한 법제도의 문제점들로는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지 않으면 자녀도 불법체류자로 간주되어 불법체류기간에 따라 범칙금이 부과되고, 육아를 위한 보육비나 의료혜택 등 사회 보장관련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으므로 육아에 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태어난 지 한 달 안에 고국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교육권 보장의 문제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은 외국인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 인권보호 차원에서 취학을 허용하고 있으나, 2003년 5월 기준으로 취학한 아동은 205명에 불과하다. 이는 편입학 여부가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불법체류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자녀가 점점 많아지면 새로운 사회문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발제에 이은 전체토론에서 나온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이주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 차원에서 여성부가 앞장설 수 있도록 실태조사와 교육 등을 제안하자.
  • 외국인 밀집 지역별로 대안학교의 설립과 교육부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
  • 지역 교회들이 외국인 자녀 보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자매 결연 사업을 하자. (이는 외국인들이 시간이 없는 점과 분유의 종류, 연령대별 종류가 다른 점 등을 고려해서 여성이주노동자 지원센터와 연계해서 물품이 아닌,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이번 강좌를 계획하며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생각은 이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더 이상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소외된 계층으로 남아있는 이들에 대해 교회의 올바른 선교적 과제를 모색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