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으로 더욱 공론화 되었고, 이것이 단지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전ㆍ평화를 외치는 젊은이들에게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했으며,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궁극적으로는 대체복무제도 입법 행위로 풀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에 본 위원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자 금번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토론회는 유경동 감신대 교수가 '소수자 문제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사회정의와 인권의 문제'에 대해, 김수정 민변 소속 변호사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에 대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지지자가 본 반대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각각 발제를 맡아다.
유경동 교수는 발제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는 이제 국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해야하는 상황에 온 것이라고 하면서, 기독교인들은 이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지난 5월 21일 법적 공방 이후 나타난 국민적 관심을 7가지로 정리했는데, 1) 남북대치상황과 연관된 국가적 안보와 국가존립, 2)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 3) 과거 한국사회의 국가주의와 군사주의와의 연관, 4) 대체복무제 자체의 정의의 형평성, 5) 유엔인권위 권고 등 국제적 추세, 6) 기독교의 정통과 이단문제, 7) 반전 평화, 생태문제와 연관된 인권적 맥락 등.
그러면서, 유 교수는 한국의 다수파 개신교가 신앙 양심적 집총거부자 문제나 전쟁 자체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빈약했던 것에 대해 지적했다. 한 예로 1959년에 홍현설 박사가 이에 대해 "평화주의자나 비평화주의자는 소명의 차이일 뿐 쌍방의 신념은 다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지금까지 더 이상의 논의가 발전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퇴보된 것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가 부여하는 도덕적 의무사항의 원칙에 대해서는 "국가의 도덕 철학의 권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국가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의 배려와 이들에 대한 유연한 국가의 공공정책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병역거부자 개인에 대해 국가나 사회의 도덕성이 이들의 공적 책임을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는 국가와 개인이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전쟁과 관련된 인간생명을 중시하는 개념, 즉 인권과 연관되어 있으며, 동시에 그 인권이 존중되어야 할 정의론과 관계있다고 하면서, 리차드 로티의 '인권문화'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인권을 개인적 사안으로 보지 않고, 개인과 그 공동체가 함께 연대하는 성숙한 모습으로서 "더 많이 서로에 대하여 느끼는 것", 즉 상호존중이라고 말했다.
결어를 통해, 유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병역'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안보'라는 동질 개념으로 병역문제를 고착화해 소수자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과 갈등해소에 따른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인정하여 이들을 사회복지시설에 투입함으로써 사회 내적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수정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문제는 '종교와 참화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기독교의 평화 전통 속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1776년 펜실바니아 주헌법으로 '집총거부권'이 정해졌으며, 1차 세계대전중 1917년에는 병역법으로 종교적 분파, 신조, 원칙에 따라 전쟁참여가 금해진 평화교회(메노나이트파, 제칠안식일파, 퀘이커, 여호와의 증인) 교인들에게 병역면제가 인정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중에는 평화교회파 소속이 아니더라도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개인의 내적 결단을 중시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었고, 베트남전이 진행중이던 1967년 징병법에서는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신념까지도 요구치 않게 되었다고 했다. 유럽 또한 유사한 상황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으며, 1967년 유럽의회 평의회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개인의 권리'로 선언했다고 말했다.
최근 분쟁지역인 대만, 이스라엘 등지에서도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가 실시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김 변호사는 대만과 독일의 경우 대체복무제도입으로 가장 큰 실제적 효과로는 사회복지시설, 교육, 의료, 환경 관련 시설의 인력배치로 국가의 사회복지보장 수준의 질적 향상을 언급했다. 그리고 1998년 4월 유엔인권위원회가 결의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마그나 카르타'인 77호 결의안을 소개하면서, 지난 9월 22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외 22명의 발의로 17대 국회에 제출된 "병역법 중 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들이 확산되어, 한국 정부가 국제법 의무를 위배치 않고,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예외없이 무거운 형별로 처벌하는 등의 인권유린에 하루속히 종지부를 찍어줄 것을 촉구했다.
한홍구 교수는 발제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보수적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특혜가 아니라 특정 종교에 대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박해와 차별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한국 교회는 자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시 국방약화 논리를 펴는 것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는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상근예비역, 전ㆍ의경 등 대체복무인력이 20만명이 넘고 있기에, 결코 병력 자원의 부족을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체복무제도의 실시는 병역제도의 형평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 실제로 징병대상자의 60%만이 현역 복무이고 나머지 40%는 현역 복무자가 아니라고 했다. 한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는 오랜 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 온 국가주의, 군사주의와 직결된 문제라고 하면서, 이제는 징병제를 민주주의 발전, 시민사회의 성숙, 경제발전, 남북관계 개선에 걸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기독교의 평화 전통 속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깊은 논의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필요함을 공감했다. 그리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문제를 이단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기독교 평화와 정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과, 서구국가가 전쟁 속에서 나타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어떻게 권리로 인정했는지, 그리고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의 국내법 적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병역법 중 개정 법률안"에 대한 토론이 필요함을 공감했다.
이에 KNCC 인권위원회는 우리 정부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소수자의 인권과 정의' 차원에서 인정하고, 병역법 개정을 통해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의 도덕성과 개인의 인권'이 상호 존중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