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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에큐메니칼 선교정책협의회 스케치

입력 : 2005-02-22 05:41:35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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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KNCC 에큐메니칼 선교정책협의회가 2월 21일에서 22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수유리 크리스챤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협의회는 해방 60주년을 맞이하며,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 해방 60년과 한국교회"라는 주제 하에 "해방60년 - 현대사 바로보기", "에큐메니칼 운동과 한국교회"라는 2번의 강의와 함께, 에큐메니칼 영성에 대한 성서적 전거를 찾아보는 아침기도회, 조별토론, 종합토론 등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KNCC로서는 2년 임기의 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된 시점이기에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현 시점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확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취지로도 이번 자리를 마련하게되었다

 

첫 강연을 맡은 안병욱 교수(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는 지난 20세기 한국사회는 일제 식민통치, 민족분단, 동족상잔 전쟁, 독재정권의 폭압 등 파행적으로 전개된 역사과정 속에서 수많은 부정적 유산들이 형성·축적되어 현재까지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남북관계 발전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런 이유로 해방 60년을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과거청산 문제'는 미래 한국사회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청산해야될 주요 유산들로는 첫째, 일제식민 지배로 인해 형성된 요소들을 제거하고 민족사의 올바른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문제, 둘째, 한국전쟁과 그 전후의 이념대립 과정에서 행해진 수많은 집단 학살을 둘러싼 갈등의 극복과 화해 문제, 셋째, 독재정권이 자행한 국가 폭력과 수많은 인명살상, 인권유린 행위들을 사법적으로 처리하거나 역사적으로 심판하고 또 파생된 왜곡된 가치관을 바로잡는 문제 등이 과제로 제기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서 안교수는 과거를 바로잡자고 하는 것은 단지 단죄나 정죄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가능한대로 진실을 밝혀내어 우리 사회의 성숙한 발전을 위한 화해의 목적이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서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그럼에도 그 구체적 마지노선은 분명하게 그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두 번째 강연에 나선 양권석 교수(성공회대학교 부총장)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파적 교회일치라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서서, 모든 피조물의 일치와 화해를 지향하는 보편적 차원을 더욱 강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변화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감각을 가져야하며, 현 에큐메니칼 운동의 갱신을 위한 주요 과제 역시 이러한 '에큐메니칼 학습의 풍토'를 되살려 내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양교수는 현 시대를 '지구화'라는 한마디로 정의하고, 지구론자들이  지구가 압축된다, 지구적 의식이 성장한다고 말하며, 단일한 가치와 단일한 정신이 지배하는 일체화된 지구를 꿈꾸는 가장 극단적 형태의 일치 운동을 추구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은 과연 우리가 추구하는 일치운동은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문제의식과 함께 그 차이점을 분명히 해야 할 때라는 점을 밝혔다.

 

한국사회 역시 IMF이후 "사회적 통합력의 급격한 약화", "가난한자와 약자 배제의 합법화", "소수자 집단의 다원적 등장" 등 공동체성에 대한 허무주의와 약자들에 대한 배제를 합리화하는 주요 특징들로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이에 우리의 과제는 첫째, 자본주의 지구화의 허무주의적 일치 논리에 대항하는 교회일치 신학을 재정비 해야하고, 둘째, 지구화 과정에서 무너진 한국 사회를 새롭게 통합해 갈 수 있는 신학적, 실천적 노력을 수행해야 하며, 셋째로 배제된 가난의 목소리가 다시 우리 사회에 도전하는 목소리로 들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다양한 소수 집단들과 공존하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법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서적 전거로 살펴 볼 때도, 결국 현 세태는 십자가를 스스로 지는 예수의 십자가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자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십자가를 지게 하는 황제의 십자가가 지배하는 세계가 되어 있다고 고찰했다.

 

양교수는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은 이제 죄책 고백을 통한 '철저한 자기반성', 지역과 사회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대화와 소통체계의 개선', 공동체적 성서읽기를 통한 에큐메니칼 학습체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어진 조별 토론에서는 교회와 사회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와 앞으로 KNCC가 에큐메니칼 영성의 회복, 소통체계, 참여, 재정 등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가야 할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첫날 일정을 끝냈다.

 

둘째날인 22일은 에큐메니칼 영성에 대해서 고찰하는 아침기도회, 전체토론, 폐회예배 순으로 정책협의회 전체 일정을 마쳤다.

 

"에큐메니칼 영성 : 실지회복이냐 궤도 수정이냐?"는 제목으로 강의한 김창락 교수(한신대학교)는 과거 WCC 총회 주제들을 검토하며, 에큐메니칼 운동은 전통적으로 이 땅의 정의와 평화 화해 등 삼위일체중 그리스도 중심적 신학으로 진행되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52년 빌링엔 세계선교 대회 이후, 교회사에서 종말론 신앙이 약화되면서 함께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성령에 대한 논의가 에큐메니칼 운동사에서 점차로 확대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하며, 우리 역시 성령의 활동과 도움에 대한 신앙을 회복해 가는 것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발전에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성서적 고찰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진 전체 토론은 각 조별토의 내용에 대해서 보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리된 문건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며. 이후 KNCC 사업에 반영되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