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최초로 한반도에서 열린 남북교회 공동행사라는 점에서, 또한 이전과 달리 교회 지도층 중심의 행사가 아니라 일반 신자들이 행사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번 기도회와 성가제는 24일 오후 7시,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남측 대표단 200명, 북측 대표단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행사시간이 되자 문화회관 중앙 출입구로 북측 대표단의 모습이 보이자 200명의 남측 대표단은 일제히 일어나 환영의 박수가 터뜨렸다. 분단 60년만에 남과 북의 신자들의 만남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행사는 1부 기도회, 2부 성가제로 진행되었다. 1부 기도회는 남측 KNCC 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나핵집 목사의 인도에 맞추어, KNCC 총무인 백도웅 목사가 환영인사와 축사를 하고, 봉수교회 담임목사인 손효순 목사가, 남측은 KNCC 평화통일위원장 이명남 목사가 각각 대표기도를 맡아 남과 북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이어서 KNCC 회장인 신경하 감독회장의 설교와 KCF 중앙위원회 위원장 강영섭 목사의 말씀이 이어졌다. 신경하 감독회장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의 특권이자 의무이며 이번 기도회를 통해서 이 일에 앞장서온 우리 남북 그리스도인들의 의지를 6.15 공동선언의 실천으로 이어나갈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강영섭 목사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은 간결하고 통속적이나 이 여섯 음절 안에 어떻게 우리가 통일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오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에,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뜨거운 눈물로 기도하고 노력한다면 하나님의 뜨거운 역사 하심이 반드시 임하실 것이며 참 평화가 올 것을 믿는다는 말씀을 전했다.
남과 북의 기독교인들은 KNCC 임원인 윤문자 목사가 낭독한 공동기도문을 통해서 “6·15 공동선언이야말로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민족의 지표이며, 신실하신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증표”임을 기도하고, 이어진 공동선언을 통해 6.15 공동선언의 이행과 평화통일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남측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이두희 총무와 북측 KCF 중앙위원회 리성숙 전도사가 함께 낭독한 공동선언문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남북 그리스도인이 의지를 담았고, 또한 최근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대한 남북교회의 의지를 담아 이 문제에 대해 남북교회의 시각이 다르지 않음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이번 기도회와 성가제가 6.15 <민족통일대축전>까지 오늘의 찬양이 이어져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기운이 우리 강토 전역에 퍼져 가기를 기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어진 성가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감명 깊은 시간이었다. 남측은 동광교회 성가대와 감리교 청년회 중창단, 구세군이 참여한 가운데 독창, 크로마하프 연주, 합창 등이 진행되었다. 북측에서는 남측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봉수교회 성가대 7명이 독창, 중창을 선보였는데 열정적인 찬양으로 남측 교인들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성가제는 금강산 문화회관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합창함으로 마무리되었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일하러 가세, 일하러가”라는 내용의 찬송으로 참석자 모두는 통일을 위해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하였다.
한국교회는 지난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 공조의 3대 노선에 대한 지지에 이어, 이를 위해 모든 민족성원이 참여하는 통일운동이 필수임을 천명하였다. 또한 당시 제3국에서 제3자의 중재로 이뤄지던 남북민간교류가 우리 땅에서 민족이 주최가 되어 만남과 협력을 지속함으로 진정한 민족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6.15 공동선언 이후 꾸준히 민간교류가 이어져 오고 있고, 이미 노동, 농민, 청년 등 많은 부문이 이런 의미의 공동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다른 부문에 비해 교회간 공동행사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민간교류를 개척해 온 남북 교회의 그 동안의 역할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다양한 교류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가능케 한 행사라는 것이 참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행사는 저녁 9시에 시작된 공동만찬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스도인들은 밥상공동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식사기도를 맡은 허강 장로(서울복음교회)는 “아직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통일의 밥상을 함께 나누며 곧 이루어질 통일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였다. 기다린 세월에 비해 하루저녁에 치러진 행사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지만, 이런 행사가 계속 이뤄지기를 바라는 참석자 모두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아래는 이번 행사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채택한 선언문의 전문이다.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금강산 기도회 공동선언문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자는 복이 있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5:9)
평화의 왕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 온 우리 남북/북남 교회는 해방 60주년이자 6?15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올해에 민족의 명산 금강산에 모여 기도회와 성가제를 갖고 다음과 같이 우리의 하나 된 마음을 밝힌다.
- 올해는 남북/북남 정상이 얼싸안고 6·15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5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6·15공동선언은 분단극복과 민족화해를 위한 통일의 대장전이다. 어떤 난관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6·15 공동선언은 이행되어야 한다. 평화의 일꾼으로 부름 받은 우리 남북/북남교회는 6·15 공동선언의 실현을 위해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할 것이다.
- 우리 남북/북남 교회는 이번 기도회와 성가제를 통하여 어떠한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도 이 땅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며, 평화를 세우는 일이야 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귀중한 사명임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우리는 남북/북남 교회가 손을 잡고 반전평화를 위해 힘차게 나설 때 이 땅의 평화뿐만 아니라 진정한 세계 평화가 실현 될 것임을 믿으며, 온 양심적 평화세력과 함께 할 것이다.
- 우리는 이 땅의 운명과 직결된 최근의 동북아 정세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역사 왜곡을 통하여 군국주의의 부활과 우리나라 재침을 시도함으로써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를 자기 영토로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남북/북남 교회는 이 같은 행위를 반인류적, 반평화적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중단과 사죄를 일본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 통일과 평화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민족 자주를 토대로 공존의 길을 모색해 갈 때에 비로소 이루어 낼 수 있다. 우리가 하나의 마음으로 기도회와 성가제를 가진 것은 교회가 앞장서서 민족의 자주와 공조를 이루고 평화정착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7천만 겨레가 민족자주와 공조를 통해 하나 되는 역사를 위해 기도의 행진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손을 맞잡고 한 목소리로 드린 기도와 찬양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과 평화가 이 땅에 충만하게 되리라 믿는다. 민족의 단합과 평화와 통일을 선언한 6월15일은 다름 아닌 우리 민족끼리 자주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날이다. 다가오는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까지 오늘의 찬양이 이어져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기운이 우리 강토 전역에 퍼져 가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함께 나눈 하나됨의 벅찬 감동을 가슴에 안고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삶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주여 우리에게 평화의 능력을 더하소서. 아멘 !
2005년 5월 24일
조선그리스도교련맹·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공동주최
금강산 기도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