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을 통해 김상근 위원장은 ‘이번 공청회는 NCC의 방향과 과제 발굴 작업, 그리고 대안 모색이라는 목적을 갖고 시작 되었으며, 전제 없이 모든 개연성을 가지고 함께 그려 가고자 한다’고 이번 공청회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 에큐메니칼 신학의 방향과 한국교회’란 제목으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심광섭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는 먼저 “에큐메니칼 신학은 20세기 이래로 인간과 사회 및 세계의 제 문제를 분석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하게 표방해 온 신학인 만큼 전위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심 교수는 한국의 에큐메니칼 신학 역시 이런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1970년대 이후의 민주화 운동과 인권 운동, 1980년대 중반부터의 통일운동이 "이론으로부터 실천이 나온 것이 아니라 운동과 실천을 반성하기 위해, 혹은 뒷받침하기 위해 나온 것이 한국 에큐메니칼 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신학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1)인권과 평화 2)통일운동과 통일신학 3)세계화/지구화에 대응하는 신학 4)종교간 대화와 협력 5)문화비평의 신학 혹은 예술신학 그리고 6)에큐메니칼 신학을 교회에 확산해 가야할 필요성이 과제로 던져져 있음을 지적했다.
심 교수는 WCC 창설의 공헌자인 올담(J. H. Oldham)의 말을 인용하며 발제를 마쳤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최대 관심사는 교회를 자기중심적인 경향에서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과제를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 교회를 모으는 것이다. 혹자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크리스챤의 사회운동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의 참된 과제를 재발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스도가 어떻게 우리의 평화인지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은 교회의 과제이다."
두 번째로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과제와 실천’이란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는 "먼저 에큐메니칼 운동을 바르게 전개하기 위하여 이제까지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면서 실천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유 목사는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하는 신학적 인식을 확산하는데 실패했다.
둘째, 해외 교회의 지원과 열정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일치와 연합을 위한 운동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셋째, 지도력을 가진 지도자의 부족이다.
넷째, 지역 조직을 가지고 있지 못하여 중앙 중심의 운동에 그치고 말았다.
다섯째, 평신도들이 활발하게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장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여섯째, 해외교회의 지원이 끝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적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다음의 사항을 제시했다.
1) 에큐메니칼 신학의 확산을 위해 신학교 교과목에 에큐메니칼 신학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2) 교단협의체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 각 교단 실무자인 총무 또는 사무총장들과의 실무협의 수준을 높여야 하며, 회원교단 확대를 위해 보다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에큐메니칼 기관들의 대표를 회원으로 받는 방법도 조심스럽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3) 지도력 강화를 위해서 에큐메니칼 활동가, 청년, 여성의 참여 강화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4) 지역으로의 확산을 위해 지역협의회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5) 평신도 참여를 위해서 신도회조직, 청년조직을 조직과 활동에 포함시켜야 한다.
6)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에큐메니칼 펀드’를 조성하고 마련해야 한다.
신학자와 목회자의 발제에 이어서, 부문별 논찬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지역 NCC, 전국목회자 조직, 청년, 여성, 기독교언론 측에서 참여했다.
서일웅 목사(대구NCC 인권위원장)는 “교단간 협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환이지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이에 NCC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단간 일치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지역, 소수자 옹호 그룹 등과의 연대 강화"를 새롭게 모색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명기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는 "교회의 본질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NCC는 민중의 삶에 감동과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최근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 해결에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구조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교단협의체의 구조 틀을 벗어나서, 자발적 그룹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네트워크 운동을 전개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문숙 목사(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꼭 ‘NCC 중심의 운동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애초 문제제기나 기대가 현실적이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 목사는 "중요한 것은 참 교회 만들기이다." 이에, 과제로서 1)여성과 생명시각 즉, ‘평화를 이루는 교회’ 패러다임을 지향해야 하며, 2) 교회론에 대한 비전 공유, 합의정신 실천을 통해 코이노니아(koinonia)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애 총무(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무엇보다 “사업의 계획단위와 실천 단위가 가까워져야 한다”고 말하고,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의 구성인자의 편향성(남자, 목회자, 교수 등)을 비판하며 전문적인 젊은 일꾼 양성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교계언론을 대표해 홍순현 부장(기독교신문)은 "지금 벌이고 있는 특위 활동이나 논의가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새틀짜기’ 시도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특정 교단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로 흐르거나, 자리를 배분하기 위한 퇴행적 사고에 따라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도 곤란하다." 고 지적했다.
발제와 논찬에 이어 진행된 전체 토론에서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장단기적 계획이 준비되어야 한다.
- 개 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 참여가 가능하려면 목회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 에큐메니칼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 고난받는 이들을 대변하는 교회 연합체로서 예언자적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
- 교단, 목회자, 평신도 등 현재의 구조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 회원교단 협의체가 아닌 지역 교회 연합체운동으로 가야 한다.
- 인권, 평화, 생명을 주제로 한 역동성을 살려내야 한다.
- 사회적 쟁점에 대해 성서적 접근을 시도하고 교회에 제시해야 한다.
- 돈, 권력, 맘몬의 현실 지배질서에서 벗어나 모든 만물의 하나됨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