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인권예배는 부위원장 김종구 사관(마포영문)의 사회로 구창완 목사(서울제일교회)의 기도, 나도나도(연상준외 2인) 노래패의 특송(나팔꽃 넝쿨), 이어서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의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설교와 이선애 장청 총무의 '2006년 인권성명서' 낭독 후, 前 KNCC 인권위원장 김재열 신부의 축도로 마쳤다.
대표 기도에서 구창완 목사는 "인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훼손되어 왔고, 힘과 다수, 현실이란 이름으로 타자의 존엄이 끊임없이 훼손되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지만, 아직도 이것이 외면되고 부인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경재 목사는 설교를 통해 "38년 된 병자가 물이 동하기를 기다렸고, 동한다 해도 맨 처음 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예수님은 물이 동하는 것과 상관없이 병자를 낫게 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인권 선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2부 인권상 시상식은 이인철 목사가 사회하면서, 수상단체인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을 소개했다. '공감'은 지난 3년 동안 젊은 변호사 5명(김영수 변호사 등)이 국제이주여성노동자, 장애인, 노숙인, 난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활동을 적극 전개해 온 단체다. 소개에 이어서 시상은 인권위원장인 유원규 목사(한빛교회)가 상패와 상금 1백만원을 전달했다.
수상 소감은 김영수 변호사가 대표로 했는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옹호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지금은 성적 소수자와 난민 등과 관련한 50여개 단체와 연대하고 있다."면서, "부족한 저희들이 귀한 상을 받게 된 것이 오히려 죄송스럽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인권 단체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더욱 연대를 돈독히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06년 KNCC 인권선언문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나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창세기 1장 27, 28a절)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복음 25장 40절)
하나님의 모습대로 지음받은 인간들이, 개인과 사회뿐 아니라 국가와 세계에 의해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로 인한 두려움에 떨고, 그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을 갈구하면서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어 우리 앞에 서 있다.
KNCC 인권위원회가 올 한해 관심 갖고 함께한 인권 문제들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일제식민과 전쟁, 분단으로 시작된 700만 재외동포에 대한 차별, 주한미군기지 확장이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마을 사람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한미FTA에 희생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건설일용직 그리고 KTX 여승무원들, 공권력의 폭력적 시위 진압에 의해 생명을 빼앗긴 하중근 씨와 그 희생자들, 한반도의 전쟁 위협과 경제 제재로 심각한 빈곤에 처한 북한 주민들, 그리고 이주노동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등의 민중 세력이 바로 그들이다.
- 우리 민족은 21세기 들어서면서 국민의 15%인 700만 명의 재외동포를 갖게 됨으로써,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잠재 역량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런데 재외동포의 인권 증진을 위해 마련한 기본법안이 외통부와 몰지각한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에서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해 하루속히 국회가 재외동포기본법안을 제정하고, 대통령은 독립된 재외동포 관련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그들의 인권개선에 앞장서기를 촉구한다.
- 정부와 국방부는 평택 미군기지확장 예정지인 260만평에 장애물과 철조망을 설치함으로써 주민들의 생존권을 유린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불법적인 검문과 통행 제한으로 주민과 시민들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 또한, 평택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출두한 김지태 이장에게 사법부는 실형 2년을 선고함으로 정치적 재판을 단행했다. 이에 우리는 평택 주민들에게 자행되는 폭압 중단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김지태 이장을 석방하고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한 기지이전 문제를 정부와 국방부가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 양극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차별을 고착화하고 심화시키고 있다. 그 한 가운데 신빈곤층으로 분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인권적 차별을 받으며 자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850만 명에 이른다. 특히, 건설일용직 노동자들과 철도공사의 간접고용으로 생계의 터전을 빼앗긴 KTX 여승무원 등의 인권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이런 반인권적 차별은 포항지역 건설일용노조의 파업사태를 불러왔고, 그로 인해 김상은 목사를 비롯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구속? 수감되었다. 그리고 지난 5월 해고당한 KTX 여승무원들의 거리 투쟁을 가져 왔다. 이에 우리는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직보호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실질임금의 저하를 가중시키는 반인권법으로써 폐기하고,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 공권력에 의한 폭력은 비정규직과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권을 짓밟았다. 특히,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포항 건설노동자 하중근 씨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지난 해 농민집회에서 일어난 전용철 씨 사망사건 후에도 여전히 공권력에 의한 강제 해산과 무차별 폭력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합의 사항인 ‘평화적 시위’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공권력에 의한 사망 사건에 대해 정부가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관련 법제화를 속히 실시하기를 촉구한다.
- 지난 11월 정부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을 표했다. 이는 그동안 기권과 반대를 표한 의사에 반하는 행위이다. 이런 입장 변화가 북의 핵실험과 한국이 차기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라는 것이 영향을 주었겠지만, ‘북한인권’ 은 한반도의 전쟁 없는 평화라는 대전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엄연한 현실이요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북한 민중들의 절박한 인권은 자유권보다는 생존을 위한 사회권과 평화권에 있음을 다시 한번 공유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6자 회담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먼저 풀고, 북미?북일 수교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동참함으로써, 효과 있는 인권증진 로드맵을 모색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 정부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이란 지향점에 모순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시켜야 한다. 이에 앞서 우선적으로 보안관찰법안을 하루속히 폐지하여 수십년 간 국가로부터 비인권적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억압당하고 있는 김경환 씨 등 수십 명의 관찰대상자들의 고통을 중단시켜야 한다. 또한, 민주노동당 당원인 박중기 씨 사건과 같이 변호사 소견이 단순 밀입국사건으로 나오고 있는데도, 공안당국이 언론재판을 통해 간첩사건과 테러범으로 몰고 있는 것은 인권과 정의의 보루인 사법부의 역할이 아님을 지적한다. 이에 우리는 보안관찰법과 국가보안법을 하루빨리 폐지하여 민족의 평화통일에 대한 법적 토대를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
-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내년 1월부터 산업연수제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로 통합되면서 일정 부분 진일보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허가 사항 관련 대행 업무를 이익집단에게 맡기려는 시도는 또 다른 인권침해 요인이기에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또한, 중국과 구소련 지역 동포들에게도 방문 취업제를 도입하여 노동권을 보장해 주어여 한다. 또한, 지난 8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국제장애인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된 것을 기회삼아, 우리 정부도 400만 장애인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서둘러 장애인의 완전참여와 평등실현을 추진해 나가기를 촉구한다.
- 종교계가 생명 존중의 가르침에서 시작한 사형폐지운동은 15,16,17대 국회를 거치면서, 사형폐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 법안은 법사위에서 수많은 여타 법안들과 함께 잠자고 있어,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사형폐지 권고가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는 일차적으로 정부 당국이 금번 성탄절에 모범 사형수에 대한 감형을 단행하고 사형집행을 영원히 보류함으로써, 세상의 어둠 속에 생명의 빛을 비추어 주기를 촉구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면서,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옹호한 것처럼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자비로움을 실천하여 교회에 맡겨진 선교 사명을 올바르게 맡아나갈 것을 천명한다.
2006년 12월 7일
KNCC 인권주간예배 참석자 일동
대표기도문
구창완 목사(인권위원, 서울제일교회)
진리이신 말씀으로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사랑과 공평으로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천지만물을 지으실 때 특별히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드시고, 사람에게 모든 생물을 다스릴 책임과 권한을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손수 하신 일들을 바라보시며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하나님께서 귀하게 여기시고, 특별히 사랑스럽게 여기신 사람의 형상이 인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훼손되어 왔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 귀하게 만드시고 귀하게 여기시는 사람을 사람들 자신이 귀하게 여기지 않고 그 귀한 형상을 짓밟는 일들이 인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때로는 힘의 논리로, 때로는 다수의 이름으로, 때로는 현실의 이름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해 왔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셔서 58년 전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스스로 재확인하는 선언을 하게 하셨고, 그를 통해 우리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품으셨던 뜻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 선언을 통해 하나님은 인간의 모든 불행과 고통의 원인이 인류가 서로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데 있음을 확인하게 하셨고, 인류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서로 노력할 것을 다짐하게 하셨습니다.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 사상, 출신, 재산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는 것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누가 누구를 억압하거나 강제하거나 노예적인 상태에 얽어맬 수 없음을 선포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였습니다.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널리 공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였습니다. 누구나 법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지는 동시에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진다고 외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선언한 것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로 알게 되고 깨닫게 되어 선언한 것들을 온전하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고귀한 존재요 존중되어야 할 생명이라는 선언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선언이 외면되고 부인되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물질 만능주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무한 경쟁을 옹호하는 강자 지배 논리, 민주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다수의 횡포 앞에서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이 맥없이 무너져 내리기 일쑤인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인권주간을 맞아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를 생각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확인하기 위해 주님 앞에 모였습니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은 오늘도 약자들의 작은 음성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심을 기억하게 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주시옵소서.
오늘 이 자리에서 인권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사람들의 공로를 기리며 우리의 자세를 새롭게 하려고 합니다. 세상의 빛이 되며 소금이 되기를 소망하며 묵묵히 자기 십자가를 지고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주님께서 기억하시고, 그 모든 선한 노력에 좋은 결실이 있게 하셔서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오늘 드리는 이 예배가 하나님의 뜻을 되새기며,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 복된 예배가 되게 하시옵소서.
지금도 모든 사람을 귀히 여기시며, 모든 사람이 그 존귀함을 인정받으며 복된 삶을 살기를 원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