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순례

입력 : 2007-01-03 03:48:23 수정 :

인쇄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순례>

걸음을 내딛다


에큐메니칼 센터에서, 기도회

‘주님께서 함께 해주시어 우리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시고 성령께서 우리 마음을 움직여 주시어 우리 안에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도록 이끄소서.’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12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컬(교회일치) 국제 순례에 나선 개신교와 천주교 대표들의 가슴에서는 한순간도 간절한 기도가 떠나지 않는 듯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교회일치위원회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가 세계교회의 일치운동 경험을 배움으로써 새로운 발전적 계기를 찾기 위해 마련한 에큐메니컬 순례의 첫 기착지는 스위스 제네바. 독일과 함께 종교개혁의 근원지였던 스위스에서도 깔뱅(John Calvin)의 주활동 무대였던 이유로 종교개혁 역사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제네바가 에큐메니컬 순례의 첫 자리를 차지한 것도 순례단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순례단은 스위스에 도착한 후 12월 10일 오전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가진 합동기도회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대림절 둘째주일을 맞아 미사에 함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기도회에서 20여명의 순례단은 한국 그리스도교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김희중 주교는 “과연 우리 자신을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신다”면서 “함께하는 여정 속에서 교회일치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밝혀 주시도록 주님께 청하자”고 말했다.
설교를 맡은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박경조 주교는 “일치와 화해를 입으로 말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그러지 못하다.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갈라진 인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시고 몸소 보여 주신대로 분열과 폭력, 고통을 극복하고 서로 존중하며 일치의 길을 걸어가자”며 순례에 의미를 부여했다.

순례단의 다음 여정은 11일 교회일치 운동의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 방문으로 이어졌다.




에큐메니컬 센터- WCC 본부


샘 코비아 총무와 함께


WCC 본부 입구 간판에 씌어진 안내문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에큐메니컬 센터가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WCC 본부 자체가 개신교계 에큐메니컬 운동의 본령이라는 설명은 순례단의 뇌리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WCC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에큐메니컬 운동에 기원을 두고 있는 역사를 돌아보면 WCC가 에큐메니컬 운동을 이끌어 오고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다가왔다.

WCC 사무엘 코비아 총무는 한국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의 순례에 큰 감명을 받은 듯 상기된 모습으로 순례단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 순례단은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해 소개하고 순례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코비아 총무는 “타종교와 조화를 이룬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종교간 대화가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교회의 일치운동이 큰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비아 총무는 또 한반도의 평화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특히 6자회담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례단은 코비아 총무에게 매년 일치기도주간(1월 18∼25일)에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발간해오고 있는 일치기도 자료집 작성에 한국 교회가 중심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