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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는 인간의 월권이다

입력 : 2010-03-22 12:55:48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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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시설 설치와 집행’에 대한 발언을 규탄하는 본회 및 회원교단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3월 22일 기독교회관 2층에서 개최됐다.

본회 권오성 총무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비록 판결이 합헌으로 판결났지만 판결에서 대체 법안의 필요성을 언급할 만큼 사형폐지는 실질적인 흐름”이라며 “ 때문에 법무장관의 사형장 신설과 집행을 시사하는 발언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권 총무는 정부가 시대 역행적 태도에서 벗어나 이번 기회에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문장식 상임대표도 ‘사형은 인간의 원권행위’라며 특히 ‘사형을 찬성하는 기독교인은 사랑이란 새 계명을 받은 교회가 다시 율법주의로 돌아가려는 행위’라며 “제발! 율법이 아닌 사랑으로 가 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본회의 입장 뿐 아니라 예장과 감리교 기장과 등 회원교단의 사형제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도 함께 발표했다.

본회 사형제에 대한 입장 

시대착오적인 이 법무장관의 사형집행 시사 발언을 규탄한다.

 

본 협의회는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의 생명권은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인간 생명은 어떤 이유로도 박탈될 수 없으며, 또한 공권력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믿음으로 사형제 폐지를 위하여 지난 20여 년 간 꾸준히 노력해왔다. 

우리는 지난 10년이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음으로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이 되었음과, 또한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비록 합헌 판결을 내렸지만 대체 법안 논의를 주문함으로써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를 국회의 논의에 맡겼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18대 국회가 이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이귀남 법무장관이 돌연 청송교도소에 사형장 신설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고, 이것은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힘으로 이명박 정부의 사형 집행 의지를 표한 것에 놀라움과 함께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사형 집행 여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김길태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국민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 받는 현실에서 지금 정부는 ‘입이 100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세를 가지고 국민 생명 보호와 사건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법무장관이 ‘사형장 신설과 사형 집행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며, 사형 집행이 범죄 억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그동안 성폭력 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대처하지 못한 치안․사법 당국의 과실을 사형 집행 논란으로 덮으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은 1977년에 사형폐지를 모든 회원국들의 목표임을 천명하면서 2007, 2008년에 사형집행 글로벌 모라토리엄을 총회에서 채택하기도 했으며 현재 192개 회원국 중에서 25개국만이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사형제와 관련된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는 EU가 사형집행국가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5년도에 사형제도 폐지를 당국에 권고했으며,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이 되었다. 이런 변화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17일의 보도 자료에서 ‘김길태 사건과 같은 흉악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예방하는 것과 사형제를 유지하고 집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흉악범과 중대 범죄자 등 사회와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는 범죄자는 종신형 등 대체징벌을 통해 얼마든지 분리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당국은 흉악범의 증가는 경제만능주의, 경제 양극화의 심화, 인간적인 소외로 인한 사회적 병폐에 일단의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먼저 어떤 인간이라도 그 생명이 존엄하고, 무엇보다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사회가 함께 노력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균형 발전이 이루어질 때 가능함을 직시해야 한다. 흉악범죄 발생의 책임을 피의자 개인에게만 돌리고, 사형집행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미봉책으로서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오히려 생명 중시의 가치관 확립,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이는 민주주의, 사람의 얼굴을 한 법치주의, 사회 사안에 대한 인권적 접근, 소수자와 약자 우선의 정책을 앞세워 나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바와 같이, 모든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고, 그 형상의 핵심은 ‘생명’임을 다시 확인한다. 이 천부의 기본권으로서 인간 생명권을 지켜나가기 위하여 우리는 이귀남 법무장관 면담 추진과 항의, 정부 당국자와 계속된 대화,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국회 내 여러 정당 대표와 국회의원에게 사형제 폐지 청원을 하고, 시민 사회 단체, 범 종교인들과 함께 사형제 폐지와 사형 집행 중지 운동을 해 나갈 것이다.


2010년 3월 2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정의평화위원장 정상복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사형제에 대한 입장

사형제도 합헌 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

2010년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결정의 근거는 범죄예방을 통한 국민 생명보호, 정의실현 등 공익이 극악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작다고 볼 수 없으며, 사형이 다수의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극악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사형제 폐지나 유지 문제는 내외의 의견 수렴과 토론을 거쳐 국민의 선택과 결단을 통해 입법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됨으로써 합헌 결정과는 별개로 사형제에 개선의 여지가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에 소속된 9명의 재판관들이 절제된 신중성과 책임성 있는 소신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하였음을 인식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우리나라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 존엄성에 대한 책임을 저버렸음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께서 그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신 고귀한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파괴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하나님께서는 동생 아벨을 죽인 가인도 그 생명을 빼앗지 않으셨고 도리어 보호하셨다. 따라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제도는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며,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성 및 생존권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는 오판과 불의한 재판으로 인하여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예들이 있음을 직시하며 아직도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음을 가슴 아파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23명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로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되었고 현재 57명의 사형수도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희망적인 것은 이번 판결에서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가운데 입법 개선을 촉구한 2명의 의견을 포함하면 사실상 재판관 6명이 지금의 사형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과거의 경험과 현실의 중지를 모아 사형제도가 법적으로 폐지되도록 힘써야 한다.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의 범죄율이 더 낮아졌다는 사례들도 많이 있다. 지난 10여 년의 경험을 통하여 우리는 사형제도 폐지가 시기상조가 아니라 그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어서, 사형제를 대치하는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 등의 대안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함을 간곡히 주장한다. 교회는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고’(요 10:10)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여야 하며, 이 사회가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함께 힘써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하여 1990년부터 사형제도폐지위원회 조직을 통해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으며, 오늘날에는 총회 인권위원회를 통하여 이 운동을 지속해가고 있다. 또한 사형제도 폐지운동 연합회의 활동을 지지하며 연대하고 있으며, 국내외의 다양한 사형폐지 운동을 위한 단체들과도 직간접적으로 연대하여 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 모든 사회에 사형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도록 기도하며 힘쓸 것이다.

2010. 3. 22.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인권위원장 최세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사형제에 대한 입장

누구도 생명을 박탈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미 세계 102개국은 국가가 법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였고 대한민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사형폐지국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형집행의 주무 관청인 이귀남 법무장관이 사형집행을 위해 사형집행 시설을 청송감호소에 설치하겠다는 발언에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헌법재판소의 사형제도 합헌 결정에 이은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1. 인간 생명의 주인은 오직 창조주 하나님뿐이기에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도 박탈할 수 없습니다. 사형 집행은 인간의 권한을 벗어난 행위입니다.

2.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새롭게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사형 집행은 회개와 용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기에 기독교 복음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3. 인간의 판단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판이라 하더라도 오판의 가능성은 항존 합니다. 만약 오판에 의한 사형집행이란 사실이 후에 밝혀졌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습니까?

4.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해 사형을 집행하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사회의 폭력화와 강력 범죄 증가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그 효과도 의심스럽습니다.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폭력 문화, 물신숭배, 성공지상주의, 계층 간의 불평등 심화, 향락 문화의 심화, 생명 경시 풍조 등을 문화적,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땅의 인권 보호를 위해 기도해 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건강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사형집행이 아니라 폭력과 물질중심, 생명 경시의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진지하고 다각적인 논의를 거쳐서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합니다.

2010년 3월 17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 태 진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전 병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