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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한일 기독청년 공동연수 프로그램 참관기

입력 : 2010-09-10 10:56:44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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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재일·한·일 기독청년 공동연수 프로그램
지원 감사 및 보고

일시 : 2010년 8월 23일(월) - 28일(토)
장소 : 제주 4.3항쟁 유적지와 강정마을(제주 해군기지 예정지)
참가자 : 31명
공동주최 :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관서청년협의회(NCCJ-Y)
/ 재일대한기독교회청년회전국협의회(KCCJ-Y)

1979년 2월, ‘제1차 한일교회청년협의회’로 시작된 재일·일본의 기독청년들과의 교류가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협의회는 2001년부터 공동연수프로그램 형식으로 전환하였고, 그해 1차 공동연수를 제주도에서 진행했는데 근 10년 만에 8차 공동연수로 다시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이번 공동연수는 1차 때처럼 제주 4.3항쟁 유적지를 돌아보며 역사의 아픔에 공감하고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전환시켜내기 위한 우리의 과제를 찾아보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엔 제주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강정마을도 찾아 갔습니다. 이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지난 7차 공동연수로 다녀왔던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와 연계하여 제주의 평화를 넘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제로 확대시켜 나가고자 함이었습니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는 어느 한 곳에서만의 평화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에 모두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해야하는 일임을 아직은 평화롭지 못한 ‘평화’의 섬 제주에서 다시금 깨우치며, 이런 배움의 기회를 기독청년들이 가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번 8차 재일·한·일 기독청년 공동연수 프로그램 대략의 소식을 전합니다.


다음의 일정 스케치는 참가자 중 민지애 님(23-27일분)과 이지인 님(28일분)이 정리해 주셨습니다.

8월 23일 (월)

8시경 제주도로 출발하기 위해 모두가 모였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제주도로 출발! 11시쯤 일본 참가자들과 합류하여 우리의 첫 번째 숙소로 향하여 짐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개회예배로 시작을 하여 같은 조별모임과 공동체 놀이, 그리고 우리의 일주일 간의 여정,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첫째 날이 끝났다. 아직 첫날이어서 그런지 어색하기만 하다.

 


8월 24일 (화)

오늘부터가 진짜다. 자연스럽게 일찍 떠진 눈. 간단한 토스트로 아침을 때우고, 드디어 4.3민주항쟁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에는 섯알오름을 방문하여 비석을 보았다. 점심을 먹으며 우리는 무등이왓 잃어버린 마을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들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는 잠시의 휴식을 가지며 녹차 밭, 녹차박물관(?)을 구경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동굴 큰넓궤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큰넓궤 입구까지는 걸어들어갔는데 날씨가 무지 더웠다. 큰넓궤는 동굴이라서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원하고 좋았다. 하지만 큰넓궤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4.3항쟁에 관한 김창후 소장님의 강의를 듣고 단체별로 퍼포먼스를 준비 한 후 잠을 청하였다. 시작한 날부터 오늘까지 무지 더운 날이다

8월 25일 (수)

더운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왜일까? 아무래도 이번 제주도에 오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온 것 같다. 오늘도 아침은 토스트. 하지만 오늘은 밥을 먹는 사람도 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4.3민주항쟁 현장을 둘러본다. 성산 터진목. 나에겐 이곳은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왔던 그냥 아름다웠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런 학살이 있었다는 것은 이 공동연수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칠 뻔한 ‘사실’이었다. 그런 사실도 모르면서 그냥 아름답다고만 생각한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성산 터진목에서 성산일출봉으로 왔다. 성산일출봉을 오르고 싶은 사람은 올라가고 아닌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이 바닷물로 향했다. 잠깐의 바다였지만 너무나도 더운 날씨 덕분에 조금이라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잠시의 휴식을 끝내고 우리는 다시 순이삼촌의 무대가 된 북촌너분숭이 애기무덤으로 향하였다.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였다.

북촌너분숭이 애기무덤에서 들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내 마음을 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나 같은 민족으로써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마음을 아는 듯한 비가 계속 오는 중에도 우리는 밖으로 나와 애기무덤을 보고 다시 차로 향하였다.
점심을 먹기 위한 장소로 갔으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는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기사님이 지인 덕분에 우리는 비를 맞지 않고 좋은 장소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낙선동성으로 향하였다. 이곳은 주민들이 낙선동이란 곳에 돌성을 쌓고 집단 거주한 곳이라고 하였다. 살펴보니 지금은 정교하게 잘 쌓여있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정교하게 쌓지 못 했을 거라고 한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보초를 서는 곳, 화장실, 밖을 바라 볼 수 있는 자그마한 구멍. 바로 밖으로 총구를 겨누었던 총구. 그 곳에서 보초를 서는 것은 남자 뿐 만 아니라 노인, 여자들도 보초를 섰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을 다 둘러본 후 난 잠시 여기서 낙오 되었다. ㅋㅋㅋ

잠시 낙오 되었다가 다시 합류하게 된 4.3평화공원. 도착하자마자 4.3민주항쟁에 관련된 VCR을 보고 드디어 이곳에서 4.3민주항쟁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 내내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우리는 그렇게 4.3민주항쟁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길에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 후 우리는 어제 각 단체별로 준비한 퍼포먼스를 서로에게 보여주었다. 음. 일본참가자들은 생각이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 단체별 퍼포먼스 후 분향소로 이동) 비가 너무 많이 온다. 그래서 원래 향을 피우기로 했지만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향 피우는 것은 못하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조별모임을 가져 각자 자신들의 느낌을 나누고 잠을 청했다. ‘이제 내일은 편하게 씻을 수 없겠군’ 하는 생각과 함께.


8월 26일 (목)

오늘은 강정마을로 이동하는 날이다. 어제부터 온 비가 아직도 오고 있다. 비 오는 걸 보고 버스타고 가겠구나 했는데 역시 공동연수! 우비를 주셨다. 다들 우비 하나씩 받아들고 강정마을로 출발! 그러나 얼마 안 되어서 비가 곧 그쳤다.ㅋㅋㅋ 처음에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너무 덥다. 우리는 금새 땀범벅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올레길을 걸으며(어려운 올레길이 아니라고 했는데 우리는 절벽을 타는 느낌이었다.) 강정마을에 도착! 걷는 도중에 해가 떴다 비가 왔다를 반복했지만 우리는 해내었다! 마을에 도착하자 다시 비는 그쳤고, 우리는 힘든 몸을 이끌고 맛있는 비빔밥을 해 먹었다.(우리 1조^^)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바로 해군기지 투쟁 현장으로 향하였다. 투쟁현장팀이 그림팀과 개사팀으로 나누어서 현장지키기를 하였다. 우리는 서로 열심히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일들을 하고 함께 구럼비바위 위에서 강정마을의 평화가 지켜지기를 기원하여 예배를 드렸다. 그렇게 저녁 시간 전까지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은 후 해군기지 투쟁 증언을 듣고 마지막 조별모임을 하였다. 역시 서로의 의견은 다 달랐지만 이제 우리는 서로의 다른 의견까지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은 성숙해 진 것 같다.


8월 27일 (금)

마지막 날이다. 나에겐. 오늘은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한다. 강의의 주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고유기 활동가께서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세워지면 안 되는 이야기들. 강의를 듣고 난 후 우리는 조별로 지난 일주일 간을 회상하며 이제 앞으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각자 나눠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오늘 밤에 있을 축제의 밤을 준비하기 위해 각 단체별로 회의를 하고 회의가 끝난 단체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간단하게 회의를 끝내고 바다로 놀러갈 사람들은 바다로, 숙소에서 쉴 사람들은 숙소에서. 이렇게 다 헤어졌는데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NCCJ는 자유시간이 끝날 때까지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한국참가자들이 준비를 많이 못 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축제의 밤을 지내면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이라든지.

난 내일 아침 일찍 떠난다. 여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나누고.
정말 많이 배우고 간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잊지 못 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경험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8월 28일 (토)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 공동연수의 일주일. 그 마지막 날은 아쉬움을 알리는 폭우와 지애언니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새벽에 출발하기로 한 지애언니가 예정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 멍하니 앉아있던 잊을 수 없는 그 모습. 어젯밤 늦게까지 나눔의 시간(?)을 가진 턱에 다들 피곤했나 보다.

조용한 가운데 아침식사를 마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어젯밤 발표에 대한 서로의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예배가 미뤄졌지만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하시려고 주신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또 서로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 훈짱의 랩으로 예배를 시작하였다. 각 팀의 소망과 결단이 담긴 기도문을 읽고 성찬식을 가졌다.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는 성찬식 가운데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안아주던 모습이 내겐 큰 감동이었다.

마지막 기도로 예배를 마친 후, 숙소 정리를 했다. 일주일간 함께한 우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공동연수 프로그램을 마쳤다.

공항에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맛있는 점심도 먹고 쇼핑도 했다. 끊임없이 반복 되었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찬양과 분홍색의 개량한복이 잘 어울리던 캐이가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마지막 일정까지 모두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