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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폭력철거 및 강제연행 규탄 기독교계 기자회견

입력 : 2013-04-08 06:41:01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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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폭력철거 및 강제연행 규탄
기독교계 기자회견
   
* 일시 : 201348() 오전 1030
* 장소 : 대한문 앞
   
< 기자회견 순서 >
* 사회 : 홍윤경 (영등포산업선교회 노동선교부장)
- 여는 발언 : 김영주 목사 (NCCK 총무, 쌍용차 범국민대책위 공동대표)
- 경과 보고 : 이슬이 (한기연 연합회장)
- 규탄 발언 (1) : 최헌국 목사 (예수살기 총무)
- 규탄 발언 (2) : 정태효 목사 (목정평 공동의장)
- 규탄 발언 (3) : 참가자 중
- 기자회견문 낭독 : 손은정 목사 (기사련 노동위원장,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 기자회견문 >
 
야만적 대한문 분향소 폭력철거와 불법연행에 대해
사과와 원상회복하고 쌍용차 사태 즉각 해결하라 !!
 
한국 기독교는 늘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동참하며 그들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라고 고백해왔다. 고통의 현장에, 억울함의 현장에, 소외된 현장에 늘 함께 하며 그들의 고통과 억울함에 한 목소리로 동참하여 왔다. 자본의 논리에 밀려 사람보다 돈이 더 대접받는 사회에서 어느 날 갑자기 억울하게 해고되어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 갑작스러운 사태에 어찌할 줄 모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아픔은 우리 사회와 한국 기독교가 끌어안아야 할 아픔이다.
   
그런데 지난 44일 새벽, 서울시내 한복판인 대한문 앞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났다. 해도 뜨기 전인 550분부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잠들어 있던 노동자들의 팔다리를 꺾어 바닥으로 내동댕이 친 후 순식간에 분향소를 철거하고 농성물품을 강탈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자리에 화단을 설치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 그 후 46일까지 3일 동안 매일같이 침탈과 연행이 반복되어 무려 52명이 연행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서울 중구청과 경찰의 합동작전으로 펼쳐진 이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만행은 반인권, 비인간, 야만적인 폭거로서 지탄받아 마땅하며, 우리 기독교인들도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
   
대한문 분향소는 무엇인가? 더 이상 죽어가는 동료들을 두고 볼 수 없어 함....를 외치며 눈물로 세웠던 분향소가 아니던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사회에서도 외면당한 채 더 이상 갈 곳 없어 죽음으로 내몰리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마지막 보루로 선택한 곳, 차디찬 땅바닥이었지만 지나가다 빵 한조각 분향소에 올려주는 시민들이 있어 그나마 외로움과 억울함을 달랠 수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국가권력은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의 최후의 피난처마저 빼앗아버렸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을 다시 죽음의 행렬로 몰아넣겠다는 것인가? 하물며 화단 때문에 노동자들을 내 몰다니, 노동자들이 화단 만도 못하단 말인가? 정말 생각할수록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화단에도 밀려난 노동자들은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45일은 마침 대한문에 분향소를 설치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 대한문 분향소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년에 치뤄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다녀가기도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버드대 샌델 교수와 함께 다녀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문제 해결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난무했으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9월 국회 청문회에서 사측의 회계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김정우 지부장이 41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을 한 곳이기도 하다. 김정우 지부장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고, 3명의 해고 노동자가 1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평택 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간 작년 말,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은 대선 후 국정조사 실시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산산조각이 났고 약속 파기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으며, 송전탑 위의 노동자들은 5개월이 다 되도록 죽음을 각오한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외국자본의 먹튀, 회계조작에 의한 무리한 정리해고, ....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대한 불법적인 폭력진압,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정리해고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렸고,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국민들도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권력은 농성장을 철거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해고자 복직 등 근본적인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군부독재 타도와 인권운동에 앞장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그리고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지정된 영등포산업선교회를 포함한 우리 기독교인들은 1년에 두차례 진행하는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 부활절 연합예배를 최근 모두 이 곳 대한문에서 드렸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여러 기독단체와 교회들이 이 곳에서 수십 차례의 기도회를 하며 고난당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해 왔다.
 
그런데 44일의 불법, 폭력, 야만적인 무차별 연행 과정에서 기독교 성직자들까지도 강제적으로 연행되었다. 고난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했던 종교적 신앙과 목회 활동까지 공권력에 의해 짓밟힌 것이다. 이것은 종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며, 종교적 신앙을 국가가 위협하는 일이기에 우리는 분노한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약한 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국가권력이 힘 없는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죽음으로 내 모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기독교계 전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또한 종교 행위 탄압에 대해서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등 쌍용차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만이 이처럼 불행한 사태를 막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주지시키며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 서울 중구청은 대한문 분향소 폭력철거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원상회복하라!
- 경찰은 성직자를 포함한 무차별 연행에 대해 사과하고 남은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라!
- 정부와 국회는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 쌍용차 사태를 즉각 해결하라!
   
201348
 
노동자 생명 지키기 기독교 시국회의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수살기,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일하는예수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촛불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