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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주기 연속기도문

입력 : 2020-12-07 17:23:04 수정 : 2020-12-17 15: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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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는 김용균 2주기를 맞아 7개의 기도문을 연속으로 개제합니다. 공유해주시고 함께 마음모아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일 하나의 기도문을 추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속기도 1 : 김용균을 기억하는 추모기도
 

주님, 

빛이 화려함이고, 희망이며, 꿈이기 때문일까요?

세상 모두가 빛이 되려고 합니다. 

세상 모두가 빛을 사로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함으로 이들은

빛이 어둠을 바탕삼고 있음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도시의 밤을 찬란하게 만드는 저 빛들이 

어둠이 없이는 있을 수 없음을 망각합니다. 

태초에 빛이 아니라 사실 

혼돈과 공허, 흑암이 먼저 있었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주님, 

청년노동자 김용균은 

세상에 빛을 비추는 화력발전소 노동자였습니다. 

그의 땀이 세상을 빛나게 했습니다. 

그가 만든 빛이 우리를 환하게 비춰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빛은 

김용균 자신을 비춰주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갔습니다. 

그의 죽음은 방치되었습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컨베이어 벨트는 잔인하게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모두가 빛이 되려는 세상,

모두가 빛을 사로잡으려는 세상입니다. 

빛이 바탕삼고 있는 어둠을 보지 못한 우리 탓입니다. 

도시의 찬란한 빛은 보지만, 

빛을 빛이게 만드는 어둠을 보지 못한 우리 탓입니다.

태초에 빛이 흑암을 뚫고나왔음을 망각한 우리 탓입니다. 

 

주님,

우리가 청년노동자 김용균을 기억합니다. 

그를 기억하는 일에,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걸려있습니다.

그를 추모하는 일에,

희미해져가는 세상의 속죄와 구원이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김용균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기도하오니,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아멘.


 

연속기도 2 : 비정규직(청년)

 

세상에 빛과 어둠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밥에 대한 굶주림과
생태계 파괴와 영적 갈급으로 뒤엉켜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이들은 발걸음을 이리로 저리로 옮겨 보아도
자본의 논리 속에서 비정규직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 사회가 싸게, 쉽게 쓰고 버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앞에 ‘제일’이라는 순서가 붙었습니다.

 

누군가는 대학진학을 위해 ‘제일’ 먼저 학자금 대출을 감당하며

차별적인 노동시장에서 임금은 ‘제일’ 적게 벌고

금융위기 때마다 ‘제일’ 먼저 밀려난 ‘사람’, 청년 노동자입니다.

사람이 기계가 되고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 버린 죽음의 정치는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을 매일 대면하게 합니다.

 

상한 갈대도 꺽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

권력과 자본의 결탁으로 노동자의 피로 물든 이 땅에서
노동자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약한 이들을 외면하는 조용한 학살을 멈추게 하소서.
이제는 하나님나라가 우리 가운데 있음을 기억하게 하셨으니
오늘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숨이 깃든 생명을 허락하셔서
평화로 가는 이 길 위에 모든 생명의 회복으로 도우소서.


아멘

 


연속기도 3 : 위험의 외주화

 

하나님 아버지.

우리의 일터 환경은 위험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노동자들은 작업계획서 미작성, 안전교육 미이수 한 채 작업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는 상황이 끊이지 않는 것을 봅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언론으로부터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사건을 덮으려고만 합니다.
기업에서 마련한 안전 수칙은 작업 현장의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노동자의 잘못과 실수로 일어난 것으로 넘어갑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 목적 아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모른 척하며 오히려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계속 사건, 사고를 접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족들의 눈물 뿐입니다.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 이외에 수많은 노동자가
오늘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의 외주화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그들의 노동환경에서 사회적 안전을 보장받고 일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다스려 주십시오.
이익, 법 등에 얽매여 인간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기업인들이 회개하고
노동자의 목숨과 안전을 우선시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노동환경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의 외침이 더욱 힘을 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빛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안전 확보를 통해
가족들이 이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고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안전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위한 작업 환경 개선, 안전 장치를 위한 방안이 잘 갖춰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노동자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누릴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연속기도 4 : 법

 

모든 존재의 하나님,

당신이 이 땅에 낳은 생명들이 스러져가는 소리를 듣고 계시지요.
매일, 매주, 매년 이 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그곳에 당신이 계십니다.
그렇게 당신은 한 해에만 이천 번이 넘는 비명 속에서 고통받으십니다.
이제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가엾은 하나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억울한 죽음들이 외치는데,
저 높은 빌딩에 앉아서 수많은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이들이
손가락셈을 하며 으스대는데,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소리치는데,
우리에게 들려오는 소식들은 어둡기만 합니다.

 

우리의 하나님,

노동하는 모든 사람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기억해주십시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 힘쓰는 이들,
5인 미만의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
그리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기억해주십시오.

한편 사람을 숫자로 보며 우습게 여기는 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돈 몇 푼으로 자기 죄를 덮은 채 손 씻는 치들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들이 악용하는 법,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법을
만들어내는 것들을 잊지 마십시오.

 

곧 오실 하나님,

잔인한 겨울의 문턱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촛불을 켭니다.
이 빛이 추위와 어둠을 몰아내고,
사람이 사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당신의 약속인 줄을 우리는 압니다.
그날까지 우리의 잡은 손에 힘을 주십시오.
새벽처럼 밝아올 당신의 나라를 기다립니다.

아멘.




연속기도 5 : 전태일 정신


1970년, 미싱기를 돌리던 한 청년은 세상의 죄에 저항하며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습니다.
그에게 있어 자유를 향한 선택은 죽음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청년의 죽음 이후에도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안전장치 하나 없는 컨베이어 벨트에 자신의 몸을 집어 넣어야 했던
청년노동자 김용균에게까지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자본의 탄압과 폭력은 그 수위를 올려가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삶은 자본의 논리에 처참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세상의 논리를 부수어 냈지만, 죽임당했고,
죽임당했지만 끝내 부활한 당신과 같이 자본을 이겨낼
당신의 정의가 끝내 부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연대합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폭력과 억압과 탄압을 이겨내고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어갈
당신의 정의는 죽임당한 이들에게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을 보장하라’ 외치며 떠난 전태일 열사는 우리곁에 그림자로 남아있습니다.

노동자에겐 세상을 바꿀 힘조차, 명분조차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간답게 살기 원한다는 우리의 외침은 결코 무효하지 않은줄 믿습니다.
하나의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당신 앞에 우리의 외침은 분명합니다.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멈춰지고,
전태일이 우리 옆에 남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임을 믿습니다.
주님, 당신이 우리의 슬픔을 감당하신 것처럼 우리의 행동에도 함께 하여 주시옵소서.

 

이 땅의 전태일을 잊지 않았던 모든 이들과
지금도 노동현장에서 분투하는 수많은 ‘김용균’이라는 이름의 노동자와
사회적으로 배제당하는 수많은 약자들과 함께하셨고,
지금도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연속기도 6: 안전사회 건설

하나님, 우리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다시 오심을 기억하는 대림절을 지내며
주님이 속히 다시 오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세상에 어서 오셔주십시오.

 

주님, 김용균 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책임자 어느 누구도 재판받지 않았습니다.
또한, 임금문제나 비정규직이 일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이 사회에서는 하루에 5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어가는 현실을 봅니다.

 

하나님, 우리는 또다시 일하다 죽을 수 있는 바뀌지 않은 현실 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 낙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주님이 속히 오시길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님,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주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주님께서 이 현장 속에서 여전히 일하고 계시기에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위해, 안전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냅니다.

 

우리가 김용균 님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하고,
책임자 처벌과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해 끝까지 지켜보고 소리치려 합니다.
또 다른 우리의 친구와 가족과 동료가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의 작은 힘을 모아 연대하고,
이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만들어 가는 길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이 땅에 이루어지는 안전한 사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주님과 함께 일하게 해주십시오.
여전히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연속기도 7 : 한국교회 각성 


한국교회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교회를 이루며 또 교회된 우리가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모르는 듯합니다.
주님의 사랑을 몰라, 사랑받지 못한 자와 같이 우리 이웃을 대했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주께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신 사랑의 모습처럼,
한국교회가 이제는 약하고 고통받는 이웃의 편에 서게 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를 위해 십자가의 길을 향하신 주님의 사랑을 다시금 깨달아,
특별히 교회에 부탁하신 그 사랑을 깨달아,
길을 돌려 주를 따르는 한국교회가 되게 해 주십시오.

 

한국교회를 부르시는 하나님,

교회를 이루며 또 교회된 우리가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듯합니다.
주님보다 높아져 주의 부르심이 필요 없거나,
스올보다 낮아져 다시는 부르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주께서 베드로를 끝까지 부르신 것처럼,
한국교회가 이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우리를 교회로 부르신 이유를 알게 해 주십시오.
주의 모습을 기억하며 이제는 말뿐 아니라 주의 손과 발이 되어,
교회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게 해 주십시오.
안식일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물으시는
주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