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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주목하는 시선 2021」- <두 죽음의 시선이 ‘모범택시’로 향하면>” 선정 보도 요청의 건

입력 : 2021-06-09 10:47:52 수정 : 2021-06-09 10: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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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

보 도 자 료

교회협 언론 2021- 61호(2021. 6. 9.)

수 신 : 각 언론사

발 신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

제 목 : “「5월의 주목하는 시선 2021」- <두 죽음의 시선이 ‘모범택시’로 향하면>” 선정 보도 요청의 건

  두 죽음의 시선이 <모범택시>로 향하면

 

두 죽음의 시선이 <모범택시>로 향한다

복수 대행극에 열광하는 사회의 종착지는?

 

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언론위원회(위원장: 권혁률)는 2021년 5월의 시선으로 <두 죽음의 시선이 ‘모범택시’로 향하면>을 선정하여 발표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적 돌봄에서 방치된 이들을 파고들었습니다. 의료현장과 노동현장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 삶의 조건을 담보하는 중요한 공공영역입니다. 두 현장에서 이어지는 죽음의 행진은 공적 영역에서 안전권과 노동권이라는 공익성이 구멍 난 현실을 대변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정치, 법, 교육, 언론, 환경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영역들이 코로나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할 주체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합니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법이라는 공공영역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도달할 종착지를 그려냈습니다. 악이 악의 능력을 정의 실현에 쓴다는, 소위 ‘다크히어로물’은 법이란 공공재의 대체재에 다름 아닙니다. 법이 실종한 공공영역에는 또 다른 다크히어로물이 채워질 것입니다. 오늘 NCCK가 의료현장과 노동현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공공영역의 민낯을 시선하는 이유입니다.

 

2. 선정 취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5년 터울의 두 죽음이 울부짖는다

 

지난 23일 아침, 부산의 보건소 직원이 코로나바이러스 격무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코로나로 기존의 업무 외 선별진료소 파견, 역학조사 등에 동원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업무에도 동원되면서 한 달 동안 거의 쉬지 못했다고 한다. 죽기 직전 업무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희망이 없었으면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까.

 

5년 전인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김 군'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NCCK가 <이달의 시선>으로 처음 주목한 사회적 죽음이었다(2016년 6월의 주목하는 시선, <김 군의 가방>).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 군은 서울메트로와 계약을 맺은 은성PDS에서 일했다. 2인 1조 작업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 군은 혼자 작업하다 전동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열아홉이었다. 사고 다음 날인 29일은 김 군의 생일이었다.

 

두 죽음 사이에 5년 간격이 있지만, 죽음의 본질은 같다. ‘있어야 할 곳’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있어야 할 것’의 부재는 현장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 갔다. 5년이 흘렀지만 ‘있어야 할 것’을 만들겠다던 이들의 약속은 구호로 그쳤다. 김 군의 생일날, 5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그날도 5년 전처럼 구의역 승강장 추모의 벽에 붙은 포스트잇들이 세상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죽지 않고 일하자’,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기를’, ‘사람이 먼저이길’

‘죽지 않고 일하기, 사람이 먼저’라는 호소가 가슴 저리다. 40년 전 전태일이 분신하며 부르짖었던, 바로 그 말이다. 40년이 지났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죽기를 각오하고 출근하고, 누군가는 현장에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죽지 않고 일하게 해 달라, 사람으로 대접해 달라는 노동자의 절규는 여전히 허공을 맴돌고, 오늘도 죽음의 행진이 이어진다.

 

‘노동현장’과 ‘의료현장’에선 무슨 일이

 

두 죽음을 다시 본다.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로 조건은 더 악화됐다. 과연‘의료현장’과 ‘노동현장’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현장의 열악한 작업 환경은 김 군에서 제주 실습생 이민호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노동자의 죽음은 현재진행형이다. 5월 말, 단 1주일의 기록이다. 30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작업자 두 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질식사했다. 하루 앞선 29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27일에는 인천 한 아파트공사장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26일. 24일. 23일. 거의 매일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의료현장은 어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공공병원, 의료 인력의 확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5.7%(OECD 평균 52.4%)이고, 공공병상은 8.9%(OECD 평균 70%)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1년을 넘기면서, 전체 의료기관의 10%에도 못 미치는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 환자의 80% 치료를 담당해야 했다. 취약한 공공의료 문제는 지난해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대구‧경북지역과 2차 유행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공공의료 시설만이 아니었다. 부족한 보건의료인력과 운영의 문제도 심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틈날 때마다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를 제기해 왔다. 2018년 기준 간호사 인력은 인구 1천 명당 3.7명으로 OECD 평균 8.9명에 비하면 절반 이하다. 부족한 인력에 그만두는 간호사가 생기면 일은 남은 간호사에 쏠리고, 그 업무를 감당하지 못 하는 간호사들이 다시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K 방역은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K 공공의료는 실패했다.”

 

사적 복수극 드라마 <모범택시>가 상징하는 것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적 돌봄에서 방치된 이들을 파고들었다. 의료현장과 노동현장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 삶의 조건을 담보하는 중요한 공공영역이다. 두 현장에서 이어지는 죽음의 행진은 공적 영역에서 안전권과 노동권이라는 공익성이 구멍 난 현실을 대변한다. 그뿐이 아니다. 정치, 법, 교육, 언론, 환경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적 영역들이 코로나로 무너지고 있다.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할 주체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공공의 기능이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된다. 개인은 공공의 순기능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세상은 불신사회로 진입한다. 불신사회는 다시, 각자가 제 삶을 도모하는 각자도생 사회로 진전한다. 이는 세상을 지탱하는 공적 기능과 신뢰가 무너져 공권력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개인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법 영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 집행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 인권을 수호하는 대표적 공공영역이다. 그러나 검찰은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와 ‘성 접대 사건’을 비롯한 제 식구 감싸기, 선택적 기소와 수사로, 법원은 판결개입과 사법 농단으로 신뢰를 잃었다. 공익성을 상실한 법 영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과 선택의 결과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모범택시>가 잘 보여준다. <모범택시>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해 준다.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는 피해자의 억울함에 감정이입을 하고, 가해자들의 후안무치한 행동에 분노하며, 범죄자를 벌주지 못하는 법을 다시 불신한다. 분노와 불신이 큰 만큼 복수는 통쾌하다. 이제훈이 악당들을 맨손으로 일망타진하는, 때로는 과도하기까지 한 폭력장면에도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열광한다.

 

그동안 법은 강자와 있는 자에게 약하고, 약하고 없는 자에겐 강했다. 아픈 이들의 눈물과 고통을 감싸지도 대변하지도 않았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법이라는 공공영역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도달할 종착지를 그려낸다. 악이 악의 능력을 정의 실현에 쓴다는, 소위 ‘다크히어로물’은 법이란 공공재의 대체재에 다름 아니다. 법이 실종한 공공영역에는 또 다른 다크히어로물이 채워질 것이다. 오늘 NCCK가 의료현장과 노동현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공공영역의 민낯을 시선하는 이유다.

 

오늘, 한국 사회의 민낯

 

# 현장1

지난해 8월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의료계가 파업을 벌였다. 의대생들은 국시를 거부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공공 의대 신설, 원격의료 추진’을 ‘4대 악 의료정책’이라 규정하고, 철회하라 요구했다. 의사가 공공재라면, 영국처럼 의사가 되기까지의 모든 비용과 의료행위에 필요한 시설과 운영을 국가가 제공하라 주장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자, 의협은 다시 전국의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 현장 2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4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합격자 수를 1,200명으로 줄이라 요구했다. 정부가 합격자 수를 1,706명으로 결정하자, 변호사 개업에 필수인 실무연수 인원을 지난해 789명에서 올해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변협 외 실무연수 자리가 1,000명 정도이니, 연수를 받지 못한 합격자 500명이 당장 갈 곳이 없게 된다. ‘사다리 걷어차기’다. 인구 1만 명당 변호사 수는 미국 41.28명, 영국 32.32명, 독일 20.11명, 프랑스 10.83명, 한국 5.39명, 일본 3.38명이다(2020년 기준).

 

# 현장 3

사망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목숨을 잃은 이들은 대부분 일용직이거나 계약직 노동자다. 비정규직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 여전히 작업현장은 열악하고, 안전 장비는 허술하며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2,062명으로 전년도보다 42명 늘었다. 매년 2,000여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50명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 현장 4

지난달 9일, 한 여당 의원이 한강 사망 의대생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작업하다 사망한 이선호씨에 대한 보도 태도를 비교하며 언론에 질문을 던졌다. “두 대학생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태도가 너무도 다르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에서 연일 기사를 써내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겨우 몇 언론에서 한두 번 다뤘을 뿐이다. 이는 세상을 정직하게 담아내지 않는 언론의 실상을 그대로 전한다.

 

# 현장 5

코로나이익공유제, 사회연대세, 특별재난연대세 등 지난 연말, 연초에 여야가 쏟아내던 코로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은 실종됐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제는 소급이 불가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정치는 위기의 책임을 다시 개인에게 떠넘겼다. 정치는 세상의 고통을 해소하지도, 세상의 변화와 혁신을 감당하지도 못한다. 정치현장에는 사람이 없다, 세상도 없다. 정치인들만, 선거만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공공 시스템이 부재하고 공공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다섯 현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장소들이다. 의사는 생명을, 변호사는 인권과 안전을, 노동은 삶의 주체로서의 노동권을, 언론은 목소리를, 정치는 삶의 조건을 담보해 내야 한다. 뉴노멀은 포스트코로나 대전환과 국가 재설계를 요구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 노동 등 삶의 조건을 결정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공공성이 더 중요해졌다.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과 국가의 귀환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인류사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누었다. 코로나는 뉴노멀과 혁신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을 거고, 종식되더라도 전염병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

전망한다. 정부의 2021년도 예산안은 충격적이다. 공공병원 신축, 증축 예산은 0원이었다. OECD 국가의 공공병상 비중은 71.4%이지만, 한국은 10.2%에 불과하다. 병상 수를 늘린다지만, 10%에서 11%로 언 발에 개미 오줌이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논쟁은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로 대립한다. 우리는 이미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2021년 1월의 시선, <흰 눈 내리던 날, 그 코트와 장갑>) 코로나19 위기는 단순히 의료 위기, 방역 위기로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 위기는 사회 위기로 확산한다. 부와 노동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이른바 'K-양극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시 강조한다. 코로나 19로 심화한 불평등이 사회적 약자를 공격할 때 이를 감당할 곳은 국가밖에 없다(<국가의 귀환>, 장덕진 서울대 교수). 지금 국가는 자신이 져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언론은 왜 필요한가, 법과 의료,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의료는, 법은, 노동(현장)은, 언론은, 정치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공공재로 거듭나라. 5년 터울의 두 죽음의 시선이 사적 복수극 <모범택시>를 향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대기자, 김덕재 전 KBS PD,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상임이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가나다순). 이번 달의 필자는 장해랑 교수입니다.

 

4. 전문은 <첨부>로 보내드립니다. 귀사의 보도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문의 : NCCK 언론위원회 김영주 국장(02-747-2349)

The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Korea (NC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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