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혐오의 공론장인가 대안의 공론장인가?
정파적 보도 치우친 2022 대선은 ‘최악의 선거 공론장’
유튜브, 혐오팔이 범람하는 가짜뉴스 만연으로 위험수위
‘출처확인’ 등 비판적인 미디어 활용교육으로 극복해야
‘대의 민주주의’ 한계, 강한 민주주의인 ‘숙의 민주주의’ 대안
‘진실’이 모호한 시대
디지털 공간에서 개인의 욕망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내뱉어진 말과 글, 그림, 사진, 영상으로 떠돌아다니고 흉기가 되어 누군가를 찌르지만, 한번 네트워크에 들어간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공간에서 개인은 욕망을 절제하며 신성한 ‘노동’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래된 전통’을 순종하며 도덕적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개인은 자아실현과 자기만족, 배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성취하고 책임질 뿐이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축제가 아닌 혐오와 차별, 배제의 도가니였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릴 만큼, ‘차악이냐 차선이냐’를 두고 선택하는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다투는 양당 대선 후보가 모두 범죄 혐의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실검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언론은 사실검증 원칙에 의한 보도보다는 정파적 보도에 치우쳤고, 대안언론으로 떠오른 온라인공간에서는 확증편향만 강화하는 최악의 ‘선거 공론장’이 만들어졌다. 결국, 선거기간 내내 대통령 후보자들은 자신이 추구하려는 정치보다는 사생활을 변명하기 바빴고, ‘오래된 전통’을 대표하는 신문과 방송은 변명을 받아쓰기에 바빴다. 새로운 사회적 공론장으로 등장한 온라인공간은 ‘혐오’와 ‘허위정보’로 넘쳐났다.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들은 ‘전통언론’과 ‘대안언론’이라는 ‘쓰레기통과/쓰레기통과 나란히 앉아서/밤을 새웠다(한하운의 시 ’목숨‘중에서)’. 대안언론이 쏘아 올린 ‘혐오’와 ‘허위’라는 쓰레기를 전통언론은 받아먹었고, 그렇게 배설물은 배설물을 낳았다.
무엇이 가짜인가?
대안 공론장으로 불리는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정치 현안보다는 양당 후보의 부인이야기로 뒤덮였고, 살아있는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아날로그 무속인들’과 디지털공간에서 혐오로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디지털 무속인들’이 쏟아내는 예언과 주장이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망쳐놓았다. ‘혐오’라는 망령은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오직 배설에만 심취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망각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개인방송이 있었다.
‘가짜뉴스’가 만연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짜뉴스는 본래 대략 ‘잔혹한 기사 제목이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진과 영상을 혐오목적으로 마치 기사처럼 거짓으로 꾸민 거짓말, 선동’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가짜뉴스’는 인터넷을 활용한 봇(Bot)과 플랫폼(Platform)서비스에 길든 이용자의 의식을 조작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만들어진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읽은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는데, 이 ‘좋아요’는 중독성과 함께 경제적 효과도 높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인터넷 개인방송에 뜬 계좌번호로 후원금을 송금하거나 별 풍선을 쏜다.
온라인공간에서 ‘혐오 팔이’를 통해 얻는 영향력의 뿌리는 확증편향이다. 그래서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영역이 정치이다. 주로 거짓 주장이나 만들어진 스캔들은 정치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데 이용된다. 정치적 혐오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서 여론을 극단적으로 나뉘게 한다. 이를 통해 선거에서 투표결과로 연계시킨다. 정치에서는 진실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알리기보다 온라인공간을 배회하며, 확증편향을 강화하려고 시도한 이유이다.
가짜뉴스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는 내용은 비록 허위이지만 현실적 악의가 없는 오보이다.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가 허위로 만들어 낸 내용을 현실적 악의를 갖고 유포하는 경우이다. ‘악의적 정보(Mal-information)’는 정보 내용은 사실이지만, 누군가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사생활을 침해하기 위한 악의를 갖고 유포하는 정보이다. 이 경우에도 현실적 악의를 갖고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보 자체는 역사적 사실이거나 진실이다.
잘못된 정보(오보)든 조작된 정보나 악의적 정보든 모두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킨다. 가짜뉴스는 잘못된 정보와 조작된 정보에만 해당한다. 그러나 사실을 적시하는 악의적 정보도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고 개인에게 큰 피해를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가짜뉴스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서 사회적 신뢰가 상실되게 만든다. 또한,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이를 구분해내기 위해 많은 사회적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유튜브의 경우, 정치영역에서는 여전히 혐오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시절의 선거운동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이전에도 대중매체와 SNS를 이용한 간접적인 선거운동은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나, 이제는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재래적 선거운동보다 더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지지층이 많은 정당은 당원을 통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미디어를 통해서는 부동층을 설득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정치가 선거운동을 위한 플랫폼으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나쁜 정치’와 ‘좋은 정치’를 구분할 수 있는 수단도 되지만, 동시에 ‘나쁜 정치’에 악용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환경에서 선거운동의 핵심 플랫폼으로 온라인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TV가 여전히 선거운동의 핵심매체로 기능하지만, 1990년대부터 선거운동에서 온라인은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실시간 방송 시청률이 점점 더 떨어지는 환경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선거운동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하였으며, 선거후보자는 온라인을 통해서 목표그룹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수용자(유권자)와 개인적 친분을 쌓은 도구로 사회적 관계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선거운동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정당과 후보자는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자와 정책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맥락에 맞게 제공할 수 있다. 또 정당과 선거운동원들은 정당지지자는 물론 잠재적인 지지자인 유권자와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 SNS에서 친구나 팔로우일 경우에 논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정당 및 후보자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유권자를 투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유인하고, 설득하는 것으로 자당이나 자당 후보를 지지하게 하는 게 가장 최선이다.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적 관계망을 이용한 선거 전략은 더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댓글을 자동으로 다는 방식과 같은 여론조작을 넘어서 유권자에게 직접적으로 친근감(연대)을 표시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망을 비롯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는 미디어가 갖는 속성 때문에 자칫 유용한 도구보다는 씻을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주는 독이 될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1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뉴스와 시사 정보를 텔레비전(54.8%)을 통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이어서 인터넷 포털이 36.4%, 온라인영상플랫폼이 2.8%, 종이신문 1.7%, 인터넷뉴스사이트 직접 접속 1.3%, SNS 0.9%, 라디오 0.8%, 메신저 서비스 0.8%의 순서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 이용자의 자발적인 뉴스 이용은 주로 검색엔진 및 뉴스수집서비스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수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 조사에서는 디지털뉴스를 이용하는 경로가 검색 엔진과 뉴스 수집 서비스라고 응답한 비율이 한국은 72%, 일본 69%, 대만 56%, 체코 50%, 이탈리아 47%, 터키 46%, 인도 45%, 프랑스 44%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뉴스이용자들은 시사 정보를 이용할 때 검색엔진과 뉴스 포털에 대한 경로 의존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뉴스 포털이 뉴스링크를 종합하여 포털 내부에서 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편리함도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인터넷을 통한 뉴스이용과 동영상을 이용한 뉴스이용이 증가하면서, 혐오와 허위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밖에 없다. 혐오와 허위정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미디어활용교육이 중요하다. 미디어활용교육은 크게 ‘자세히 관찰하기’, ‘심사숙고’, ‘비판적 읽기’, ‘출처확인’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모든 정보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만일 헤드라인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면 의심해볼 만하다. 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선동하는 주장만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둘째는 자세히 관찰한 결과 정보에 의심이 간다면, 그 주장을 전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한다. 셋째는 비판적 읽기이다. 이러한 허위정보의 전형적인 전달 방식은 문장을 따옴표에 넣는 것이다. 기자나 전달자가 직접 취재하거나 확인하지 못했고, 누군가 “그렇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의심이 드는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이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누가 의심스러운 정보를 퍼뜨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보가 누락되었다면, 그것은 조작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혐오와 허위정보를 구분해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제도설계를 통해서 혐오와 허위의 악의성, 오용가능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첫째, 뉴스 생산자의 윤리적 기준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모든 제도의 1차적 대응방안은 자율적인 교정과 실천이다. 이러한 자율적 기준 확립과 책무성에 대한 논의는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이익을 얻는 전문적 주체들이 책무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규율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둘째, 뉴스생산 주체만으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무성 실천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감독기구를 통해서 협치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규율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셋째, 법치의 영역이다. 이미 통치수단으로 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법률을 중세처럼 악의적 허위정보를 유통시켰다는 이유로 사람을 화형 시킬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가볍게 볼 만한 사안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중간쯤 어딘가에 해법이 있어야 한다. ‘규율을 통한 자율규제’를 실천하지 않고, 허위든 혐오든 ‘목적이 선하면 수단은 악해도 된다’는 확증편향팔이에 몰두할 수 없도록 법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상호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 구축은 숙고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선출된 정치인들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통해서 통치하는 정치 행위를 대의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이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과정이 제한된 ‘약한 민주주의’이다. 그래서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시민이 직접 숙고할 수 있는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는 “분산된 공동체의 형태로, 다양한 공론과 현대사회와 합치될 수 있는 시민조직이 존재”하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공론장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역공동체를 인구 1,000~5,000명 정도로 설계하여, 모두가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할 때만 가능하다. 이러한 공동체에서는 “시민사회에서 시민의 위치를 정치와 사적인 공간 사이에 두고, 공권력 독점 없는 정부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짐으로써 공공의 복지를 확대하는 참여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광장(공론장)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강한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면, ‘약한 민주주의’라고 불리더라도 대의 민주주의를 통해서 시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과 정당이 숙의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선거를 통한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디어는 숙의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의 도구이자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추인 받는 플랫폼(공론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또한, 공론이 만들어지는 정치 과정을 시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결국, 대의민주주의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보도가 수용자에게 이용될 만큼 뉴스 가치가 있어야 한다. 유튜브와 같은 대안언론은 보조적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 만일 전통매체라는 기성언론이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대안언론과 자리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부사장,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장,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희상 시사IN 선임기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가나다순). 이번 달의 필자는 심영섭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