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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주목하는 시선 2022」- <시대착오적인 윤석열 정부의 경제 행보>

입력 : 2022-08-05 12:07:57 수정 : 2022-08-05 1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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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

시대착오적인 윤석열 정부의 경제 행보

 

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언론위원회(위원장: 김상균)는 2022년 5월의 시선으로 <시대착오적인 윤석열 정부의 경제 행보>를 선정하여 발표합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생활필수품 물가는 하루가 멀다 하며 전 방위적으로 들썩입니다. 물가인상 만이 아니라, 금리 인상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쳤습니다.

국민 대다수의 생활형편은 코로나로 인해 피폐해진 절망의 구렁텅이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손실보상금 소급적용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민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지난달 8.4를 기록해, 2001년 9.0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이래저래 죽어나는 건 서민과 취약계층뿐입니다. 정부의 경제 행보는 아무런 희망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선>이 윤석열 정부의 6월 경제정책 행보를 주목한 이유입니다.

 

2. 선정 취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들리는가, 이 비명이

‘경유도 삼겹살도. 소비자 물가 5.4%↑ 14년 만에 최고.’ 안 오르는 게 없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5.4%를 돌파하더니, 6월은 6.0%를 기록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인상 만이 아니다. 금리 인상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쳤다. ‘런치플레이션’, ‘누들플레이션’이 횡행한다.

 

코로나로 망가지고 피폐해진 절망의 구렁텅이였다. 코로나 손실보상금 소급적용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민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지난달 8.4를 기록해, 2001년 9.0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다. 이래저래 죽어나는 건 서민과 취약계층뿐이다. 국가는 이 비명을 듣는가, 눈물과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아니다. 바로 2022년 6월 시선이 윤석열 정부의 6월 경제정책 행보를 주목한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6월 경제 행보를 돌아보니

서민과 노동자의 비명이 처절한데, 정부의 민생대책은 없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대통령은 아침 브리핑에서 금리대책을 묻는 취재진에게 거꾸로 이렇게 물었다, “인상 외에 다른 방법이 있나요?” 고민이 없다, 고통을 공유해야 한다는 기본인식조차 없다. 안이하고 무책임한 인식은 6월 한 달, 윤석열 정부의 행보와 대응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6월 16일, 한 달 만에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핵심은 감세와 규제 완화였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종부세 대상과 부담도 줄였다. 주식 양도세도 사실상 폐지됐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한한다며, 연내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암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도 시사했다. 이날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하나다. 언제든 기업인은 연락하라”고 했다. 3일 전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린 화물연대파업을 “집단운송거부”로 규정했던 대통령이다. 전형적인 ‘기업프렌들리’였다.

 

6월 23일, 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주 12시간 가능 연장근로시간이 최대 92시간(기본 40, 연장근로 52)으로 늘어난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 1,928시간은 OECD 평균 1,500시간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노동자 289명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주 최대 52시간”은 노동자의 과로사를 방지하고,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에 여야합의로 도입된 제도였다. 지난해 7월 시행돼, 채 1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새 정부 들어서며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6월 2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460원(5.0%) 오른 9,620원 (월 201만 580원, 209시간 기준)이었다. 경제성장률(2.7%)에 물가인상률(4.5%)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2.2%)을 뺀 금액이었다. 올해 물가상승률 수준도 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민생안정대책, 노동시장 개혁정책, 최저임금 결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친기업, 부자 중심이다. 정책들은 자유주의 시장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그 풍요가 양극화와 갈등을 해결한다는 대통령의 취임사와 연결돼 있다. 정책들은 10년 전 ‘MB노믹스’를 빼닮았다. 폐기된, 이른바 ‘낙수효과’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정신은 망가진 공동체를 살려내고 사회와 시스템을 재개편하는 ‘뉴모럴’이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6월 행보는 정반대의 길이다.

 

10년 만에 부활한 신자유주의 망령

법인세 감면의 이면 – 실질임금 삭감, 경제력 집중 심화

법인세, 상속세 인하는 재계의 숙원이었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세금을 낮추면 저들의 주장대로 투자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늘어나는가?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과 판박이였던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감면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갔다.

 

법인세 감면을 얘기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근로소득세다. 통계에 따르면 법인세 비중은 2010년 22.4%에서 2021년 21%로 줄었고, 부가세는 29.6%에서 21.3%로 급감했다. 반대로 소득세는 22.6%에서 34.1%로 급증했다. 소득세 중에도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는 2.84배 늘었고, 노동자의 근로소득세는 3.24배로 늘어났다. 두 데이터는 기업의 감세 부담을 노동자가 감당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세액공제 제도였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납세자 1인당 세액은, 2013년 198만 원에서 2020년 361만 원으로 늘어났다. 2008년 제도 개편 이후, 물가상승만큼 소득세를 보완하는 최고세율 과표구간은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노동자의 실질임금의 삭감으로 이어졌다. 법인세, 종부세를 다 깎았으니, 민생과 사회안전망에 투입할 돈이 없다. 고통은 서민과 노동자가 몸으로 안아야 한다. 세금 감면 이면에 가려진 진실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여전한 노동시장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은 어떤가. 한 달간 쓸 수 있는 연장근로 약 52시간(12시간×4.345주)을 몰아서, 한주에 최대 92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미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을 받는 우리나라에서 과로 사회를 심화시킬 뿐이다.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지만, 전체 노조 조직률이 겨우 14%이고 30명 미만 영세사업장은 0.2%,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부지기수인 우리나라에선 유명무실하다.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 120시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과 오버랩되면서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다.

 

내 월급만 깎이는 시대 – 심화하는 불평등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기업의 이익과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비교해 봐야 한다. 기업들은 지난해 경기 회복과 함께 수익이 크게 늘었다. 2021년 코스피에 상장된 12월 결산기업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74%가량 늘었고, 순이익은 161%나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인플레가 높아진 2021년 기업 이익이 급증했다. 그러나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오히려 하락했다.(이강국, ‘인플레이션, 불평등 그리고 노동자’, 한겨레 6/14)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가 아니라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깎이는 시대’다.

 

인플레이션은 계급 갈등과 불평등을 심화한다.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도 노동자의 삶을 피폐화시킨다. 금리 인상은 경기를 둔화시키고, 경기둔화는 다시 임금상승을 억눌러 부와 노동의 불평등을 심화한다. 그 결과가 부와 노동의 양극화다. 2021년 우리나라 연간 국민소득에서 상위 1%와 10%가 가져간 몫은 각각 14.7%와 46.5%로, 2016년의 12.2%, 43.3%보다 커졌다.(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 경제대 교수, ‘2022 세계 불평등보고서’) 상위계층에 소득이 몰렸다는 건, 그만큼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는 뜻이다.

 

이와 연관돼 경제사학자인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발언이 관심을 끈다. “이 바이러스는 검은 백조가 아니었다. 회색코뿔소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 데이터로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 위험’을 뜻하는 검은 백조(블랙스완)가 아니라, ‘충분히 예견됐지만 무시된 위험’인 회색 코뿔소(그레이라이노)라는 것이다. 투즈 교수는 ‘시장 경쟁’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속에서 서민과 빈곤층을 보호해야 할 보건시스템과 사회안전망은 붕괴 직전으로 방치됐다고 꼬집는다. (제정임, 코로나 팬데믹이 던진 두 가지 숙제, 한겨레 6/7)

 

해외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금리 인상 외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무식하다. 모르면 공부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정책은 몰랐다고 했다, 무책임하다. 아니, 무능하다. 느끼지 못한다면 현장에 내려가 허리를 낮추고 아픈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왜 방법을 고민하거나 아픔을 공감하지 않는가. 이번 달 시선은 두 가지 해외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둘 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가 일방 행보하고 있던 시기에 언론에 보도되었다. 두 사례는 거꾸로, 윤석열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첫 번째는 소위 ‘횡재세(橫財稅)’의 도입이다. 우리의 대기업 법인세 감면과 달리, 미국과 영국은 오히려 대기업의 세금을 늘리고 있다. 영국의 횡재세, 미국의 초과이득세가 그것이다. 예상치 못한 행운에 세금을 매긴단 의미의 횡재세, 이미 영국은 부과를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이 돈을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가구와 장애인 지원에 쓸 예정이다. 미국도 호황을 누리는 석유회사의 초과 이익에 20%대의 세금 부과를 추진 중이다.

 

두 번째 사례는 유럽의 주 4일제 실험이다. 우리가 92시간 논쟁할 때 영국은 대대적 주 4일제 실험에 들어갔다. 영국은 노동생산성, 삶의 질 동시에 만족시키는 ‘역사적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국제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 글로벌’이 영국 내 70여 개 기업노동자 3,300여 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임금 손실 없이 주4일 근무 실험을 진행한다. 생산성과 임금을 100% 유지하되, 노동시간은 주 5일에서 4일로 20% 줄이는 ‘100;80;100’ 모델을 지향한다. 배경에는 코로나가 세상에 던진 화두, 삶의 질 향상이란 철학이 깔려있다.

 

날뛰는 회색 코뿔소를 잡아라

이 6월의 시선에 주목하고 있던 7월 2일, 서울광장에 6만 노동자가 모여 전국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물가폭등, 민생대책 마련, 노동 개악 저지, 사회 공공성 국가책임 강화, 비정규직 철폐를 부르짖었다. 구호는 사뭇 처절하다. “노동자는 죽어난다”, “돌봄 국가 책임실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불평등은 깊어지고, 갈등은 격렬해질 것이다.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신자유주의의 망령 아래, 가진 자와 힘 있는 자 중심의 정책이 자유란 이름으로 위장돼 이 땅을 지배하고 있다. 시대는 혁명적인 발상과 정책을 요구한다. 서민과 노동자는 코로나에 이어, 경제 위기 쓰나미 앞에서 생존의 백척간두에 서 있다. ‘노동’을 굳이 ‘근로’라 부르는 집권당과 정부의 인식으로는 오늘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인 사람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

 

노동이 신성시되고, 노동자가 당당한 개별적 주체인 사람으로 대접받을 때 진정한 자유는 온다. 국가는 회색 코뿔소가 거리를 휘젓고 다니게 해선 안 된다. 자유를 앞세우고 친 재벌, 부자 중심의 경제정책으로는 코로나로 심화한 부와 노동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입으로만 외치는 민생이 아니라 온기를 느낄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민생대책을 세워라, 생명과 사람을 중심에 둔 사람공동체를 회복하라. 이 일은 오직 국가만이 할 수 있다. 2022년, 시대가 윤석열 정부에게 내린 지상명령이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부사장,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장,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희상 시사IN 선임기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가나다순). 이번 달의 필자는 장해랑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