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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2022년 8·15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공동성명

입력 : 2022-08-10 14:52:10 수정 : 2022-08-10 14: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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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국제위원회(위원장 강용규 목사)는 지난 9일(화) 8.15 광복 77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종교시민사회 네트워크, '한‧일화해화평화플랫폼(이하 플랫폼)'과 공동으로 아래와 같이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본 회는 플랫폼의 초기 제안자로서 현재 공동대표와 운영위원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성 명 ]
 

2022
8·15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공동성명


 
지금이야말로 평화의 이정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대결과 갈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팬데믹, 식량과 에너지 부족 등 국제협력으로 대처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 앞에서, 진영 간 대결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대결정책으로 인해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급기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이어 제3의 ‘핵 참사’마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77년 전 일제의 ‘패전’과 한반도의 ‘해방’, 식민지배 미완의 책임에 대한 이행과 한반도 분단의 의미를 묻는 8∙15를 맞아 ‘평화의 이정표’를 확인하고 한일 양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의 평화를 향한 실질적 행동을 요구하며, 한일 시민사회와 세계 시민들의 연대를 촉구합니다.

 

미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노골적인 군사 팽창 의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진영대결과 전쟁확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전쟁을 통해 힘에 의한 문제해결은 성공할 수 없으며, 모든 고통과 비용은 시민들이 치르게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많은 나라들이 군비확장과 군사동맹에 의존하는 정책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것은 더 큰 불신과 긴장, 나아가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평화에 대한 위협’을 규정한 유엔 헌장 7장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무장갈등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화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커다란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하여 압박정책을 펼치고,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중국 위협론’, 나아가 ‘북 위협론’에 입각해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군사동맹 속으로 더욱 깊숙이 편입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정권, 그리고 올해 3월 출범한 한국의 윤석열 정권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동원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청산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유보한 채, 5월 한미 정상회담과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적 외교를 포기하고, 불신과 적의에 기반한 ‘쿼드(미일호주인도 4자 전략대화)’와 새롭게 구상중인 ‘IPEF(인도 태평양 경제 프라임워크)’에 깊숙이 편입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6월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는 한미일 군사훈련 등 3국간 군사협력을 심화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최초로 언급하면서 신전략개념을 채택한 나토 정상회담에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참여하여 회담을 열고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기시다 정권은 미일 군사동맹 강화와 군사비 두 배 증액, 적기지 공격 능력 강화 등 군사 대국화를 추진하며 ‘대만유사시’와 ‘한반도위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전쟁하는 군대를 합법화하는 개헌을 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2018년 남북, 북미 정상 간에 합의한 적대관계의 개선과 신뢰 구축,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의 포괄적 해결이라는 평화적 접근법 대신 제재와 압박, 군사력 과시 등 힘에 의존하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두 나라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한일 양국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한반도의 남북 화해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군비확장과 군사동맹에 의존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서 벗어나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호혜적 공동안보 협력 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과거 한반도 강제 병합과 중국 침략이라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의 과오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통해 직시해야 합니다. 또한, 생명과 인권에 기초하여 잘못된 과거사 청산,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이행과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보다 능동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70년 가까이 지속한 불안정한 휴전상태와 전쟁을 종식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적극적이고 신실한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세계의 평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대결과 전쟁이 아닌 생명과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 각국의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없으면 동북아의 평화도 세계의 평화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각국 정부에 아래와 같이 강력히 요구합니다.

 

 

 

《우리들의 호소》

 

◾ 한일 양국 정부는 올바른 역사 인식과 과거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공동으로 진상규명 작업에 나서라! 특히 일본 정부는 역사교육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중단하고 동북아시아의 화해와 평화를 실현하는 역사교육을 시행하라!

◾ 한일 양국 정부는 동아시아에 NATO 또는 그와 유사한 대중국, 러시아, 북한의 군사동맹을 구축하거나 확장하려는 시도에 반대하고 호혜적인 공동안보 협력 체제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라!

◾ 한일 양국 정부는 핵무기 위협이 없는 동북아시아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핵무기금지조약을 조속히 비준하라!

◾ 일본 정부는 헌법 9조 수정을 비롯한 헌법개악을 즉각 중단하고, 방위비 증액과 난세이(南西) 제도 기지 건설 등의 군사화를 멈추어라!

◾ 일본 정부는 헤노코 신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기지 없는 오키나와’ 실현하라!

◾ 일본 정부는 북일 국교 정상화 교섭을 재개하라!

◾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강제 동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 보상하라! 아이누나 재일외국인의 민족교육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조선 학교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 헤이트 크라임을 방치하지 말고, 인종차별철폐법을 제정하라!

◾ 한국 정부는 강제 동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관해 피해자 동의 없이 일본 정부와 불가역적 합의를 추진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역사의 잘못을 수정하기 위한 책무를 다하라!

◾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 정책을 폐기하고 북한 GDP의 1.5배에 이르는 방위비를 감축함으로써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라! 동시에 주한 미군기지 확장, 사드 추가배치 등 주변국에 위협이 되는 한미동맹 정책을 철회하라!

◾ 한국 정부는 일본 자위대와의 군사정보공유, 군수지원, 군사훈련 등 군사협력을 중단하라! 특히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견지하라!

◾ 한미일 3국 정부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도발적인 한미, 미일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라!

◾ 한국과 북한, 미국 정부는 남북 정상간 합의와 북미 정상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라!

◾ 한국과 북한, 미국 정부는 70년 가까이 지속한 불안정한 휴전상태를 종식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신실한 조처를 취하라!

◾ 한미일 정부와 국제사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휴전과 종전협정 체결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라!

 

 

전쟁 포기를 강조하는 일본헌법 9조의 정신은 이제 남북한 화해와 평화, 그리고 한·일, 북·일 화해와 평화의 길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이정표로 빛나고 있습니다. 그 정신은 세계를 ‘적’ 또는 ‘내 편’이라는 극단적 대립 구조로 갈라놓는 냉전적 대결구도를 극복하고 무력에 의지하지 않는 평화 외교의 지혜를 도출하기 위한 원천으로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의 평화헌법 지키기는 세계 평화운동의 보편적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의 가혹한 현실에 아파하는 생명들과 깊이 공감하며,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는 갈등과 대결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를 타파하기 위해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고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며적의와 증오에 의한 모든 테러리즘과 혐오 범죄와 투쟁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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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