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이라크 파병 결정은 진정한 평화도 국익도 아니다
오늘(2월 13일) 국회 본회의의 이라크 추가 파병안 통과 소식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
정의가 빠진 평화는 진정한 평화일 수 없다. 단지 힘과 자본을 소유한 자들만을 위한 평화일 뿐이다. 성서가 가르쳐 주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제시하는 평화는 함께 더불어 사는 것임을 우리는 굳게 믿고 있다.
우리는 이라크 전쟁을 미국의 경제적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한 군사적 위협 행위로 규정한다.
불순한 힘으로 세계 경제를 재편하려는 속셈 앞에 스스로를 내 맡기는 것은 올바른 처세일 수 없다. 최소한의 자생 능력도 포기해 가며 기형적 경제 구조에 편입되어 가려는 것은 심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 국민의 힘을 믿지 못하는가!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이어 받았다고 자처하는 현 정부가 왜 그것을 과소평가 하는가! 국민의 이름으로 반대하였다면, 오히려 미국이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정부는 광우병으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거부 사건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평화와 국익은 국민의 힘을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단결된 힘 앞에 이 땅의 진정한 평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의 불순한 의도를 돌파해 가는 길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낙오와 고립을 미리 염려하는 것은 역사관의 부재이고 근시안적 시각이다. 충실한 신자유주의 이행으로 인한 기형적 경제 구조가 오히려 영원한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다. 굴복은 더 많은 굴종을 가져올 뿐이고, 파병을 거부했다고 해서 수출이 막힐 거라는 논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근거가 없다.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의 위협논리 역시, 미국의 군사력 재배치 전략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사항일 뿐, 파병거부와는 해당 사항이 있을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의 오만한 자세를 꺾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다음의 요구와 결의를 밝힌다.
- 국회는 파병결정 철회하라.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는 국민의 대표일 수 없다.
- 정부는 소탐대실의 근시안적 시각을 버려라. 국민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서길 바란다.
- 우리는 ‘저항의 영성’으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양심 있는 국민들의 파병반대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함께 해 나갈 것이다.
2004. 2. 1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백도웅
교회와사회위원장 인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