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지난 6월 30일 회의를 갖고, 기독인들로서 이라크 파병 결정은 신앙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결론 내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이라크 파병 결정을 강행하려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국내외의 언론 플레이 속에서 고통 당하고 있는 이라크 사람들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이날 기도회를 마련했다.
이날 기도회는 인명진 목사(KNCC 교회와사회위원장)의 사회로, 김일수 장로(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김성복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 신효희 회장(한국교회여성연합회)이 각각 '이라크 평화를 위해', '추가파병결정 철회를 위해', '평화세우기에 앞장서는 교회되기 위해' 기도했고, 백도웅 목사(KNCC 총무)의 설교, 문대골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장)의 축도로 1부 기도회가 마쳐졌다.
백도웅 목사는 "하나님 나라는 관념과 현학적 지식에 있지 않고, 말씀대로 그대로,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내딛는 그 한 발자국"에 있다는 요지의 말씀을 전했다.
기도회 후에는 기독교회관에서 종묘 공원까지 평화행진을 하며, 이라크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원했다. 아래는 이날 발표된 기독인 선언의 전문이다.
이라크 파병 철회를 위한 기독인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에큐메니칼 단체와 복음주의 단체들은 이라크의 진정한 평화와 우리나라 군대의 이라크 파병 철회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기 위해 오늘 함께 모였다.
우리는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던 지난해부터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고 노력해 왔다. 우리는 이라크인들의 전쟁 상처를 위로하고 씻어내기를 바라는 한국교회의 마음을 담아 구호지원 사업을 벌였으며 미국에게 침략적 목적의 전쟁을 당장 중지할 것을 세계교회와 함께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여전히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고 미군과 무장단체와의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주권이양 이후에는 미군과 이라크 경찰 대 이라크 무장세력을 중심한 이라크 민중간의 갈등구조로 대결양상이 급격히 변화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은 애초 후세인정권의 독재와 대량살상무기를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후세인 정권은 축출되었고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제는 임시정부도 서게 되었다. 미군이 더 이상 이라크 내에 남아있을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민중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중지하고 하루속히 철수하여, UN차원에서 이라크의 진정한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미군이 있으므로 이라크 민중은 친미와 반미로 갈라질 것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라크의 민주주의 발전은 민족내부의 갈등양상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라크의 진정한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철수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추가파병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한국교회는 동포이며 하나님의 귀중한 일꾼인 김선일 형제를 잃는 충격적인 슬픔을 겪었다. 故 김선일 형제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한국군대의 이라크 파병을 중지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을 계속해서 고집할 경우 제2, 제3의 김선일 형제와 같은 희생이 이어질 것은 명명백백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한미동맹을 이유로 파병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희생하라는 의미가 된다. 우리 국민들은 故 김선일씨의 죽음 이후 과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가하는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추가파병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귀중한 생명과 인권이 전쟁의 참혹한 상황 아래서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생명은 천하보다 더 귀한 것이며 인권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권리이다. 따라서 평화를 위한 우리의 기도는 그칠 수 없으며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이에 한국교회는 이라크의 평화를 바라고 추가파병을 중지시키는 일을 하나님의 긴급한 선교 명령으로 듣고 순종하며 그 걸음을 이어나갈 것이다.
2004. 7. 9
이라크 평화를 위한 기도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