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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을 촉구하는 종교계 대표 성명

입력 : 2004-07-13 03:20:51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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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을 촉구하는 종교계 대표 성명

 

2001년 초, 우리 사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1만여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집총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여 전과자가 되었는바, 대다수가 특정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인권유린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2004년 현재, 500여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되어 있고, 재판에 계류 중인 사람만도 300여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특정 종교인을 넘어 불교, 기독교 신앙에 근거하여 집총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하고, 더 나아가 반전평화, 생태주의 사상에 입각한 일반인들의 병역거부도 확산되면서 이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특정 종교인들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양심의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행위임이 증명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유엔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규약에 기초하여 유엔회원국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장을 이행할 것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고, 한국정부도 수년간 찬성 의사를 밝혀왔다.

 

또한 사법계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법정최고형인 3년을 선고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1년 6개월의 맞춤형 선고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60여년 간의 획일적인 유죄판결의 관행을 깨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3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변화하는 국민과 사회여론을 반영하듯 시민사회와 국회 일각에서 ‘대체복무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는 21세기를 새롭게 평화의 세기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새천년 벽두에 선언한 종교인들로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한국정부가 수차례 유엔인권위원회 회원국으로서 참가하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장과 이행에 대해 찬성결의 했던 사실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2.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대한민국 헌법에서 명기하고 있는 '종교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3.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병역이행자는 물론이거니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종교 및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서 현재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가 개선·이행될 수 있도록 판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

2004년 7월 12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을 촉구하는 종교계 원로(대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