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을 진행하며 들려오는 소리는 "미친x들", "저 x들 십자가 들고 무슨 짓들이야" 하는 즉흥적이고 격한 욕설에서부터, "저것들 전쟁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뭘 모르고 저래", "국가보안법 폐지되면 나라 망해! 북한 사람들이 막 넘어 오는데 어쩌려고 저러는지 뭘 알기나 하고 저러는 건지", "요즘 시민 단체들 재정 타내려고 별 짓을 다하는 구만", "한기총도 폐지에 반대하는데 쟤들은 뭐야" 하는 온갖 따가운 시선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평화걷기를 진행한다. 거짓과 모순 속에 이 사회는 깊이 매몰되어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양심이 무엇인지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금방 들통날 것들이 온갖 기만 속에 가려져 있다.
독재와 폭압 통치 시기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의 총체였던 국가보안법이 마치 이제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주춧돌인양 떠받들어지고 있는 알 수 없는 모순을 바라보며, 젊은 목회자와 청년들이 모였다. 모순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바로 그 모순으로 인한 기득권자는 아닌지 되물으며 걷는다.
'국가보안법폐지를바라는기독인모임'은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모임은 아니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뜻 있는 신앙인들이 모인 것이고, 민주주의는 결국 제도의 정비라는 확신 속에 국가보안법 폐지야말로 이 시대에 주님이 걸어가신 그 걸음을 따라 걷는 것이라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또한 비록 적은 인원이지만 기독교 영성을 표현하며 대중과 만나는 방식으로 고민된 것이 평화걷기이다. 촛불시위가 여전히 인기 있는 대중 운동방식이고, 삼보일배가 부문에서 신선한 모습으로 제시되었지만 기독교의 참여적 영성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방식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 동안 기독교 운동진영이 진행해온 행사들을 평가해 볼 때도 대중적 홍보 면에서는 늘 아쉬움이 있었고,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도 쉽지는 않다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었다.
걷기는 간디, 마틴 루터킹 목사, 틱낫한 등 범 종교인들이 애용한 명상법이다. 그러나 구약의 여리고성 걷기를 비롯해서, 이 땅에 평화와 정의의 길을 열어 가셨던 예수님의 삶 자체가 걷기의 연속이었다.
'국가보안법폐지를바라는기독인모임'은 이 시대의 모순인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위해서, 십자가를 들고 행진한다. 행진은 매일 정오 기독교회관 앞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인파 속을 침묵으로 왕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는 15명 내외의 기독교 젊은 목회자와 청년단체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1차로 9월 24일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걸으면 걸을수록 이 사회는 아직도 모순이 많으며, 변형되고 가려진 갈등들이 여전하다는 것을 참여자들은 고백한다. 논의 과정은 남아 있으나 추석연휴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기독인 평화걷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진실과 양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모든 신앙인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국가보안법폐지를바라는기독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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