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간담회는 기독여민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주최로 교회개혁을 위한 공동기도, 퍼포먼스(여성이 만드는 교회), 취지설명, 2005년 사업계획 발표, 성명서 낭독의 순으로 진행됐다. 발표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취지설명
우리 교회여성들은 한국교회의 개혁과 변화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왔다.
우리는 작년 11월 예장 합동 총회장의 여성비하, 생명경시 발언을 듣고 분노했다. 이는 월경과 출산이라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모독하고 성서의 평등사상에 위배되는 반성서적인 발언이다. 또한 여성으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한 언어폭력이다. 기독여성들은 한국 사회와 교회 내에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편견이 뿌리 깊게 박혀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교회여성 41개 단체들은 '예장합동 총회장 여성비하·생명경시 발언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총회장의 공개사과와 공식 사퇴를 요구하고 기자회견, 기도회 개최, 예장합동 총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활동을 벌였다. 이런 화정의 교회의 한 교회의 잘못된 지도자를 증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양성평등한 예수 공동체 실현을 위한 것이었다.
교회여성들은 지난해 10월 간담회를 열어 한국교회 대표적 연합 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통합논의에 관해 두 기구가 하나 되는 일만 아니라 개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로 거듭나고 연합과 일치의 본질을 따라 교회의 참모습 회복과 세계 치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몇몇 남성 목회자들 중심으로 진행된 교회연합사업처럼 기구 통합논의에도 평신도, 여성, 청년들이 소외돼 왔음을 지적하고 교회 공동체 성원들이 참된 동반자 관계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21세기 찬송가' 발간과 관련해서 교회여성들은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 헌신, 결단하며 21세기 신앙공동체의 비전을 포함한 한국교회 찬송가로 제작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출간된 찬송가 시제품을 검토하며 폭력적, 군사적이고 성차별적인 가사들이 여전히 걸러지지 않았으며 개혁신앙의 참뜻을 담지도 못한 것을 보고 교회여성들의 충정 어린 우려와 제언을 밝혔다. 21세기 찬송가가 지난 1996년부터 출간을 준비 해왔음에도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은 교회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한 결과 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대 교인들의 올바른 신앙고백을 이끌기 위해 보다 더 원문에 부합하는 '주기도문 사도신경' 재번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이런 논의 역시 찬송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교회공동체 만들기에 필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이끄는 주체가 전처럼 남성 신학자와 목회자 일색인 점이 안타깝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교회 여러 개혁과제들이 많지만 특히 한국교회에서 진행되는 몇 가지 큰 문제들과 관련하여 우리의 의견을 내놓고자 모였다.
2005년도 사업계획
1. 한국여성신학지 기획 출판
- 여성신학 확산을 위해 한국교회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한국여성신학지를 새롭게 기획하여 출판한다.
2. 여성신학 강좌 실시
- 교회내의 민주화와 양성평등을 이루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여성 목회자를 위한 강좌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3. 예배운동
- 여성신학의 대중화를 위하여 순회예배를 지속사업으로 하며, 개혁적 교회의 대안적인 예배 모델을 제시한다.
4. 교회내 양성평등 실태조사와 토론회
- 한국교회내 여성참여 실태를 조사하고 여성참여 방안을 토론한다. 또한 각 교단에서 여성참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이끈다.
5. 에큐메니칼 여성지도력 교육
- 에큐메니칼의 개혁지향을 중심으로 교회연합운동의 과제를 나누고 지도력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리더쉽을 기른다.
6. "교회 내 여성에 대한 폭력극복" 활동
- 교회 내 성폭력과 여성의 성직임명 불허, 의사결정기구의 여성참여 배제 등 교회 내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을 벌인다.
7. 대안교회 모델 찾기
- 양성평등한 교회 모델을 찾고 소개한다.
8. 종교개혁제 개최
- 기독여성들의 현장 활동을 신학화하고 그것을 토대로 대안 교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성명서
종교개혁에 즈음하여
온전한 여남평등 신앙공동체를
제487주년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개혁정신'을 기념하고, 교회의 중심과제인 교회개혁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최근의 한국교회는 목회자 세습, 비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불투명한 헌금사용 등으로 권위가 실추되고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여성참여'라는 시대적 당위성을 선도하기는 커녕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시급한 교회개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 내 여성의 완전한 참여를 촉구하고, '평화와 생명' 지향의 교회개혁이 하루속히 이뤄지길 바라며 교회여성들의 뜻을 밝힌다.
첫째, 교회는 선교, 교육 등 교회 활동에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을 마련하고 교회 내 여성 참여를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교단총회를 맞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형 교단들의 중요한 의결결정 기구의 여성참여는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한 교단의 경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의 여성총대 비율이 0.52%에 불과하다. 이는 여전히 여성의 참여가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여성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회내 의사결정 기구의 여성대표 30% 참여가 실현하여 여성들이 지금처럼 여성들의 일로 치부되는 영역에서만 봉사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은사에 따라 각 분야에서 골고루 은사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역의 장을 마련하고 확대해야 할 것이다.
둘째, 「21세기 찬송가」발간 등 교단들이 연합해 추진하는 일들에 여성과 남성 신학자, 목회자의 균형있는 참여를 통해 고양된 신앙공동체 형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교회와 교인들에게 기대한 영향을 줄 연합사업들이 정치적 차원에서 이뤄지거나 소수 남성에 의해서 진행 돼왔다. 이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사역자로 인정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에 어긋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참 교회상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지향하는 교회의 비전에 다다를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신앙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찬송가와 주기도문·사도신경 재번역을 통해 여성, 남성, 청년, 평신도, 목회자 등의 폭넓은 참여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신앙이 더 풍요로워 지고 성숙해 지기를 기대한다.
셋째, 한국교회 일치논의는 교회의 삶 전체를 새롭게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역사를 성찰해보면 화합과 대화보다는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하나 된 교회를 지향하는 때에 교회의 참모습을 회복하고 세계를 치유하며 나아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관심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온전한 교회공동체 형성을 위해 상호보완적이고 동반자적인 관계를 이뤄야 할 것이다. 특별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합기구 통합이나 새로운 연합체 구성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다양한 그룹들이 안고 있는 의견과 과제들을 포용함으로써 '섬기는' 교회로서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갈등과 전쟁을 없애고 우리 사회 곳곳에 가려진 문제들을 보듬어 안아 평화세상을 일구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다.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개혁되고, 여남평등한 신앙공동체 모습으로 거듭나서 세상을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온전한 동역에 응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4년 10월 29일
기독여민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