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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탄메시지

입력 : 2004-12-14 04:48:19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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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탄메시지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누가 2, 29~32 공동번역)

 

처음 성탄절, 그 밤은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는 깊은 슬픔과 탄식이 묻혀 있었습니다. 당시 유대 땅은 로마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고 땅과 벗해 사는 사람들은 깊은 삶의 무게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는 그러한 혼란의 적막 속에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성탄은 모든 이들에게 두루 미치는 복된 소식입니다. 그러나 성탄의 소식에 더욱 깊이 감사하고 즐거워할 사람이 누구입니까? 처음 성탄의 밤처럼 어둠 속에서 탄식하는 사람들, 해방과 자유, 그리고 평화와 안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 소식과 연관된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 시므온과 안나, 두 사람은 모두 노인이었으며,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던 사람이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이 아니었으면 잊혀질 이들이 위대한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게 됨을 봅니다.

 

성서는 시므온과 안나에 대해 경건한 사람, 기도하는 사람이라 전해 줍니다. 노인이며 과부인  이 두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을 대변합니다. 평범한 그들을 성탄 이야기의 주역으로 만드신 하나님.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하나님의 따듯한 보살핌의 손길을 기다리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시므온과 안나와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삶의 질고와 고난이 사람의 숫자만큼 많이 땅 위에 널려 있다면, 하나님의 자비를 기다리는 바람도 그 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보낸 한해가 얼마나 숨 가빴는지 기억해 봅시다.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입에도 담기 싫은 비윤리적 사건들에서 건강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갈등과 이에 동반된 경제적 어려움, 국제사회의 질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강행해야만 했던 일들, 적지 않은 사건들이 우리에게 한숨과 아픔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우리 삶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세상을 향해서 베푸시는 하나님의 자비입니다.

인간의 삶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희노애락 속에서 용기 있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또한 잠시 삶의 용기를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도 하나님의 자비가 넘쳐 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북녘의 동포들에게,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특히 파병으로 인해 전장에 있는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도 모든 어둠을 깨뜨리신 하나님의 자비가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자비 안에서 우리는 건강한 사회와 삶을 위해서 약간의 가난도 족히 여길 줄 아는 겸손한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갈등보다는 화해와 대화를 선택하는 평화의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성탄은 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기에 자칫 성탄의 참된 의미를 잊을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베푸시는 자비, 그 안에서 모든 이들이 평화를 누리는 것, 이러한 본래의 의미를 잊지 않도록 나와 내 주변을 살피고, 우리 모든 공동체가 일상 속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자비와 평화로 인사합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크나큰 기쁨으로 함께 하십니다.

 

2004년 12월 대림절기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백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