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제1회 협의회를 개최한 이래, 한·일 양국의 사회발전에서 소외되고 있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이주노동자 등의 선교에 관심 가지고 양국을 오가며 개최해 왔던 이 회의는, 올해는 특별히 '신자유주의 지구화(Globlalization)'라는 전 지구적인 도전 앞에서 서로의 선교 경험과 위기 극복 방안을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 한국측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안영로 목사, NCCK 총무 백도웅 목사를 비롯한 교계인사들과 도시농어촌 선교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목회자 등 약 35명이 참석했다. 일본측에서는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 URM위원장 이청일 목사, NCCJ 부회장 한성현 목사, 일본연합교회 마사키 호시노 목사(Rev. Masaaki Hoshino), 고베학생센터 유치 히다 선생(Mr. Yuichi Hida) 등 16명의 URM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일정은 첫째 날 양권석 신부(성공회대학교 부총장)의 주제강연, 환영회의 순서에 이어 둘째 날에는 차흥도 목사(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나오토 이케사코 목사(Rev. Naoto Ikesako, 일본그리스도연합교회)가 농촌선교에 대해서, 박경서 목사(한국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상임대표)가 이주노동자 선교에 대해서, 안하원 목사(부산 새날교회)가 노동선교에 대해서, 나오코 사토(Ms. Naoko Sato, 난민·이주노동자네트워크)씨가 난민과 이주노동자 선교에 대해서 각각 발제했다.
이어진 조별토론에서는 이 회의가 제7회 째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단순한 교류 차원을 넘어서서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인식과, 지구화 상황에서 각 분야가 다 영향을 받는 것처럼 선교적 연대를 위해서도 분야별 구분을 넘어서서 서로간에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가야 한다는 공동인식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했다.
특별히 농촌분야에서는 아시아 교회에서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일 공동 농촌선교 훈련과정에 대한 논의가 오갔고, 이후 진행을 위해서 양측의 연락 실무자를 정하기도 했다.
셋째 날에는 선교현장 방문 순서를 가지고 두 팀으로 나누어 농촌분야는 강화도의 유기농 농업 현장을 방문했고, 이주노동자 분야는 '국경 없는 마을', '중국동포의 집', '이주여성인권센타'를 방문하여 양국의 선교 경험을 교류하는 것으로 이번 협의회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후 '제8회 한·일 URM 협의회'는 한·일 URM 교류 30주년을 기념하며 2008년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제7회 한·일 URM 협의회'를 마무리하며 발표된 공동 선언문은 아래와 같다.
제7회 한·일 URM 협의회 공동선언
한·일 양국에서 도시농어촌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는, 2005년 10월 4일에서 7일까지 한국의 경기도 의왕시 성라자로 마을 "아론의 집"에서 “생명”, “평화”, “공동체”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7회 한·일 URM 협의회'에 참여하였다. 우리는 이 회의를 통해서 서로의 선교 경험을 나누며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대하고 악한 힘에 맞서서 하나님의 사람들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지구화'로 표현되는 그 거대한 흐름에 대해,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에게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결코 아니며, 인류 전체를 포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철학이 될 수도 없음을 확인하였다.
무한한 시장의 자유만을 주창하는 그 논리는 오늘 한국과 일본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것은 군사력에 기반한 제국주의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생명을 죽임의 문화로, 평화를 전쟁으로, 공동체를 분열과 갈등으로 변질시켜 가고 있다. 또한 윤리와 전통, 다양성과 차이를 무시하고, 오직 획일적인 시장의 가치만을 주창함으로써 특별히 오늘 한국과 일본의 약자들은 훨씬 더 가중된 가난과 온갖 정신적 압박을 경험하고 있다.
경쟁의식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이주노동자와 난민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정책으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이고 무한 경쟁시대에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논리로 약자들의 고통과 가난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도시농어촌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는, 그 거대한 지구적 논리에 반대한다. 신앙의 사람들로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이 땅에서 펼쳐 가시는 일은 "생명"을 살리며, "평화"를 만들어 가고, 교회와 교회, 교회와 지역 사이에 "공동체"를 세워 가는 일이라 확신한다.
'신자유주의 지구화'라는 공동의 도전 속에서 온갖 문제가 파생됨을 확인한 우리는, 다음의 확신과 요구를 가지고 각자의 선교 현장에서 하나님의 선한 싸움을 싸워 나갈 것이다.
[한일 양국 교회에게]
-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질서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질서가 아니다.
- 우리는 정의에 기초한 "생명", "평화", "공동체"의 가치가 보다 보편적이며,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가치임을 확신한다.
- 지구적인 거대한 어둠과 불의의 세력에 맞서는 길은 우리가 대안적인 영성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 우리는 우리의 우선적 관심을 약자들의 고통의 소리에 둔다.
- 우리의 대안적 선교는 고통 당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통의 소리를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이해시키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 우리는 이상의 노력을 위해 한·일 양국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해 갈 것이며, 계속적인 연대와 대화를 이어 갈 것이다. 제8회 협의회는 한·일 URM 교류 30주년이 되는 2008년 일본에서 개최한다.
[한일 양국 정부에게]
- 무조건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반대한다!
- 사회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현 정책을 시정하여, 인권에 기초한 노동정책 실시하라!
- 농민들과 합의 없는 자유무역협정 반대한다!
- 식량 주권과 농민 생존권 보장하라!
- 불합리한 농정 개혁하고, 농촌의 문화적 가치 보전하라!
- 산업연수제 완전 폐지하고, 고용허가제 전면 실시하라!
- 외국인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즉각 중단하라!
-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수용시설 개선하고, 그들의 인권 보장하라!
2005년 10월 7일
제7회 한일 URM 협의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