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교회국제문제위원회(CCIA)가 주최하여 1986년 9월 개최된 제1차 글리온 회의는 분단이후 남과 북 그리스도인들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으며, 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4차까지 회의가 진행된 바 있다. 이번 정책협의회는 글리온 회의 2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한국교회가 지향해온 통일운동을 점검하고, 오늘의 과제를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주요순서는 개회예배에 이어 노정선 교수(연세대학교)와 박정은 팀장(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한반도 평화와 민족평화 공동체 구상",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성격변화"라는 제목의 주제 강연과 "2006년 평화통일운동 사업 전망"에 대한 분과토론 등으로 진행되었다.
개회예배 말씀을 통해, 이명남 목사는 "근래에는 민족의 통일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시기지만, 두 지팡이를 하나 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하나 됨을 이루실 줄 믿고 기도하며 행진해 가자"고 전했다.
첫 주제 강연을 맡은 노정선 교수는 "현실 정치.외교.군사 전문가들이 말할 수 없는 부분을 교회는 예언자적으로 말해야 한다."며 특유의 분석과 전망들을 내놓았다.
노 교수는 "현재 6자 회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상황은 계속되고 있다."며 "한반도 전쟁을 막고 민족의 평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비핵지대화.비핵화에 대한 선후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하자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두 번째 단계의 일이다. 먼저 세계가 비핵지대화 된 이후에, 한반도가 비핵지대화 되어야 한다." 이유는 "기존 미국, 중국 등의 핵보유국과 일본의 경우 30일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비핵지대화를 먼저 한다고 하는 것은 핵군사적인 면에 있어서 종속에 걸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 하는 막연한 믿음과 희망을 경계하며 전쟁에는 자비가 없음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우리는 "첫째, 전략적 기술, 둘째, 힘의 균형, 셋째, 국제적인 협력 등의 다양하고 총체적인 전략을 합해서 전쟁을 막아야 함"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구조의 통일에 앞서서 공동경제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도록 다량의 대북 지원이 뒤따라야 하며, 우발적 사고가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전규칙을 수정해야 하며, 신토불이 무기를 개발하여 물리적인 힘도 갖추어야 함을 주장했다.
두 번째 강연은 최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현실화 되고 있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문제점에 대해 참여연대 박정은 팀장이 설명했다.
박 팀장은 "정부는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오도하고 있다."며, "지금 한미동맹 재편 논의는 한반도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목적 위반, 기지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 정부 정책결정 과정의 비민주성과 폐쇄성 등을 지적했다.
이어진 분과 토론에서 나온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글리온 회의 이후 20년에 대한 내용 축적, 연속성이 부족하다. 새로운 고백과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 변화된 사회 속에서 일치와 친교의 본래 의미를 찾아 NCC 정체성과 위상, 역할을 발견해야 한다.
- 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고 말았다. 재비준을 위해 실행위 차원에서 논의하게 하자.
- 평화통일위원의 잦은 교체가 연속성을 상실한 이유다. 기장의 평화공동체운동본부와 같은 상시 조직을 만들어 일관되고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 프로그램들을 시대적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하며, 내부에서 토론과 발제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 통일 운동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지역 강연, 청소년 교육 등을 통해 저변을 확대시켜 가야 한다.
-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분단이 고착화 될 수 있는 상황이다. 88선언 20주년을 맞이하며 의지를 새롭게 해야 한다
- WCC, CCA, NCCJ, 독일교회 등 세계교회의 관심을 지속시켜가고 상시적 연대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 제2차 평통정책협의회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폭넓은 정리가 필요하다.
[참조] '1980-2000한국교회평화통일운동자료집'(문서자료실 18번)에서 글리온 회의에 관한 부분은 제1차 p61, 제2차 p147, 제3차 p188, 제4차(교토) p320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1~3차는 스위스 글리온에서, 그리고 제4차 회의는 교토에서 개최되었고 마카오에서도 1996년 회의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