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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C 논평 <남북장관급회담 결렬 소식을 접하고>

입력 : 2006-07-14 04:18:28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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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백도웅) 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13일 남북장관급회담 결렬 소식을 접하고 이에 따른 의견을 논평으로 발표 합니다.

 

비록 이번 미사일 사태로 인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었지만, 평화를 위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번 논평은 북이 바라는 대로 조·미 대화를 통한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6자 회담을 핵문제 해결에만 국한 할 것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라도 북의 경제 재건에까지 역할을 확대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고 북을 향해 무조건 6자 회담 복귀하라는 요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 문 의 : 교회협 평화통일위원회 Tel. 02-763-7323

 

 

 

남북장관급회담 결렬 소식을 접하고

 

 

지난 2000년 6월은 민족분단의 지루한 역사에 획기적 전환을 가져왔다. 이후 변화된 남북관계는 평화공존, 공동번영의 희망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의 연속이었으며, 그만큼 민족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인식들이 늘어갔다.

 

그러나 현재 이 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문제들은 이러한 우리의 기대가 허상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은 결과가 보여주듯 비생산적이며 소모적인 회담이었다. 특히, 북측의 발언 중에는 상당히 거북한 것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북쪽의 선군정치가 남쪽을 지켜주고 있다'는 강변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룩하자'는 6.15 공동선언의 기본골자마저 흔드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현재 북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공감한다.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제재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북이 주장하는 대로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조·미간 대화는 반드시 이뤄져야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수차례 우려를 표했던 미사일을 발사함으로 인해  대북 압박의 수위가 높아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미사일 발사로 얻고자 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으로 하여금 군사적 재무장을 촉발할 구실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일본의 도발적 발언과 재무장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해 온 노력들을 한순간에 무효화시키고 말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아쉬움에 덧붙여 미국의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조·미간 대화를 성사시키길 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인도의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으면서도, 유독 북한을 향해서는 북이 납득하기 어려운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우선 경제제재를 비롯한 정치적, 경제적 봉쇄를 철회하고 북이 국제무대의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원칙으로 대북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국제정치만큼 비정한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역사는 정의와 진실, 이해와 양보의 근본적 가치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우리는 믿는다. 북이 취할 것은, 아무리 국제법상 하자가 없다하더라도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 안에서 보편국가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의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북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일이 우선이라 믿는다. 우리는 이전부터 6자회담의 책임이 당면한 핵문제 해결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해서라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제 재건을 위한 지원까지 이어져야함을 주장해 왔다. 그것은 우리민족의 분단과 동북아 대결에 6자회담 당사자들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에 그 정상화에도 책임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은 조·미 대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6자 회담의 구조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도 갖춰야 할 것이다.

 

당사국들 역시 진정으로 6자회담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핵문제에 국한하지 말고 평화적 미래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덧붙여 이러한 보장 없이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해결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덧붙여 우리는 이번 사태를 빌미로 '선제공격' 운운하며 군사적 재무장의 빌미로 삼는 이해하기 힘든 일본의 비정상적 국가운영에 대해서도 그 심각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일본이 지향하는 바가 과거와 같이 주변 국가로 하여금 위협감을 갖게 할 군사적 패권을 갖는데 있다는 우리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은 결렬되었지만 우리 정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평화를 위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94년의 경우와 같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우리의 문제를 타자에게 맡겨두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북측은 물론 6자회담 당사국들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로 인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결코 고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니 이를 기회로 삼아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좀 더 발전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2006년 7월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백   도   웅

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이   명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