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도회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주, 대구, 안산, 경주, 부산, 포항 등 전국에서 50여명이 참석했다.
태풍으로 인해 교도소 측과 협의하여 교도소 건물 안에서 개최된 기도회는 한국교회인권센터 최재봉 사무국장의 사회로,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인 신승원 목사의 경과보고, 기독여민회 김은경 전도사의 기도, 예장총회 인권위원장이며 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인 이명남 목사의 설교, KNCC 인권위원회 황필규 목사와 일하는예수회 정태효 목사의 공동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명남 목사는 누가복음 4장 말씀을 통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대와 마찬가지로 힘없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시대를 초월해 자행되고 있고, 이에 교회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서 김상옥 전 포항건설노조위원장의 현장증언이 있었고, 증언시간 동안 이명남 목사를 비롯한 대표 5명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인 원형은 목사가 구속된 김상은 목사를 특별 면회했다.
김상은 목사는 목공으로 건설노조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는 포스코 건설현장의 반인권적인 환경과 열악한 임금문제였다고 한다. 두세 명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500여명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김상은 목사의 증언이다.
엄연히 직원식당이 있는데도 건설노동자들은 화장실 물을 받아 라면을 먹어야 한다. 22층 건설현장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도 샤워시설 하나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환경이다. 주 5일 근무제 실시로 토요일은 무급휴일을 강제 받는다.
이런 비인권적 처우에 항의하자 포항건설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부산노동자들을 투입하면서 그들에게는 배 이상의 임금을 지불하는 기만적 행위를 자행했다. 하청업체와 원청인 포스코 사이에는 서로 책임을 전가했고, 이에 노조는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포스코 본사를 점령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김 목사는 설명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포스코 뿐만 아니라 포항시까지 진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했고, 언론 역시 철저히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보도만을 일삼아 왔다.
김상은 목사의 첫 재판은 8월 21일이다. 기독교대책위원회는 일단 김 목사의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하고, 향후 포스코 건설 구속노동자의 석방과 故하중근씨 사망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일하는예수회’는 생계가 어려운 형편에 처한 김상은 목사의 가족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의 원래 계획은 포항시청 앞에서 오후 6시에 진행되는 ‘포항건설노조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노동권보장 촉구집회’에 참석하여 연대하기로 했으나, 기상악화와 일정상의 이유로 이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포항에서 돌아온 8월 19일, 토요일자 일간지에 포항시민들의 시위 사진과 간략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노동자들의 한 달 이상의 시위로 포항시의 경제가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생계에 타격이 있으니 집회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시위를 반대하는 또 다른 데모다. 그러나 이 시위는 전혀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크게 보도된다.
아래는 이날 기도회에서 발표된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마음이 완악하여 공의에서 멀리 떠난 너희여 내게 들으라"(이사야46:12)
건설업계 내에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던 불법 하도급으로 인하여 이중의 착취를 강요당해 왔던 포항지역의 건설노동자들이 노동법에도 보장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8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건설 노동자들에게 주 5일제를 실시한다면서 토요일 무급휴일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토요일 유급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사 원청인 포스코는 현장 노동자들이 하도급업체에서 고용한 것이라는 핑계로 협상책임을 회피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이다. 게다가 공사 원청인 포스코는 파업이 진행 중인 사업체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엄연히 불법인데도 대체인력을 투입하며, 노동자의 유일한 무기인 파업권을 침해하였다. 이에 항의하여 건설노동자들은 포스코를 점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코는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언론을 회유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 이에 격분한 농성에 함께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점거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평화집회를 개최하였으나, 경찰은 진압경고 방송도 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향해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포항지역의 건설노동자 하중근씨를 중태에 빠뜨렸고, 결국 사망에 이르도록 하였다.
고 하중근씨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에도 언론은 건설노동자들이 왜 포스코를 점거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문제의 본질은 철저히 외면한 채, 계속해서 포스코와 관련도 없는 지역에서 건설일용노동을 하던 사람들이 포스코를 점거한 것처럼 왜곡보도하고, 포스코는 불법 파업의 희생양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였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건설업계에 만연해있는 불법하도급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또한 노동자들이 왜 하필이면 포스코를 점거하게 되었는지 포스코의 불법적인 대체인력투입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고, 포스코를 일방적으로 편들며 공권력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사태를 무마시키겠다는 의지만을 보여주었다.
언론은 연일 포스코 점거농서에 대해서 보도해 왔지만, 파업의 정당성과 포스코의 불법적인 파업권 침해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노동자들의 우발적인 투쟁조차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폭력집회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데만 급급하여 사태의 본질을 왜곡함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시궁창에 내던져 버렸다.
포스코 노동자들이 자진해산한 이후에도 포스코는 자신들의 불법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점거에 대해서 반성하기보다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등을 통하여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과 노조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려 하며 정부와 검찰은 58명 구속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구속노동자 전원을 석방해야 한다.
얼마 전 여당은 정재계 뉴딜을 선언하면서 경제인에 대한 사면도 뉴딜에 포함됨을 밝혔다. 그러나 그 명단에 포함된 경제인들 중 대부분은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그들이 부정 축재한 액수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요구는 그야말로 아이들 과자 값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에서 법이 만민에게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당5~6만원을 지키려고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사회와 몇 백 억 원을 꿀꺽하고도 보석으로 석방되고 사면되는 사회가 어떻게 공존이 가능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무차별 폭력으로 사망한 하중근시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결찰이 소지한 소화기에 의한 가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방패에 찍힌 자국, 시신 곳곳에 무차별 폭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러한 사태에 즈음하여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독교 대책위는 아래와 같이 촉구한다는 바이다.
- 경찰 책임자는 이 폭력 사망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여야 한다. 경찰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서 깊이 반성할 뿐만 아니라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 야만적인 폭력으로 국민을 죽음으로 모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포스코는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건설노동자들 노동권 보장에 앞장서야 한다.
-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 정부와 여당은 균형 있는 조정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무조건 기업 편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사회적인 약자의 입장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엄격한 법집행을 노동자들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불법으로 노동권을 제약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구조 악들을 개선하여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 언론은 사회적 힘의 논리에 근거하여 기업 측의 논리를 대변하는 앵무새 역할을 중단하고, 언론 본래의 사명인 진실보도와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건강한 언론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2006년 8월 18일
포항지역건설노조파업의올바른해결과건설노동자비정규직노동자의노동권보장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
사회선교연대회의13개 참가단체, 영등포산업선교회, 일하는예수회 및 소속 40개 교회, 한국교회인권센타, KNCC인권위원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건강한교회를위한목회자협의회, 예장농민목회자협의회, 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