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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C 장애인 정책토론회, "교회, 장애인 예배권 보장해야.."

입력 : 2007-04-20 11:38:1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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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CC가 4월 13일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장애인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장애인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장애인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6일 제정되었다. 흔히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모든 생활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구제해 장애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장차법은 2008년 3월 시행이 될 예정이다. 대체로 장애인들은 반가운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법률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권오성 목사)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장차법의 쟁점과 교회의 역할 등을 논의한 토론회는 4월 13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토론에는 이문희 목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연구실장)·이철용 목사(위드뉴스 대표)·양동춘 목사(베데스다나눔교회) 등이 나섰다.

한국교회가 장애를 가졌다

토론은 한국교회에 대한 성토에서부터 시작됐다. 한국교회가 장애인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문희 목사는 장애는 사람이 가진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가진 것이며, 특히 교회가 장애를 많이 가졌다고 했다. 그는 "오늘 나는 특수한 자동차를 타고,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토론장에 무리 없이 올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갈수 있다면 장애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자동차가 없고,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면 어떡하겠는가. 이런 일을 무수히 많은 교회에서 겪는다. 많은 교회가 장애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해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면 핸드폰을 못 쓰게 하고, 밤에는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 최근 한 시설에서 나가려는 장애인을 사회복지사가 죽인 경우도 나왔다. 이런 인권유린이 기독교 시설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라고 꼬집었다.

한국교회가 장차법 제정에 따라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회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불만을 품은 장애인들이 교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며 교회의 잘못을 알린다면 교회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장차법 49조에는 '차별행위를 하고, 그 행위가 악의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차별을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목사는 "교회에서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 그들이 있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장애인의 편의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농아인 교회, 시각장애인 교회 등 장애인만을 위한 교회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예수님은 장애인을 구별하지 않는데 왜 따로 예배를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장차법 시행령 보완해야

장차법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법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이었다. 이철용 목사는 "장차법 제정 자체는 장애계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기습시위가 벌어지는 등 희망적이지 않은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법의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 장애인들이 배제되었다. 법무부·보건복지부·인권위원회 등이 회의를 했지만, 장애인들의 대표는 참석하지 못했고,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장애인 문제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회의 내용을 나중에 전달 받은 장애인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시행령 보완에 장애인이 참여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심도 있는 토론으로 장차법을 다루지 않고 정치적 논리를 가지고 접근했다. 시대와 인권상황에 맞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의견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 장차법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그는 교회가 장차법과 관련한 메뉴얼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장애인에 애정을 가지고 투자하는 교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장애인이 없기 때문에 왜 준비하느냐는 입장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이 교회에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목사는 "장애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예수의 정신이다"라며 교회가 장애인들의 불신을 씻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양동춘 목사 목사도 교회가 준비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는 "이제 교회가 심판대에 오른다. 교회가 장애인의 접근권과 예배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소송에 휘말린다. 하지만 장애인도 사람이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여건을 제공해주면 마음이 통한다"고 했다.

또 그는 "교회가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장애인들에게 못해주는 게 있으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당연히 제공해줘야 할 것을 못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은 교회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는 교인 200명 이상의 교회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휠체어 탄 예수님, 교회로 안 오실 것

일반 참가자들도 토론에 참가했다. 김형진 목사(예장통합 농아인선교회)는 "교회가 건축을 할때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교회가 장차법과 관련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휠체어를 타고 오신다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교회에는 가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뇌성마비 시설을 운영하는 장은희 원장은 "이미 설치되어 있는 시설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휠체어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해 놓고 짐으로 막아놓은 것을 봤다.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특히 신학교에서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커리큘럼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NCC활동 외에 일반 목회도 하는 유원규 목사(한빛교회)가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해 우월한 위치에서 뭔가 해주고 있다고 착각한다. 나부터 회개해야겠다. 교만하지 않고, 장애인과 연대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