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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C 이랜드 사태 중재 모색

입력 : 2007-07-12 04:26:37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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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오후 4시 KNCC 권오성 총무는 6월 30일부터 상암경기장 홈에버 몰에서 농성중인 이랜드 노조 김경욱 위원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KNCC 정의평화국 황필규 국장과 한국교회인권센터 최재봉 사무국장, 영등포산업선교회 신승원 총무가 함께 했다.

노사 간의 협상이 결렬된 다음 날이라서 그런지 경찰들은 농성장 출입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공포심을 통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공교회 연합조직을 대표하는 NCC 총무라고 밝히고 이번 사태의 중재를 위해 노조 지도부의 요청으로 방문했다고 하는데도, 경찰은 명령을 못 받았다면서 10여분을 지체시킨 후에, 지역 담당경찰의 협조를 얻어서 농성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경찰의 위상이 인권수호를 위한 정의로운 힘이 아닌, 불의한 권력의 시녀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지 답답함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농성장에 들어서자 물품 진열대를 누르고 있는 어두움과 입구 쪽을 향해 긴 농성대오를 하고 있는 노조원과 비노조원들, 현재 600여 명이 교대로 10여 일의 농성을 이끌어 오고 있었다.

▲KNCC권오성 총무는 김경욱 위원장에게 "중재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좌측 권오성 총무, 우측 김경욱 노조위원장)
ⓒ 최재봉/한국교회인권센터


김경욱 노조위원장이 2층에서 내려와 우리 일행을 맞았다. 농성장의 대형스피커 소리에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매장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포장 상자를 바닥에 깔고 둥그렇게 앉자 자리를 잡았다.

김경욱 위원장은 그동안 경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랜드가 까르프를 인수하면서부터 계약해지 사태가 일어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까르프 시절에는 없었던 일로서 그 당시는 매장의 일이 노동 강도가 심해서 인력이 자연적으로 나가고 들어왔는데”, 2007년부터 지금까지 400여명이 계약해지 되었다“고 한다. 올 7월 1일부터는 비정규보호법시행으로 인해 무제한 해고가 가능케 되어, 6월 30일부터 1박2일 농성을 시작했는데, 이미 해고가 기정사실화된 노조원들이 농성을 풀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단체협약과 회사의 규정에도 ‘고용보장’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사측에 이를 어기고 있음을 김 위원장은 강조해서 말했다.

권오성 총무가 농성장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자. “경찰의 봉쇄, 농성자의 통로확보 싸움, 또다시 경찰의 봉쇄가 반복되고 있는데, 오늘은 보다 강하게 압박해 오고 있다면서 조만간 농성장 침탈의 기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 뉴코아에서도 350여 명이 현재 점거 농성중인데, 노조가 없는 2001 아웃렛은 이미 외주 용역화를 끝냈다고 한다.

▲김경욱 노조 위원장으로 부터 농성장 상황을 듣고 있는 권오성 총무와 신승원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 최재봉/한국교회인권센터


이랜드 사측이 노조의 파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매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1개월씩 노동계약을 연장하면서, 종국에는 용역화를 목표 삼는 것은 비정규보호법의 정신을 위배하고, ‘차별금지’ 조항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비인간적 경영 방침을 확인하면서, 이랜드가 크리스천 그룹, 기독교 정신을 운운할 수 있는지 당혹치 않을 수 없다. 물론 처음 느끼는 당혹감은 아니다. 진작 알고 있었으니깐.

김 위원장은 그동안 사측에게 요구한 것은 해고노동자의 복직(조합원 15명, 비조합원 350명 정도), 강제발령 철회 -원거리 인사이동, 임금인상 -차별시정(단계별로)이었는데, 7월10일 가진 노사협상에서 사측에서는 ‘30일간의 평화기간’을 이야기하면서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 가처분신청, 손배소송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기망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정부 의 입장도 사측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이 밝힌 것은 “사측의 용역 전환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것이다. 근로계약서 위변조로 근로계약을 명시하지 않거나 강제사직을 요구했고, 지방법원에서 홈에버의 부당해고, 불법해고를 결정했는데도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으며, 사법 당국도 미복직자에 대한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해 사법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법 당국이 이와 같은 사태를 방조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면, 왜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이런 작태를 벌인 것인가? 과연 이랜드 산하 매장의 매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 답답한 마음에서 김 위원장에게 질문을 했다. 박성수 회장의 주식만해도 1,000억원 정도란다. 영업이익은 흑자이고, 까르프를 인수한 후 매상이 30%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문제는 문어발식 경영으로 인해 경영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마구잡이식 매장 인수로 임차료가 현재 한 달에 120억 정도란다. 그룹 회장으로서의 개인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경영적자 또한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노동자의 임금착취와 납품업체의 저가입찰 강요 등을 통해 메우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 10일 기독교윤리실천의 대부 소위 복음주의 진영의 멘토인 손봉호 교수가 ‘사랑의 교회’ 소망관에서 열린 ‘기독경영연구원 10년사’ 기념식에서 한 발언을 되새겨 본다. “한국교회와 기업인들은 돈과 권력에 너무 집착해 온 것을 반성해야 한다. 이제 덕을 세우고 돈보다는 사람을 귀히 여기는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말을 이었다. 홈에버 매장을 새로 꾸미면서 직원 휴게실을 기도실로 만들었는데, 그 기도실에 다섯 가지 기도 제목이 쓰여 있다. 첫째가 매출 3000억 달성, 둘째가 순이익 300억 목표라고 한다. 박성수 회장의 브레이크 없는 성장의 끝이 ‘파국’인 것을 정말로 모른단 말인가.

서초동 ‘사랑의 교회’ 원로 목사가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교회평양대부흥회 100주년 대회 설교를 통해, 죄의 고백과 행위 없는 사데 교회를 언급하면서 성령 안에서 한국교회가 정화되고 새로운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박성수 회장이 앞으로 크리스챤 그룹 이랜드에 대한 표방을 중단하지 못하겠다면, 기독교윤리실천의 대부와 평신도를 깨우는 영적 멘토의 외침을 결코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경욱 위원장과의 면담을 마친 후, 권오성 총무는 노조측의 입장을 잘 알았다면서 정부당국, 이랜드 사측과의 접촉을 통해 중재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