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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제 사형폐지국입니다“

입력 : 2007-10-11 09:43:1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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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이 10월10일(수) 오후 1시30분 한국언론재단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와 대한불교조계종 지관 총무원장과 원불교 이성택 교무원장 종교계 대표들과, 이상혁·한승헌 변호사,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마틴 맥퍼슨 국제엠네스티 국제법률기구 국장 등, 국내외 종교, 정치, 문화 분야 저명인사 3 백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 정권이 신념으로 사형집행을 반대해왔고, 그 결과 오늘의 영예로운 (사형폐지)선포식을 가지게 됐다’며 ‘그동안 사형제 폐지를 위해 헌신하신 인권단체, 종교계, 기타 뜻있는 국민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 승리를 축하해 마지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생명은 천부의 인권이고 △사형집행은 평화에 안정에 절대 도움이 될 수 없는 생명 말살의 정책이며 △무고한 생명마저 빼앗을 수 있는 오류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정부의 제도적 사형 폐지와 전세계의 사형폐지가 하루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사형폐지 선포식에는 오늘이 있기 까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우려온 종교계 대표들이 행사의 중심을 이루며 선포식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개신교를 대표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는 70년대 민청학년 사건으로 구속됐던 시절 보아왔던 사형수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허망한 죽음과 정치적 오판에 의해 형장으로 끌려갔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사형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 총무는 “하나님께 속한 생명을 그 누구도 죽이거나 침범할 수 없다”며 “법률상의 사형폐지를 이룰 수 있도록 잘 마무리를 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이날 사형폐지를 선포하는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글로서 인사를 대신했다.

한편,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들 역시 이번행사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선포식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행사에 참여했고, 인사차 문국현 후보가 방문했다.


사형폐지국가 선포식 선언문


- 2007년,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됩니다 -

오늘 2007년 10월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교계의 지도자들과 시민 ․ 인권 단체들의 이름으로, 오는 2007년 12월 30일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가 됨을 선포한다.

2007년 12월 30일은 대한민국에서 사형집행 중단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12월 30일이 되면,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집행이 있은 후, 이 반문명적이고, 반인권 ․ 반생명적인 제도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시민 ․ 인권 단체들은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이야기 해 왔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이 제도의 반생명, 반인권성을 세상에 알려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대한민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사형집행이 단 한건도 없었고, 이제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형제도는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형벌이며,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이 금지하고 있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제도이다. 사형제도 존치론자들이 내세우는 논거인 ‘범죄 억지력’에 대해서는 이미 1988년 UN이 ‘사형제도와 살인율과의 관계 연구(2002년 업데이트)’를 통해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가 살인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이후 수많은 나라의 연구 결과들 또한 이에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얼마 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소위 인혁당사건”처럼 독재 권력에 의한 정치적 사법살인들과 한번 집행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사형제도의 잔혹함을 우리는 다시한번 지적한다.

사형은 현대 형벌의 기능이 지니고 있는 ‘교화’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고, 범죄발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회의 불완전한 요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만 책임지우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논리이다. 사형이 집행된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덜어지거나, 피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 ․ 제도적 지원을 통해 그들을 안정시켜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오판의 가능성과 더불어 형벌제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사형제도와 그 집행은 오히려, 더욱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 뿐이다.


대한민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이다. 유엔은 이미 전 세계 국가의 사형제도 폐지를 천명하였고, 이를 위한 결의안과 선택의정서가 채택 된지 벌써 오래다. 지금 회기 중인 62차 유엔 총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사형제도폐지 글로벌모라토리엄 결의안’ 역시 그 통과가 유력시 되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걸맞게 우리의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15대와 16대 국회에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서명동의 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접어든 이때에, 더 늦추지 말고 17대 국회 안에 이 법을 통과시켜 ‘사형폐지국가’를 완성하고, 인권선진국으로의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이 선포식에 함께 한 우리들은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하여,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하나. 이제 대한민국은 사형집행 없는 10년,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가 되었음을
온 국민과 국제사회에 선포한다.
하나, 대한민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의하며,
62차 유엔 총회에서 ‘사형제도폐지 글로벌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찬성한다.
하나, 대한민국은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됨으로서, 국제사회의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하여,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가장 최우선시하는 국가정책을 펼쳐나갈 것을 촉구한다.



2007년 10월 10일
사형폐지국가 선포식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