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폐지국가 선포식 권오성 총무 대표말씀
입력 : 2007-10-12 11:35:28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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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독교 교계를 대표해서 그동안 사형폐지를 위해서 제일 수고하고, 노력한 분이 계신다. 문장식목사님이신데,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를 조직해서 사형제 폐지를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해오셨다. 선포식의 이 자리를 빌어 문목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1970년대에 저는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으로 두 번에 걸쳐 3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었다. 그 때 같은 사동에 있는 사형수를 여러 명을 볼 수 있었다. 형이 선고되었지만 집행되지 않은 처지라서 남색 관복을 입지 않고 대개는 사복 한복을 입고 있었다.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이면 빨간색, 일반 사범이면 초록색 사각 인식표를 가슴에 달고 있었는데 사형수는 그 모양이 세모이었고, 또 24시간 손에 수갑을 차고 있었다. 이 분들은 국경일이나 성탄절 같은 절기만 되면 긴장을 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꼭 그럴 때 사형집행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형집행일에는 별안간 구치소 내 온 사방에 접견과 운동, 교무 등 일체 활동이 중지된다. 제 기억에는 한 번에 7명 많게는 10명이 집행되기도 했다.
저는 3년 동안 감옥에서 이런 경우를 여러 차례 겪었다. 한 번은 같은 사동에 있던 일반 범죄 사형수가 하루 아침에 끌려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어제까지 같이 인사를 나누고 했는데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었다. 또 한 번은 제 옆방에 재일동포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수가 된 분이 있었다. 이 분이 어느 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는데 얼마나 좋아하는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분이 지금은 석방되었다. 만약에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돌이킬 수 없었을 것이다.
저는 그 때의 제 개인 경험으로 사형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사형제도는 생명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로서는 형벌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의 문제, 온 우주의 문제이다. 무기징역으로 평생 감옥에 있게 되더라도 살아 있는 것과 죽는 것 사이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더욱이 기독교 신앙인으로 보면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명분이라도 사람의 생명을 죽인다면 그것은 하나님께 속한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다. 야만이다. 특별히 이 자리에 계신 김대중대통령 당시부터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또 많은 분들의 수고와 기도로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가 된 것을 감사한다. 이제 남은 일은 사형제도를 법률상으로 폐지하는 일이다.
이 노력까지 잘 마무리가 되어서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