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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 개최

입력 : 2007-11-28 06:32:2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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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 대 민주화 운동을 하며, 군사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찾아왔을 때 ‘이런 모습은 이제 사라지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 다시 똑 같은 모습이 계속되는 것을 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난감하고 너무도 참담합니다” 

유원규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유원규 위원장은 이랜드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해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히며 “돈과 결탁한 신앙과 이상한 가치관과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랜드 일반 노조조합은 11월 27일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실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 사회의 무관심과 이랜드 사주인 박성수 회장의 교섭 거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 문제가 하루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기독교 기업임을 표방하고 있는 이랜드’를 향해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 주기를 바라면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마지막 수단으로 기독교에 호소하기 위해 NCCK를 찾아왔다"며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1천만 기독교인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랜드 사태가 150일을 넘으면서 노조원 중엔 가정 파탄과 정신치료를 받는 노조원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호소했다.

한편, 이 날 기자회견 진광수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의장)의 사회로 박창수 사무국장(한미 FTA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의 기도와 홍성현 목사(수송교회 원로 목사의 인사말, 김경욱 위원장(이랜드 일반노조)의 현장증언, 유원규(NCCK 정의평화위원회), 신승원(영등포산업선교회), 배경미(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 목사의 연대사로 순으로 진행됐고,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염혜영 국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 설윤석 총무의 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김경욱 위원장의 현장증언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이랜드 노동조합이 11월 2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KNCC)를 점거했다. 지난 6월부터 이랜드 노동조합은 함께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에 대항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포함된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에 두고 5개월여 동안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성수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측은 그동안 진행해왔던 노사교섭에 나타나지도 않아 노사교섭 자체를 회피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노사교섭에 임하는 임원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만한 위치도 아닐뿐더러, 언론에 흘리는 교섭의 내용과 실제 교섭 자리에서 내놓는 내용이 전혀 달라 이랜드 사측의 교섭에 대한 진정성과 성실성이 의심된다.

더구나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용역전환 철회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사측에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다. 80만원을 임금으로 받는 40대 여성 가장들이 비정규직에 저임금이지만, 해고 걱정 없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요구이다. 더구나 이랜드의 노동 강도가 무척 강하여 50% 이상의 노동자들이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이직하는 상황에서 이랜드에서 해고염려라도 없이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 무리한 요구란 말인가! 그런데도 이랜드 사측은 엄청난 홍보비를 들여서 주요 일간지들은 물론 기독교언론에 이랜드 노조가 이랜드를 말아먹고 있다고 사실을 완전히 다르게 왜곡하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교회와 목회자들의 온갖 구설수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명박 장로의 온갖 비리와 부패, 게다가 후보의 부정과 부패에 직언하기보다 세속의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장로 대통령을 만들려는 일부 목회자들로 인하여, 한국교회 전체의 도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동안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이랜드마저 여론의 도마에 오름으로써 한국교회의 선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를 한 기업의 노무정책으로 보기 보다는 기독교 기업의 신앙과 양심의 문제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를 호소하기 위해서 11월 27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KNCC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이랜드 노동자들의 KNCC 점거는 얼마 전 이랜드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을 점거했다가 사목회의 철수요청과 교인들의 반대로 인해 철수한 이후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다. 이랜드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기업을 자칭하던 기업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더욱 한국교회에 주어진 책임이 무거우며, 이번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마태복음 20장에는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필요한 생활비를 임금으로 주는 포도원 주인의 비유가 나온다. 박성수 회장은 노동조합은 성경에 없다면서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한다. 노조가 성경에 없다고 거부하기보다 성경에 엄연히 기록된 차별 없는 임금지불과 인간적인 대우를 할 것을 촉구하는 복음서의 기록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기독교인들이 취해야 올바른 신앙인으로서의 태도일 것이다.

이번 이랜드의 NCC 점거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이랜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기도하고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며, 이랜드 사측도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성실히 교섭에 임할 뿐 아니라,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는 초대교회의 전통을 이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배울만한 모범을 만들어 나갈 것을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통계로써 나타나는 경제수치가 그 어떠한 가치보다 우선하게 된 지금, 한국교회마저도 이러한 시류에 휩쓸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심히 안타깝다. 특히 일부 목회자들이 세속적인 권력을 창출하기 위하여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무리들과 결탁하고 있고, 기독교기업이라는 이랜드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려는 상황에서 같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앞에 겸허히 반성한다.

1. 이랜드 사측은 용역전환 철회가 추가 비용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일임에도 노조가 이랜드를 말아먹으려는 것처럼 언론을 이용하여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랜드와 박성수 회장은 이러한 비양심적인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고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1. 기독교기업의 윤리는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최대의 사랑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양극화의 주범이다. 이랜드가 양극화를 부추기는 데 앞장서기 보다는 비정규직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진정한 기독교기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1. 이래드 사측은 노동조합 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가해진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전면 철회하고, 이번 파업과 관련하여 구속, 수배된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와 고발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정의평화위원회,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여신학자협의회,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15개 참가단체(고난함께,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여민회, 새시대목회자모임, 생명선교연대, 정의평화기독연대, 생명평화 전북 기독인연대, 아름다운생명사랑, 영등포산업선교회, 일하는 예수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 EYCK, KSCF, 한국교회 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