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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국교회는 강도만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합니다

입력 : 2013-06-17 02:41:01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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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1회기 제2회 실행위원회의 결의로 조직된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쌍용자동차 노조 김정우 지부장의 구속과 해고노동자들의 집회 원천봉쇄 등 최근 악화되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해 614()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아래와 같은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영주 총무는 오늘부터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활동을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책위원회는 앞으로 쌍용자동차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강도 만난 이들과 함께 할 것이며, 노동의 고귀한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돌 하나에 일곱 눈이 있느니라
- 한국교회는 강도만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합니다 -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기 4:10)
돌은 하나인데 눈은 일곱 개가 달려 있다. 나는 친히 이 돌에 내가 이 땅의 죄를 하루 아침에 쓸어 버리겠다고 새기리라. 만군의 야훼가 말한다”(스가랴 3:9)
 
 
지난 67, 서울광장에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 자동차의 모터쇼가 열렸습니다. 이 자동차는 2만 개의 부품을 모아 차를 만드는 ‘H (Heart) -2000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이 프로젝트는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정리해고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오랜만에 작업복을 입고 차를 조립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목소리를 모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함께 살자고 외쳤습니다.
   
이들에게서 일상을 앗아간 주범은 바로 대량정리해고 입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2646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9월 국회청문회에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는 회계조작에 기반한 계획부도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서 정리해고와 기획부도 논란의 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쌍용차 감사조서는 감사보고서와도 그 장부가액 숫자가 일치 하지 않을뿐더러 감사를 진행한 회계사의 서명조차 되어 있지 않았음이 밝혀졌습니다. 계약서에 계약한 사람의 이름과 서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날조된 문서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 모든 일들의 출발은 2008년 안진회계 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안진 측이 쌍용차의 유형자산 가치를 5177억원이나 축소하면서 부실이 부풀려졌고, 이를 근거로 삼정KPMG(회계법인)2646명 정리해고안을 담은 회생안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정리해고를 인정하는 회생절차를 시작한 것이 쌍용차 사태의 출발점입니다.
   
이 엄청난 거짓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무슨 의도로 이런 엄청난 회계조작이 이루어 졌는지, 회계조작과 맞물린 결과로 쌍용차를 상하이 자동차에 팔아 넘겨 기술만 유출 시킨 사태와 지금 마힌드라에 경영권이 넘어간 사태 등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정권 최대의 폭력과 스캔들 사건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해고자들은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맞서며 77일간 공장을 점거한 채 벌였던 옥쇄 파업을 시작으로 목숨을 건 41일간의 단식과 171일간의 송전탑 고공농성 등 해고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고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천막농성, 거리행진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살려달라외쳤지만 정부와 사측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그 시간동안 해고자들은 피 같은 동료 24명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숫자를 넘어 정리해고가 인간의 생명과 가정을 파괴한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줍니다.
 
국민의 아픈 곳을 살펴야 할 정부는 5년째 목숨을 내 놓고 극한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중구청은 지난 4, 이들이 사회와 소통하는 마지막 공간이었던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한 후 그 곳에 꽃밭을 조성했으며 꽃밭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성직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시민을 연행했고 69일 오전 930분경 중구청 직원들과 용역들은 비닐 천막을 철거하고 재능교육의 농성 천막도 모두 철거했습니다. 이 날 경찰은 역시 약한 국민들의 편이 아니라 정권의 시녀였습니다. 철거를 몸으로 막아서던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과 시민 총16명을 강제 연행하는 만행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김정우 지부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이런 만행은 갈등 자체의 해결은 무시하고 보이는 것만 철거하면 일이 풀리리라 생각하는 관료들과 경찰들의 잘못된 충성심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금의 사태를 보고 정부의 능력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일은 꽃으로 위장한 정부의 폭력이며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을 정부가 죽음으로 내모는 일입니다. 우리는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고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밀어 붙이기 식으로 억압하고 탄압하는 정부와 그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함량미달의 관료들과 싸워나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억울한 죽음에 대해 눈감지 않으십니다. 아무런 증거 없이 해치운 일일지라도 땅에서 그 피가 호소하며, 돌멩이 하나에 일곱 눈이 달려 감찰하게 하십니다.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24명의 목숨을 앗아간 정리해고는 우리 시대 가장 명백한 불의이며 하나님에 대한 반역입니다. 만약 한국교회가 이에 침묵한다면 돌들이 소리칠 것입니다.
 
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우리 시대 강도 만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함께 하는 선한 이웃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사회 구조의 불의함으로 고난당한 이웃들의 눈물과 호소를 더 적극적으로 살피지 못했습니다. 침묵은 곧 동조라는 사실을 잊은 채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말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교회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편이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몸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를 기억하며 쌍용자동차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소속 교단의 교단장을 중심으로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손달익 목사, 이하 대책위)를 조직하였습니다. 대책위는 앞으로 쌍용자동차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강도 만난 이들과 함께 할 것이며, 노동의 고귀한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 박근혜 정부와 국회에 호소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시대 가장 아픈 상처인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후보 시절 공약한 국정조사 약속을 이행하고, 사측에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기획부도의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합니다. 깊이 곪은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서는 국민통합창조경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살인적 진압을 자행했던 공권력 책임자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 주인인 국민을 마치 적군 대하듯 토벌하여 국민으로부터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는 쌍용자동차 해결을 위한 여야 6인 협의체를 가동하였지만 지난 5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활동 시한을 넘겨버렸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계조작의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 이상 국회는 더 이상 국정조사를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를 단순히 한 기업체의 문제로 은폐하려 하지 말고 이젠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국회가 6월 임시회기 안에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명백하게 밝힐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더불어 쌍용자동차 사측은 불법 회계조작으로 희생된 모든 정리 해고자를 즉시 복직시켜야 합니다.
   
3. 교회와 우리 사회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해고 문제는 단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도 300일 이상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장기투쟁 사업장이 전국에 20군데나 되고, 노동자를 그저 이익 창출의 도구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누구든 언제든 해고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기도하고 이들의 손을 잡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런 노력만이 이 깊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으며 노동의 가치가 빛나고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한 걸음 가까이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201361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쌍용자동차 대책위원회
위원장 손달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