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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WCC 10차 총회 참관기-이예자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입력 : 2014-03-16 11:00:27 수정 : 2019-07-02 15: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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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10차 총회를 참석 하고서

이예자 (NCCK 장애인 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총회 준비 위원회 해단 예배에 참석했다. 제일 책임지는 자리에서 수고했던 김삼환 목사는 “모든 책임을 하나님께서 져 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고 그 소회에 크게 동감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제적인 잔치를 잘 마칠 수 있도록 함께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총회 참석의 느낌을 나누어 보자는 청탁을 받고, 어떤 면에서 접근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참가자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각기 다른 느낌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 7차 총회부터 부산 10차 총회까지 참여한 경험에 비추어, 특별히 장애분야 참여자로서의 느낌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캔버라 총회는 WCC 총회 첫 참여였다. “시작예배”는 지금 돌이켜봐도 그 감동이 생생하다. 하나님 안에서 고유의 신앙 전통을 키워온 세계의 각 교회가 하나 되어 한 형제임을 확인하며, 교회와 세계가 당면한 과제들을 하나님 말씀에 비추어 해답을 논의하는 과정은 나에게 진한 감동과 세계를 향한 기독교인의 책임감을 더해 주기에 충분했다.

 

WCC는 70년대 초반 밴쿠버 총회 이후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갖기 시작했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그 어떤 사람도 종교, 인종, 교육, 신체조건 등의 이유로 제외될 수 없다는 신학적 근거를 내놓았다. “하나님의 몸과 많은 지체”라는 고린도 전서에서, 우리 몸의 구성 요소 중 어떤 부분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으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데는 모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씀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그 이후 실무자를 두고 장애 문제를 교회가 관심 가져야 할 분야로 보고, 총회 때마다 장애인을 초청했다. 그러나 WCC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장애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따라서 실무자가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성장은 사실상 어려웠다. 또한, 장애인을 단순한 초청의 참석자로, 참석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을 뿐 이들의 역할을 통한 기여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장애인의 총회 참석은 단순히 존재를 전시하는 입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10차 총회는 장애인 참여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8차 총회 이후 장애인 프로그램이 실무자와 함께 WCC 안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EDAN(Ecumenical Advocates Disability Network - WCC 장애인 프로그램 네트워크) 내에서의 지도력도 성장이 있었고, 이번 총회에서 WCC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에큐메니컬 친교의 발표자, 워크숍 운영, 성경공부 지도, 마당, 사전대회 프로그램 운영 등의 분야에서 훌륭한 모습으로 이바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일 WCC가 장애인 프로그램을 지금과 같이 멈춤 없이 진행한다면, 11차 총회에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에큐메니컬 운동에 지도력을 키워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총회 참여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큐메니컬 운동의 다양한 지도력을 키워내는 길로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을 WCC에만 요구하는 것은 다른 에큐메니컬 기구들의 직무유기라고 본다. 지난 아시아교회협의회(CCA) 총회에 장애인의 참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한 분야가 결핍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인구의 10~25%가 되는 장애인이 단순한 약자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 나라 완성의 동역자로 함께 갈 방법이 모색 돼야한다.

 

10차 총회에서 세계 교회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함께 기도했고, 이 기도를 다음 총회까지 이끌어 갈 것이다. 이 기도 속에 장애인이 항상 함께 포함되기를 기도하면서 참여 소감을 마친다. 또한, 장애인들의 원활한 참여를 위해 수고한 WCC와 한국 실무자 여러분, 그리고 부산에서 여러 면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목회자와 자원봉사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