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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시선 2018」- ‘제주도 예멘 난민’ 선정” 보도 요청의 건

입력 : 2018-07-02 10:37: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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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도 자 료

교회협 언론 2018 - 80호 (2018. 7. 2)

수 신: 각 언론사

발 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

제 목: “「6월의 시선 2018」- ‘제주도 예멘 난민’ 선정” 보도 요청의 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

6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8’로 <제주도 예멘 난민> 선정

 

제주도에 온 549명의 예멘인 난민 신청자로 인해 한국 사회가 큰 진통을 겪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내전을 겪는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오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지난 6월 14일까지 제주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예멘인은 모두 561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출도(육지부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지기 전 다른 지역으로 옮긴 인원을 빼면 486명이 제주에 현재 체류 중이다.

  머나먼 중동에서 한국에까지 예멘인들이 와서 난민신청을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예멘인에게 ‘(제주도) 출도 제한’ 조처를 내리고,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하는 등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과 정반대의 대책을 내놨다. 이로 인해 애초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거주 외국인이 많은 지역으로 가려던 예멘인들의 발이 묶였고, 이후 돈이 떨어진 이들은 제주도에서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한다.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김상훈 국장에 따르면 “서울 이태원과 경기도 안산 등 거주 외국인이 많은 지역은 외국인끼리 커뮤니티가 형성돼 자율적으로 일거리를 찾고 숙소를 구하는데 (당국의 조치는) 외국인 수용 인프라가 적은 제주에 예멘인들을 사실상 가둬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바람에 “숙소 계약 기간이 만료돼 돈이 없어지자 길거리로 나오거나 심지어 출입국·외국인청 마당에 드러눕는 예멘인도 한때 생겼다”고 한다(연합뉴스).

  즉 6월에 들어서 노숙하는 일부 예멘인들로 인해 제주도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부각되는 상황으로 전개된 것이다. 한겨레는 “인구 5180만 명의 대한민국이 그 0.001% 수준인 예멘인 560여 명을 수용하는 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출도 제한 조처를 내리면서, 예멘 난민 집단을 불필요하게 제주도 지역사회와 여론의 ‘표적’으로 만들었다. 2017년 말 기준 추계인구 63만4161명에 불과한 제주도가 예멘인 560여 명을 오롯이 감당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써 예멘과 가까운 중동 국가나 유럽, 혹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남의 나라 일인 줄 알았던 예멘 난민 문제가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와 함께 일부 종교단체의 조직적인 반대도 갑작스러운 난민 혐오 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쳤다. 좁은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로 득시글거릴 것(?)이라는 오해에서 시작해 위장난민/취업난민 시비, 이슬람 혐오, 젠더 혐오 등이 쏟아져 나왔다.

   6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 청원은 메인 화면 상단에 ‘최다 추천 청원’으로 등재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7월 2일 06시 현재 58만 여 명이 동의했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보수 개신교 성향 일부 단체가 결집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이들은 “제주도 이대로 가면 유럽 꼴 난다!”며 “가짜 난민”과 “범죄율 증가”를 막기 위해 이른바 ‘난민법 독소조항’ 폐지를 촉구하는 홍보물을 퍼나르고 있다. 이름을 올린 30여 개 단체 중 상당수는 동성애 혐오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선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사회적 공론장인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종이신문이든 온라인이든 지상파든 종편 케이블 방송이든, 모름지기 미디어라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현안에 대해 우선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성숙한 토론의 마당을 마련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의 소지를 방지하고, 솔루션과 콘센서스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하여 언론이 있고 미디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도 일부 언론들은 불안과 혐오에 편승하거나 불확실한 지식과 불필요한 공포를 확산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었다.

  난민 문제가 대두되자 우리 사회에는 보편적 인도주의 및 다문화 가치를 내세운 찬성 입장과 경제적 보호주의, 문화충돌과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를 내세운 반대 입장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보수 매체와 진보 매체가 뚜렷이 다른 관점을 보였다. 치안과 안전, 여성과 젠더, 고용과 취업 등과 관련한 국민들의 불안과 위기를 자극하는 가짜뉴스나 확인되지 않은 오래전 뉴스가 댓글 등을 통해 확산되었다. 온라인상에는 이슬람 혐오, 젠더 혐오가 크게 증폭되는 분위기도 있다. 그렇다면 책임 있는 매체라면 이를 검증하는 보도나 르포로 팩트를 체크하는 등 적극적인 보도가 요구된다.

  신문에서는 한겨레, 경향 등이 발빠르게 제주도를 르포하고 예멘 난민을 인터뷰하는 등 현지 보도를 통해 실상에 접근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칼럼이나 외부 기고 등에서 인도주의와 다문화의 견지에서, 국제뉴스의 관점에서 나아가 4.3이나 6.25 등 한국현대사의 과정에서 체험한 인도주의의 상호주의적 측면에서 예멘 난민을 보는 관점과 역사성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댓글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붙기도 했지만 이것이 기실 공론화 과정의 일부다.

  특히 한국일보는 ‘여론 속의 여론- 예멘 난민 보는 시선’을 통하여 40대 이상은 “전쟁 난민”으로 보는데 비해 2030 세대는 “불법 취업자”로 보는 등 예멘 난민 보는 시선에도 세대차이가 있음을 조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반대 이유를 - 전쟁난민인가? 불법취업난민인가? - 테러 가능성과 범죄 우려 - 순혈주의, 인종적 편견과 다문화 우려 여전 등으로 들여다보고 심층분석을 시도했다.

  반면 지상파 등 TV에서는 상대적으로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의 분량도 적고 시의성도 부족해 보였다. 스트레이트 뉴스에서는 다분히 드러나는 현상만 나열하고 있었고, 6월 14일 월드컵 개막 이후 주요 시사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결방되면서 심층 분석이나 현지 르포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본 ‘시선’ 논의를 위하여 6월말까지 기다려 보아도 이와 같은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탈락함으로써 축구 열기에 난민 등 우리 사회의 현안이 묻혀지지 않는다면 이는 다행스런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방송 중에서는 JTBC가 뉴스룸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을 초대해 예멘 난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성의가 돋보였다. 기실 예멘 난민 사태로 인한 불씨는 훈남 배우 정우성도 피하지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왕성한 연기활동과 함께 난민 구호 등 사회활동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반응이 한결같지 않았다.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난민이 실제 한국 사회의 이웃으로 들어오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의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정우성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한국사회가 난민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근본적인 사회 현상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정씨는 “엄마들이 자식을 키우기 힘들고, 2030세대가 사회로부터의 박탈감과 취업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고, 여성은 늘 범죄에 노출돼있는 불안한 마음이 있기에 500명의 난민이 갑자기 도화선이 됐다. 그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이 ‘우리도 힘들잖아’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JTBC 뉴스룸에서 “정부는 국민의 얘기들을 귀담아 들어 그런 불만을 같이 해결해나가고, 국민은 정부가 (난민문제에서) 국제사회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차분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현명하게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거가 빈약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로 논의의 본질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인권보다 난민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거냐고 묻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도 안 된다”고 말했다(중앙일보). 이 정도면 난민과 관련해서 나올 얘기는 다 나온 것이다.  

  이번 예멘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990년대 이래 다문화 문제가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되었지만, 이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진솔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음을 깨닫게 했다. 특히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난민 수용 반대 분위기가 예멘 난민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예의 한국일보 조사에서 응답자의 26%만이 예멘의 국가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68%는 잘 알지 못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다수 시민이 갖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는 첫단추다. 포퓰리즘적인 선동이나 관념적인 담론을 넘어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제 예멘 난민들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인들이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포용과 톨레랑스가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경향신문은 예멘 난민을 보도하면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소환해, 이번에 대두된 ‘난민 혐오’는 ‘예멘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 쏘아올린 작지만 커다란 공’이라고 말했다. 1978년에 출간된 ‘난쏘공’은 1970년대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던 도시 빈민층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정확히 30년 후인 2018년에 예멘 난민들이 쏘아올린 공은 한국 사회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고 한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언론이, 방송이 답을 해야 한다. 

 

 

6월의 그밖에 논의된 사안들

 

(1) 양승태 '재판거래' 의혹

 

(2) 6.13 지방선거 및 자유한국당 선거참패 후폭풍

 

(3) 6.12 북미정상회담 및 미군 유해송환 절차 시작

 

(4)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5)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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