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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과 신학 > 2023년 10월 "출생신고조차 박탈당한 아이들"

입력 : 2023-10-19 14:00:51 수정 : 2023-10-19 14: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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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는 ‘사건과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신앙고백과 응답을 신학적 접근과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건과 신학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ccktheology2019.tistory.com/306


2023년 10월 사건과 신학 주제는 "출생신고조차 박탈당한 아이들" 입니다. 

출생신고조차 박탈당한 아이들 
김한나 (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

 

우리는 그동안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리고 그들이 당하는 고통과 그들이 바라는 최소한의 권리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 속에는 소외된 자 중에서도 진정 소외된, 자신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그림자 아기들’이 존재한다. ‘그림자 아기’는 출생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아기를 뜻하는 용어다. 그 아이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부모의 학대와 유기, 심지어 죽음의 그림자 속에 방치되어 왔다.

 

수원 영아 시신 냉장고 유기 사건은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비극적이고 참혹한 사건이다. 자신의 아이를 둘이나 살해하여 냉장고에 보관하고도 의심과 의혹 없이 살아왔다는 것은 그림자 아기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실례다. 역사 속에서 영아 살해는 양육 부담, 경제적 이유, 임신과 출산 은폐 등의 다양한 이유로 부모 혹은 조부모에 의해 자행되었고 법적으로 일반 살인죄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여파로 지난 7월 국회에서 영아살해죄, 영아유기죄의 법 조항이 폐지되면서 영아 살해죄와 유기죄는 일반 살인죄와 일반 유기죄로 처벌받게 되었다.

 

하지만, 영아 살해와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 조항의 개정을 넘어선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자녀를 부모와 가족의 소유물로 여기는 동양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자녀의 살해와 유기를 정당화하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부모의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도 영향을 미치며 ‘남의 집 일에 상관하지 마라’는 이유로 사회적 묵인과 방관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사회에 결핍된 인간 존중 사상의 근거를 기독교 가치관에서 분명히 찾을 수 있다. 성서는 하느님의 형상을 소유한 인간은 모두 고귀한 인격체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유아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의 대상으로서 부모와 교회, 사회가 함께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이번 ‘사건과 신학’ 기획은 오랜 시간 그림자 속에 방치된 유아의 인권에 관한 신학적 성찰과 교회의 선교적 과제에 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쉽지 않은 기획 의도에도 흔쾌히 귀한 글을 기고해 주신 오세조 목사님과 조은하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부디, 두 분의 귀한 성찰과 제언이 어두운 곳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림자 아기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 / 오세조 
https://nccktheology2019.tistory.com/305

생명의 존엄성과 아동 인권을 위한 교회의 역할 / 조은하

https://nccktheology2019.tistory.com/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