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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활절 메시지

입력 : 2004-04-01 05:20:58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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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04년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합니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민중의 삶과 더 이상 희망을 거론할 수 없을 듯한 우리사회의 현실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따라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4월11일 부활절에 이은 4월15일 총선이 한국사회와 정치개혁의 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것으로 역사의 진보가 이루어지기를 이 메시지에 담았습니다.

 

한국교회가 간절히 기도하는 이 일에 우리 국민 모두가 한마음과 한뜻으로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4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활절 메시지

역사여, 부활하라!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 (롬6:4~5)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온갖 역경 속에서도 희망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일구는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리스도의 부활은 역사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리까지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 가운데 갈등의 봉합과 대립의 무마를 위한 의미로 변용되기도 했습니다. 성서가 증언하는 그리스도의 부활은 오늘날, 악과 선이 모호하게 대립하는 현실 속에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선포하는 오늘의 부활은 역사의‘진보’입니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절기 중에 있었던, 지난 3월12일의 의회폭거는 대의민주주의의 어두운 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이었습니다. 3당의 국회의원 193명이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을 가결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저항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3·12 사건의 배후에 양자 모두의 잘못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하늘의 뜻을 저버리고 권력과 이익추구가 최선의 가치인 우리 정치의 왜곡된 모습 때문입니다. 193명의 국회의원과 3당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왜곡된 역사와 정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변혁의 과정입니다. 그리스도는 한번의 죽음과 한번의 부활로 모든 것을 이루어놓으셨지만, 그리스도인의 삶은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됩니다. 끊임없는 삶과 죽음의 반복, 그것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선포하는 ‘진보’의 올바른 의미입니다. 왜곡된 역사와 정치는 ‘죽음’의 다른 모습이며, 역사발전을 위한 몸부림은 ‘삶’의 다른 얼굴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거듭되는 삶과 죽음의 경험을 통해 성숙해가듯이 역사도 거듭되는 삶과 죽음을 통하여 진보해 나갑니다.

 

  우리 정치의 죽음의 모습은 비단 3·12 폭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월15일을 병든 정치를 수술하는 날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보다 근원적인 메시지를 여러분들에게 전합니다. 4·15를 수술 정도로 만족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거듭나야 구원을 얻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거듭남과 같은 대변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4·15 총선은 그리스도인들의 진보를 향한 의지가 분명히 나타나야 합니다. 종교, 학연, 지연 등 구태의연한 이유로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소모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신앙의 좌표와 삶의 이유로 삼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합시다. 오는 4월15일은 우리의 역사와 삶을 변혁시킬 다시없는 기회입니다. 오랜 세월 이 땅의 민중을 억압하고 역사를 유린하던 묵은 질서를 걷어내어야만 합니다. 또 다시 도둑과 강도의 손에 우리의 주권을 내맡길 수 없습니다.

 

  낡은 질서의 개혁은 한국교회가 갈망해 왔던 민족의 평화통일과 인류화해의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2004년 부활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백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