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국민 속으로 민심투쟁 대장정’ 이후 황교안 발언 ‘워드 클라우드’ 분석
- ‘민생투쟁 대장정’ 이후 38일간의 황교안대표 발언 ‘워드 클라우드’ 분석
- ‘우리’, ‘경제’, ‘당’, ‘국민’, ‘생각’, ‘정책’,‘자유’, ‘정권’, ‘여성’, ‘청년’ 순
- 연이은 ‘알못’ 발언 원인은 정치인으로서의 언행 불일치와 공감능력 부족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몇 달째 20%대의 박스권에 묶여 있다. 지지율 하락과 정체의 원인으로는 장외 투쟁과 84일 간의 국회 공전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정치 신인’ 황교안 대표의 공감능력 부족과 ‘막말’도 여러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물론 지지율 하락은 지지자들이 걱정할 일이지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국민세금인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공당이자 의석수가 110석이 넘는 제1야당이다.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한 법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야당 대표의 정신 건강을 걱정하고 도대체 그의 머리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헤아려보기로 했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는 6월 ‘이달의 주목할 시선’으로 ‘황교안 대표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라는 다소 도발적 명제를 선정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6월 30일로 한국당 입당 167일을 맞이했다. 정치판에선 ‘돌잡이’도 안 된 신인이다. 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지도 6월 30일 기준으로 124일밖에 안되었다. 100일을 겨우 넘긴 ‘초보 당대표’이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을 받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원죄’와 ‘국정농단의 공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국당의 대표로 선출된 것은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정치신인에게서 보수개혁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한국당 ‘입당의 변’도 “계파 구분은 구시대의 정치다. 이젠 새로운 정치로 가야 한다”면서 “우리 자유우파와 함께 국민 속에서 답을 찾겠다”는 거였다. 실제로 그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이른바 ‘민생투쟁 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손학규와 안철수가 했던 것을 벤치마킹한 ‘짝퉁’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진정성을 의심할 까닭은 별로 없었다.
그런 노력과 새로운 보수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컨벤션 효과’ 덕분인지,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은 크게 올랐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말~3월 사이에 한국당 지지율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30%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4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과 5.18 망언 등을 계기로 하락하더니 이후 20%대 박스권에 묶여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국당의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과 설화를 예방 관리해야 할 황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까지 ‘막말 퍼레이드’와 ‘알못’(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행렬에 가세함으로써, 이제는 지지율 하락을 넘어서 ‘정치신인 황교안 리스크’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황교안 대표의 언행이 한국당 지지율 정체와 하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월 7일부터 18일 동안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버스와 전철, 도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민생 버스투어’를 이용해 서울과 부산을 여덟 번 오간 거리(4천km)를 이동했다.
그는 “정말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의 절망과 눈물은 저에게 도저히 참기 어려운 고통과 분노로 다가왔다”면서 자신이 17개 시도에서 직접 체험한 민생 현장을 국민들이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황 대표는 또한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무리하면서 한국당의 ‘외연 확장’을 선언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눈길 줄 데가 없던 보수 유권자들이 황교안 체제의 한국당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정당 지지율이 다소 오르자 내년 4·15 총선에 대비해 ‘산토끼’를 잡으려 나선 것이다.
외연 확장의 타겟은 황 대표와 한국당의 취약층인 ‘여성’과 ‘청년’이었다. 5월 24일 ‘불금’에 가진 ‘민생투쟁 대장정’의 마지막 프로그램도 ‘공시생·취준생과의 치맥 미팅’이었다. 황 대표는 이날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여의도 국회로 돌아와 민생투쟁 대장정 버스에서 하차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5월 27일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장외투쟁에 따른 부담을 의식한 듯 “저와 자유한국당의 민생투쟁은 온전히 국민 여러분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면서 이렇게 대국민 약속을 했다.
“이번 민생 대장정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호소하신 수많은 현장의 고통들도 들었다. 하나하나 제가 직접 챙기겠다. 오늘 오후에 곧바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를 연다. 그동안 저에게 전달된 각 지역의 건의사항들을 상임위별로 배분해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을 서두르고, 예산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 당이 먼저 챙겨서 민생현장의 아픔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드리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민생투쟁 대장정’ 이후 “현장의 고통과 호소를 직접 챙겨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을 서두르고, 예산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 당이 먼저 챙겨서 민생현장의 아픔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드리도록 하겠다”는 황 대표의 언행은 그 뒤에 얼마나 더 강조되고 실천되었을까?
우리는 그의 언행을 헤아리기 위해 황 대표가 민생 버스투어에서 내린 5월 24일부터 역사적인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이 성사된 6월 30일까지 38일 동안의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각종 특위, 세미나, 접견, 간담회 발언과 연설을 모두 취합해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했다.
워드 클라우드는 글에서 여러 번 반복된 키워드를 추출해 빈도수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보여주는 기법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 전문 웹사이트 ‘젤리랩’(lab.newsjel.ly)을 통해 단어(형태소)별로 분류한 뒤 빈도수로 정렬해 황 대표가 자주 쓰는 말들을 뽑아냈다. 분석 기간을 이 기간으로 한정한 것은 ‘민생투쟁 대장정’ 이후 그가 강조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분석한 황 대표의 38일치 발언은 총 글자수 18만자, 낱말 4만5천900개, 원고지(200자 기준) 919장 분량이다. 이 중 ‘있다’, ‘없다’ 등의 무의미한 단어와 ‘그리고’ 등의 접속사 등을 제외하고 50번 이상 반복된 단어들로 분석이 이뤄졌다. 그 결과 최다 언급된 단어는 ‘우리’(1134회)였으며 ‘경제’(393회), ‘당’(368회), ‘국민’(308회), ‘생각’(254회), ‘정책’(195회), ‘자유’(175회), ‘정권’(169회), ‘여성’(161회), ‘청년’(158회), ‘정부’(133회), ‘민생’(119회), ‘정당’(108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된 배경은 그가 한국당에 입당한 직후부터 줄곧 주장해온 ‘삼합’(통합과 단합 그리고 화합)에서 찾을 수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15일 입당 신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부터 ‘통합’을 한국당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통합’을 10회 언급했으며, ‘화합’도 3회 거론했다. 또한 통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9회), ‘함께’(7회)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당대표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통합’에 대한 직접 언급은 다소 줄었으나, 당의 구성원 개인이 아닌 ‘우리’를 강조함으로써 당내 통합과 우파 및 보수 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황 대표는 ‘저희’와 ‘함께’라는 표현도 곧잘 사용했다.
‘우리’에 이어 5위권(200회 단위) 내로 언급된 ‘경제’와 ‘당’, ‘국민’, ‘생각’에서는 한국당이 앞으로 국민들의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한 그의 고심이 엿보인다. 물론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가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경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경제난에 있다. 황 대표는 이점을 지적함으로써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함과 동시에, 자신과 한국당의 ‘능력’을 국민에 소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무능력으로 초래된 경제난을 자신과 한국당이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정당’과 ‘일’이란 단어를 반복해 언급한 것도 일하는 한국당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 뒤를 이어 100회 단위로 언급된 주요 단어 중에서는 ‘여성’과 ‘청년’ 그리고 ‘민생’이 눈에 띈다. 황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00일을 앞두고 당에서 개최한 “지난 100일과 당의 미래” 공식 특강에서도 인재영입과 당원교육 그리고 ‘여성-청년 친화정당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말로만 여성과 청년 그리고 민생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황 대표는 한국당에 2030세대의 ‘청년정치캠퍼스Q’ 수강생을 모집해 특강을 진행하고,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국 대학에 ‘자유한국당 청년지부’를 만들고, 전국대학생위원장과 청년 부대변인을 공모토록 했다.
또한 국회에 20~40대 청년들을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고, 30대 청년이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역의 당원교육에도 직접 나섰다. 또 ‘여심(女心)’을 얻기 위해 여성 기업인들을 만났고, 국회와 함께 하는 여성가족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맘카페’ 회원들과의 타운홀 미팅, 난임·불임 부부들과의 간담회도 추진했다.
하지만 청년과 여성을 ‘꼰대 정당’ 한국당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는 초반부터 좌초 위기에 몰렸다. 청년과 여성들의 엉덩이를 걷어찬 사람은 다름 아닌 황 대표 자신이었다.
황 대표는 국회 ‘2040 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을 30초 내에 소개하라는 주문을 받고 삼행시를 준비했다. 그가 준비한 원안은 “‘황’고집 같지만, ‘교’감할 줄 아는 남자, 황교안이다. ‘안’녕하세요”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교감’이 생각이 안나 “교통할 줄 아는 남자”로 헛발질을 했다. 숙명여대 특강에서 자신의 아들이 ‘스펙’과 학점이 형편없음에도 취업했다고 농반 진반으로 자랑을 한 것은 ‘팔푼 아비’를 떠올리게 했다.
황 대표는 또한 한국당 ‘우먼 페스타’ 행사에서 여성 당원들이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춤 퍼포먼스’를 해 논란인 가운데, 현장에서 공연을 본 뒤 “장기자랑 상위 팀을 당 행사에 초청하겠다”고 격려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그가 그 현장에서도 “요새 우리 당에 대한 공격이 많다”며 “우리가 힘이 없을 때는 ‘싸울 상대가 안 된다’ 그랬는데 이제 무서운 것”이라고 호도한 것이다. 또한 그는 엉덩이춤 논란에 대해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다”며 언론 탓을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최근에 그가 초래한 대형사고는 부산상공회의소에 가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며 “그런 외국인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 한국당은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국적에 따른 차별을 법률로 못 박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차별 금지’라는 대원칙을 못 박고 있다.
그가 말한 대로 외국인에 대해 임금차별을 법제화한다면 이 조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다면 황 대표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균등처우’와 ‘차별금지’를 ‘불균등처우’와 ‘차별용인’으로 바꾸겠다는 것인가.
사실 황 대표의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과 6월 국회 대신 그가 택한 ‘희망·공감 국민 속으로’ 행사를 되짚어 보면, 그가 보고 싶고 듣고 싶고 가고 싶은 곳만 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역적으로 경부선 라인과 충청도에 집중돼 있고, 정부에 대한 불만과 민원이 많은 지역과 계층을 찾아 민심을 청취한 것이다. 이는 다음 총선과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부산경남과 충청이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른 행보로 볼 수 있다.
정당은 목표는 집권이므로 정치공학적 행보를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또한 그의 거친 언행은 야당으로서 근육을 키우는 ‘몸 만들기’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활력을 갖는 법이다.
결국 문제는 정치인으로서 언행의 불일치와 공감능력의 부족 그리고 연이은 ‘알못’ 발언이다. 그래서 요즘 황교안 대표에게는 ‘우파의 안철수’라는 촌철살인이 나돈다. 어쩌면 얼마 안가 안철수에게 ‘중도의 황교안’이라는 별명이 붙을지도 모르겠다. 황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 이후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 드린다”며 이렇게 약속했다.
“저와 자유한국당의 민생투쟁은 온전히 국민 여러분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면 폭망한 우리 경제와 민생,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성원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 저희 자유한국당이 반드시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다.”
황 대표는 처음 당대표가 되었을 때 새로운 보수정치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의 희망을 절망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국기에 대한 경례의 자세로 가슴에 손을 얹고 되새겨볼 일이다. 그것이 NCCK 언론위원회가 6월의 시선으로 <황교안 대표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라는 명제를 선정하고 워드 클라우드 분석 결과를 제시한 배경이다.